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시인의 오지기행…’
<시인의 오지 기행-고요로 들다>(문학세계사)는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책이다. 시인 23명이 찾아낸 산과 섬, 숲속의 오지들을 만날 수 있다.
<마음의 오지>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던 이문재 시인은 강원도 단임골 이야기를 들려준다. 강원도에서도 가장 오지로 꼽힌다는 이 마을에 시인은 1994년에 취재차 처음 들어갔다. 거기서 하룻밤을 자고 난 아침, 그가 만난 풍경은 이런 것이었다.
“사방 산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찬란했다. 산간에 들이퍼부어지는 햇살은 새소리와 버무려지면서, 공중에서 은박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햇살과 새소리에 빈틈이 없어서, 문 밖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단임골에 전기가 들어오고 길이 뚫리며 지자체는 이 오지 마을을 테마 마을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마음의 오지’를 허락하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는 듯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강원도 내린천 상류의 오지 마을 살둔을 소개하는 박후기 시인의 글에서도 반갑지만은 않은 변화에 대한 아쉬움이 만져진다. 그렇지만 그 변화의 바람을 타고 들어선 2층짜리 귀틀집 살둔산장은 오지 여행객들의 심신을 넉넉히 다독여 준다. “저마다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살둔산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리고 봉인을 뜯듯 밤새 산장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의 흉금을 텄을 것이다.”
손택수 시인이 찾은 전남 신안군 만재도는 우리나라에서 뱃길로는 가장 먼 섬이다. 시인은 말한다. “내 생에 마지막 단 한 시간만이 주어진다면, 만재도에 있겠노라고. 만재도의 달피미짝지 몽돌해변에 앉아 달과 지구와 내 몸이 연주하는 파도 소리를 듣겠노라고.” 이밖에도 이원규 시인의 지리산 와운마을, 이진우 시인의 거제도 공고지 등이 도회의 번다함에 지친 독자들에게 유혹적인 손짓을 한다.
최재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