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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조선 인문정신 꽃피운 세 칸짜리 집

등록 2012-06-29 20:38수정 2012-07-02 22:30

퇴계 이황(1501~1570)의 안동 도산서원
퇴계 이황(1501~1570)의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일반인들에게는 1천원권 뒷면 배경으로 더 친숙한 건물, 조선 전기 대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의 안동 도산서원(사진)이다.

한국 유학사의 성지인 도산서원 중심엔 도산서당이 있다. 건축사학자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 서당은 온돌방과 마루, 부엌만으로 이뤄진 세 칸짜리 집이다. 네모로 각진 투박한 기둥에, 흰 벽체를 세운 이 건물은 어떤 장식도 없는 단출한 얼개지만, 내력이 예사롭지 않다. 퇴계는 서당을 짓기 전까지 다섯번 거처를 옮겼으며, 다른 선학들의 서당과 거처의 건축물들을 수십년 동안 비교 연구했다.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김동욱 지음/돌베개·2만3000원.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김동욱 지음/돌베개·2만3000원.
퇴계가 61살 때 완공한 이 집은 16세기 이후 조선 서원 건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우리 고건축사의 ‘작은 거인’이다.

고건축사 권위자인 김동욱 경기대 교수의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는 도산서당을 조선 초기 선비들의 성리학 인문정신이 만들어낸 총체적 결실로 평한다. 퇴계가 설계하고 건축을 감독했으며, 그 안에서 학문을 연마하며 후학들을 키워내며 이른바 퇴계학을 만들어낸 산실이 바로 이 건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학들이 이 엄격한 절대공간에 깃든 성리철학과 선비적 기상에 공감하며 감화받았다는 점에서 정신사적 의의를 지닌 인문 공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산서당은 성리학 비조인 중국 송나라 사상가 주자의 거처이자 학당인 중국 푸젠성 무이정사를 모델로 삼았다. 정신을 집중해 학문을 닦는 ‘장수’(藏修) 공간과 심신을 풀고 쉬는 ‘유식’(遊息) 공간의 두 가지 기능을 합쳐 지은 것이다.

하지만 건축적으로 도산서당은 무이정사와 완전히 다르다. 온돌방과 마루방의 우리 전통 가옥 구조에다, 툇기둥 세우고 덧처마인 익첨을 덧대어 집 구조를 확장하지 않으면서 실내 공간은 넓히는 지혜를 냈다. 퇴계의 독창적 공간 미학은 조선 선비 건축의 새 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뿐만 아니라 퇴계는 집 곁에 못을 파서 연꽃을 심고 꽃나무 화단을 만들었으며, 사립문을 내어 자연을 품에 안았다. 건축물과 원림(조경)을 아우르는 당대 통합 건축이자 제자들과의 학문적 토론과 교유로 사상과 시문을 만들어낸 요람으로서 이 명품 건축의 인문적 매력을 상세하게 길라잡이 해주는 책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돌베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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