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쿠부치 사막의 모래폭풍에 아이 위보를 잃은 엄마가 오열한다. 모래폭풍, ‘황사’는 사막화로 점점 강해져 열살배기 정도는 쉽게 휩쓸어간다. 미국 아이 에반은 여전히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머니를 앗아간 그날의 악몽을 꾼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슈퍼 태풍’이 속속 발생하면서 생긴 비극이다.

과학교사인 지은이는 세계 곳곳의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에 따른 재앙을 샅샅이 훑는다. 온난화부터 적정 기술까지 9장에 걸쳐 다룬 이 책은 쉬운 말로 썼지만 밀도는 만만치 않다. 온실 효과를 설명하려 이산화탄소 증가를, 이산화탄소 증가를 설명하려 광합성과 식물성 플랑크톤 감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인을 분석한 뒤엔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유목민이 가축을 기르는 것이 사막화의 원인 중 하나다. 그렇다면 가축을 기르지 못하게 해야 할까? 이들은 대대로 가축을 길러 먹고살았는데.”

원전 위험성을 역설하며 ‘오염지역 출신’이 차별의 기제가 될 수 있다는 통찰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맞선 보는 젊은 남녀가 앉아 있다. 앞자리 여성이 마음에 드는지 살뜰히 챙겨주던 청년은 여성의 고향이 후쿠시마라고 듣는 순간 표정이 굳어진다. 2030년 일본에서 후쿠시마가 고향인 여성은 파혼을 당하기 일쑤다. 피폭 지역 출신이라는 이유로.”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