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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이사람] “민주주의 구하려면, 국민대표 추첨으로 뽑아야”

등록 :2012-07-01 19:24

‘추첨 민주주의’ 책으로 펴낸 이지문 연세대 연구원
‘추첨 민주주의’ 책으로 펴낸 이지문 연세대 연구원
‘추첨 민주주의’ 책으로 펴낸 이지문 연세대 연구원
민주주의 병폐 원인은 선거제도
국회·지방의원 무작위로 선택을
“좋은 제도가 똑똑한 사람 만든다”

“위기의 한국 민주주의를 살리고 수준을 더 높이려면 추첨제를 도입해야 한다.”

얼마 전 <추첨 민주주의, 이론과 실제>(이담북스 펴냄)라는 책을 낸 이지문(44·사진)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문연구원의 지적대로, 절차적 민주화를 달성했음에도 한국 민주주의가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그는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의 대표를 지금과 같은 선거가 아니라 보통시민들이 보통시민들을 추첨을 통해 뽑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20년 전 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1992년 3월, 군 부재자투표 부정 사실을 폭로했던 육군 파주 9사단 소속 중위, 바로 그 공익제보의 상징이다.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병폐는 대표자 선택 방식, 즉 선거제도 자체가 문제다”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20년 전 군부대 선거부정을 사회에 알린 것은 그러한 잘못된 투표로 인해 엉뚱한 후보가 대표자로 선출된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 이제 그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평등·대표성·통합·공공선·합리성·시민 덕성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는 제도는 선거제가 아니라 추첨제”라고 얘기한다. ‘추첨제’는 30살 이상 시민들이 민회와 이를 운영하던 실질적 최고통치기관인 평의회 위원, 시민법정의 재판관과 배심원, 행정관 등을 시민 자신들 속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뽑았던 옛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말한다.

우리나라도 국민참여재판제 등 추첨제를 일부 원용하고 있지만 온전한 건 아니다. 하지만 구미와 일본 등에선 세습화와 이익집단화, 파당화, 과잉·과소 대표문제를 낳는 선거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추첨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일부를 이미 도입했다. 이씨 역시 전면 도입보다는 대통령이나 지자체장은 선거제로 뽑고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이들의 수십배수로 뽑는 국회시민의원단과 시민의원단은 추첨제로 뽑는 보합제 도입을 주장한다.

“무작위 추첨으로 뽑힌 보통사람들의 능력이나 판단력을 어떻게 믿느냐고 하지만, 똑똑하다는 변호사 등 명문대 출신 전문직 출신들이 의원 대다수를 점하는 국회는 그러면 왜 이모양 이꼴인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시민총회를 추첨 시민들로 구성해 성공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경험을 보더라도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제도가 똑똑한 사람을 만들고 좋은 사회를 만든다.”

그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10여년 참여해온 흥사단의 홍승구 당시 사무총장 권유로 버나드 마넹의 <선거는 민주적인가>를 읽고 ‘추첨제’를 처음 알았다.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때 막 ‘내부 고발’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마쳤던 그는 추첨제를 박사 논문의 화두로 삼았다. <추첨 민주주의 이론과 실제>는 박사논문을 단행본으로 개작한 것이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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