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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99% 시위는 죽지 않는다, 다만 다르게 봉기할 뿐이다

등록 :2012-09-21 21:25

〈선언〉
안토니오 네그리·마이클 하트 지음, 조정환 옮김/갈무리·1만6000원

지난해 9월17일. 미국에서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1000여명이 ‘99%’임을 분명히 하며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월가 한복판을 점거(occupy) 한 시위가, 삽시간에 미국의 1000개 도시로, 1달여 만에 세계 80여 나라 1500개 도시로 퍼져나갔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많던 ‘점거’의 물결은 소멸한 듯하다. 이제는 소멸에 대한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이 냉소는 익숙하다. 2008년 서울 한복판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와 안전을 위협하는 정부에 맞섰던 소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대에게도 “촛불은 중간층의 산보에 지나지 않았다”는 냉소가 쏟아졌다. 그 많던 촛불들이 다 사라진 듯 보였기 때문이다.

<제국>과 <다중>을 공동 집필한 ‘자율주의 운동’ 주창자 안토니오 네그리와 그의 지적 동업자 마이클 하트가 월가 점거 1돌을 맞아 최근 펴낸 <선언>은 ‘99%에 대한 냉소를 중단하라’고 말한다. 세계화라는 전 지구적 압력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실체를 벗기고, 제국의 시대에 다양하게 조직되고 행동하며 지구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에게 ‘다중’(multitude)이란 이름을 붙여준 두 사람은 월가 점거 시위는 그 혼자 단독자로 존재하는 시위가 아니라고 단정한다. 20세기 전세계에서 있었던 다양한 봉기들과 흐름을 같이한다는 것이다.

그 흐름은 첫째, 종속된 국가들의 국가적 채무에 대한 저항이다. 주코티 공원의 ‘월가 점거’ 시위는 2001년 아르헨티나 민중 봉기, 세계은행과 아이엠에프에 반대하는 대안세계화 시위들을 거쳐, 1989년 베네수엘라, 1977년 이집트 그리고 1976년 페루에서 발생한 “아이엠에프 폭동들”로 소급된다. 또다른 흐름은 가난한 자들에게 개인적으로 채무의 부담을 지우는 것에 대한 항의이기도 하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 2005년 파리, 2011년 런던의 폭동들과 월가 점거 시위는 궤를 같이한다. 이 흐름 속에서 점거대들은 때로는 폭도로, 야영꾼으로, 평화주의자로 모습을 바꿔가며 시위를 이어왔고, 이어갈 것이라고 지은이들은 말한다.

이 점거대들의 공통적 속성은 무엇일까. 네그리와 하트는 점거대는 물론, 현재를 살아가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닌 네가지 속성을 통찰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빚진 사람들’이다. “빚을 진다는 것은 오늘날 사회적 삶의 일반적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 학자금 대출, 주택 구입을 위한 담보 대출, 자동차 신용 대출, 의료비를 위한 대출 등등… 대출이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주요한 수단이 됨에 따라, 사회적 안전망은 복지 체계에서 채무 체계로 나아갔다.”

빚을 갚기 위해 삶을 저당잡힌 사람에 대한 설명은 자본주의 국가 그 누구에게 갖다대도 유효하다. 우리는 또한 미디어에 소외되다 못해 최면당한 사람들이며 나의 불안을 감당하지 못해 국가에 자신을 저당잡힌 사람들이고, 합법적으로 명령받는 사람으로 자신을 위치시키며 정치적 행동을 거세당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네그리와 하트는 ‘우리’에게 ‘함께 있기’만 하지 말고 ‘함께 하기’를 하라고 주문한다. 빚진 사람들이 빚을 갚지 않기로 결정하고, 미디어에 속박된 사람들이 미디어의 통제와 거짓말로부터 벗어나기로 결정하고, 대의제에 갇힌 사람들이 대표자들에 의해 지배되기를 거부하기로 결정하되, 이 결정을 ‘공통되게’ 한다면 봉기는 새로운 질서인 ‘제헌’으로 지속되고 발전될 수 있다고 ‘선언’한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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