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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분노’한 청춘들, 따뜻한 ‘위로’를 얻다

등록 :2011-12-30 21:52수정 :2011-12-30 22:08

한겨레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권
세상이 어지러우면 사람들의 눈길은 책보다 뉴스로 향한다. 정치적 격변과 온갖 사건 사고가 이어졌던 2011년은 그래서 책이 덜 읽혔던 한 해였다. 하지만 혼잡한 세상에는 또한 새로운 생각과 인물이 더욱 각광받는 법.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역시 책으로 사람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책은 언제나 가장 빠르고, 가장 심도 깊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생각과 정보를 담아주기 때문이다. 어느 해보다도 팍팍했던 2011년은 그래서 새로운 길을 바라보라 권하고, 지친 일상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반성과 도전의 에너지를 전달해주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1년 대한민국 독자들의 동반자가 되어준 책들을 <한겨레>가 골라봤다. 외부 필진과 <한겨레> 책·지성팀 기자들이 모두 10권을 뽑았다. 젊은 이야기꾼의 발랄한 소설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사회파 만화까지 열 권을 골라내는 일은 어렵고도 즐거웠다. 구본준 책ㆍ지성팀장 bonbon@hani.co.kr

분노하라
분노하라
90대 레지스탕스의 외침, 월가에 울리다

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임희근 옮김/돌베개·6000원

레지스탕스 출신 90대 노투사의 외침 ‘분노하라!’는 ‘나꼼수’와 월가 점령 시위를 잇는 가교라 할 법하다. 분노와 참여가 세계 젊은이들을 하나로 묶는 시대의 화두란 사실을 이 책은 확인시켜 주었다. “극빈층과 최상위 부유층의 격차가 이렇게 큰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돈을 좇아 질주하는 경쟁을 사람들이 이토록 부추긴 적도 일찍이 없었다.” 스테판 에셀이 한 세기 가까운 삶의 연륜과 통찰로써 파악한 이 시대는 신자유주의란 괴물이 인간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저주받은 시대다. 그런데도 미래의 주인인 젊은이들은 무기력과 무관심의 늪에 빠져 있다고 그는 일갈했고, 월가에서 전세계로 퍼져 나간 시위는 젊은이들이 마침내 그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고 행동에 나섰음을 보여줬다. 최재봉 선임기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멘토, 아픈 청춘을 껴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구겨졌다고 만원이 천원이 되겠어? 너의 시간은 고작 아침 7시12분이다. 서둘지 말고 열망을 따라 가라. 그대를 꿈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130만 청년실업’ 시대의 추운 겨울을 나는 젊은이들한테 주는 김난도 ‘샘’(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메시지를 모은 이 책은 올 상반기 내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질주하며 150만부 넘게 팔렸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와 사랑 등 다양한 청춘의 주제에 대한 조언들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가슴을 울리는 위로를 찾던 젊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덕분이다. 교수로서가 아니라 술 한잔 같이 할 수 있는 인생선배로 하는 말들이라 멘토와 일대일 상담을 받은 느낌이라는 독후감이 많았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닥치고 정치
닥치고 정치
김어준의 ‘가카’ 향한 일편단심 똥침

닥치고 정치
김어준 지승호 지음/푸른숲·1만3500원

정부, 여당, 재벌 등 한국 정치와 사회의 현실을 까발린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의 인터뷰집. 기성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의 의혹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한편 반대편에 서 있는 진보 진영의 한계 또한 확실하게 꼬집는다. 왜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누가 해야 하는지 현실 가능성에 근거해 내년도 정치지형에 대한 전망과 플랜을 제시한다. 10월 초 발간된 이래 석달도 안 돼 41만부가 팔렸다. 딱딱한 주제를 젊은이들의 입말과 유머 감각에 맞춰 ‘이렇게까지 말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주효했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열풍과 맞물려 판매에 불이 붙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925쪽에 묵직하게 담은 잡스의 삶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2만5000원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스마트폰 혁명을 이뤄내고 드라마 같은 삶을 살다가 인기의 정점에서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이라는 철인의 경구를 남긴 채 사라졌다. “다르게 생각하라”며 고집스런 이단아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잡스의 삶을 정리한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가 전해주는 박진감은 925쪽에 이르는 부피를 압도한다. 지은이 월터 아이작슨은 단편적 관찰자들에 의해 과도하게 추앙되거나 공격당해온 잡스의 삶을 객관적으로 조명하며, 잡스의 내밀한 목소리를 끌어내 기록했다.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방식에 대한 집요한 추구이자, 완벽한 아름다움을 향한 집착으로 결국 산업과 동시대인의 생활을 바꿔낸 삶에 대한 기록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제자백가의 귀환
제자백가의 귀환
제자백가에서 찾은 무한경쟁시대의 지혜

제자백가의 귀환 1·2
강신주 지음/사계절·각 권 1만5000원

올해에는 공자와 <논어>에 대한 다양한 해설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사마천의 <사기> 완역본이 나오는 등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다루는 책들이 부쩍 많이 출간됐다. 최근 철학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주인공으로 꼽히는 철학자 강신주씨도 전체 12권으로 기획된 ‘제자백가의 귀환’ 시리즈로 1권 <철학의 시대>와 2권 <관중과 공자>를 펴냈다. 제자백가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강씨는 “끝없는 전란의 시대 속에 인간의 사유는 오히려 정점에 달했다”고 말한다. 역시 무한경쟁,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우리 현실 속에서 더 나은 삶을 꾸려나갈 지혜를 제자백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신과 함께 이승편
신과 함께 이승편
현대인 마음 사로잡은 저승차사와 가택신

신과 함께 이승편 상·하
주호민 지음/애니북스ㆍ각 권 1만2000원

올해 한국 만화 최고의 화제작은 단연 주호민의 ‘신과 함께’ 시리즈와 꼬마비와 노마비 작가의 스릴러 <살인자ㅇ난감>이었다. 그중에서도 ‘신과 함께’는 모든 세대, 다른 성별, 제각각인 만화 장르 취향에 상관없이 남녀노소를 모두 만족시킨 드문 만화로 폭넓게 사랑받았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뽑아낸 저승차사와 가택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이기주의, 금전만능주의, 인간성의 상실 같은 사회적 문제를 웃기고도 슬프게 그려내 눈물을 쏟아낸 독자들이 많았다. 쿨하면서도 인간적인 신세대 저승차사들, 아파트 때문에 사라져가는 옛집을 지키며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가택신들의 활약은 전통문화를 어떻게 지금 시대의 문화코드로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모범답과도 같았다. 구본준 기자


길모퉁이 건축
길모퉁이 건축
1%와 99% 간극 메울 대안건축

길모퉁이 건축
김성홍 지음/현암사·2만원

길과 상업건축 두 가지를 날줄과 씨줄로 엮고 ‘속도’의 개념을 축으로 쌓아올린 건축적 구조를 가진 건축인문학 책. 수레-자동차-승강기-온라인 순으로 탈것을 바꿔가며 여행을 하면 길옆의 건축물들이 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지은이는 상업공간이 현대에 이르러 초호화 고층 건물이 되면서 99% 주민들의 삶과 유리되어 1%를 위한 건축물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1%와 99% 사이의 이 간극을 메울 대안으로 길모퉁이 건물인 ‘중간건축’ 개념을 제시한다. 이름 그대로 양극단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중간규모, 중간기능을 하는 중간건축은 도시의 이면 길모퉁이에 면하면서 승강기 없이도 오르내릴 수 있는 규모의 건물. 도시를 살 만한 공간으로 바꾸자는 제안이다. 임종업 선임기자


두근두근 내 인생
두근두근 내 인생
늙은 아들·어린 부모, 그 역설의 울림

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창비·1만1000원

‘8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은 유망주의 첫 장편이 감당해야 하는 압박감을 경쾌하게 넘어섰다. 작가는 앞서 발표한 단편들의 세계를 이어받으면서도 풍성한 이야기와 복합적 시야를 보태 장편 작가로서의 역량을 과시했다. 조로증에 걸린 주인공이 자신의 탄생 전사(前史)를 소설로 쓴다는 절묘한 설정으로 여러 마리 새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단편집에서 천착했던 아버지 또는 근원에 대한 탐구, 철없는 아버지와 어른스러운 자식이라는 모티브를 반복하면서도 소설 속 소설이란 액자식 구성으로 한결 깊고 다층적인 울림을 확보했다. 새로운 이야기꾼의 탄생을 알린 수작!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7년의 밤
7년의 밤
‘변방 작가’의 빛나는 ‘복수극’

7년의 밤
정유정 지음/은행나무·1만3000원

<7년의 밤>은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 <내 심장을 쏴라>로 강렬하고 힘있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던 정유정이 2년여 만에 선보인 후속작이다. 그 흔한 연재도 거치지 않고 전작으로 내놓은 이 작품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과 함께 올해 나온 국내 소설 중 가장 많이 읽혔다. 한 소녀의 의문의 죽음과 7년 세월을 건너뛴 복수극이라는 추리적 요소, 가해자와 피해자 또는 중간적 관찰자를 막론하고 각자의 절박한 동기에 따라 움직이면서 부딪치거나 교차하는 다층적 이야기 구조는 작가의 한층 깊어진 세계 인식을 보여주었다.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신춘문예나 문예지 등단도 거치지 않았으며,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홀로 쓰는 고독하고 독립적인 작가가 이룬 성취여서 한층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이상과 현실 접목한 복지국가 가이드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홍기빈 지음/책세상·1만9000원

복지국가 담론은 우리 사회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흔히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을 아우르는 부단한 노력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사회경제적 대안이론으로서 칼 폴라니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한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이번에 스웨덴 복지국가 모델의 기초를 닦은 정치가 비그포르스를 소개했다. 비그포르스는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현실뿐 아니라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를 꿈꾸는 마르크스주의 이론도 함께 극복한 혁신가였다. 현실로부터 출발해 함께 도달할 수 있는 ‘잠정적 유토피아’를 구상한 그의 생각은 복지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실질적 정치·경제 과제가 뭔지 점검하게 해준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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