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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합리적 의심 낳는 비이성적 ‘천안함 정국’

등록 2010-05-21 18:00

〈무시무시한 사기극〉
〈무시무시한 사기극〉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무시무시한 사기극〉
티에리 메이상 지음·류상욱 옮김/시와사회·1만3000원

원래 이번에 소개할 책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마감을 하루 앞두고 책을 바꿨다. 마감 직전에 대상 도서를 갑작스레 교체하는 일은 부담스럽다. 그런데도 이런 성가신 결정을 하게 만든 것은,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19일 국회 본회에서 했던 5분간의 자유발언이다. 이 의원은 천안함이 두 동강 나는 장면을 담은 티오디(TOD, 열영상장비) 동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사고 발생 순간의 동영상을 본 장성들과 날짜를 폭로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동영상은 그 후 국방부가 밝힌 천안함 침몰 원인의 중요한 증거가 되었어야 한다.

거의 두 달 가까이 국민의 관심을 샀던 이번 비극의 ‘공식적’ 결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나는 지난 4월2일 <한국방송>(KBS) ‘9시 뉴스’가 했던 보도를 굳게 믿을 작정이다. 사건 상황을 정리한 해경 관계자가 나섰던 그 뉴스의 요지는 ‘배에 물이 새면서, 5㎞를 표류한 뒤 침몰’이다. 무슨 까닭에서인지 <한국방송>은 슬그머니 그것을 오보라고 뒤집었지만, 그게 오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취재에 응했던 해경 관계자가 자신의 말을 취소해야 한다.

천안함 침몰을 무조건 북한의 소행으로 몰아가려는 현 정권과 보수 언론의 비이성적인 작태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티에리 메이상이 쓴 책 제목 <무시무시한 사기극>(2002)이 딱이다. 현 정권은 46명의 젊은 장병이 처참하게 죽어간 이번 사건을 북풍으로 활용함으로써 심판론으로 기운 6월의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하고, 북한의 호전성을 부각함으로써 보수세력이 오매불망했던 전작권 반환 연기를 미국에 요청하는 등의 장물(臟物)을 얻고자 한다.

200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무시무시한 사기극>은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2001년 9·11테러의 숨겨진 음모와 진실을 추적한다. 인권과 탐사저널리즘 분야의 전문가인 지은이는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이 불확실성과 모순에 가득 차 있으며, 정작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가 조사를 중단하거나 언급을 회피했음을 발견한다. 갖은 증거와 정황을 검토해 본 지은이는 9·11이 미국의 완전한 자작극이거나 오사마 빈라덴과의 협력극, 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빈라덴의 테러 계획을 파악하고서도 묵살했을 가능성 가운데 자작극에 무게를 둔다.


장정일의 책 속 이슈
장정일의 책 속 이슈
지은이는 카스트로의 쿠바를 탈환하기 위해 쿠바 영해의 미국 선박을 폭파시키고자 했던 1962년의 노스우즈(Northwoods) 작전을 예로 들어, 미국 현대사에서 자국인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미국 내부의 음모가 적지 않았음을 제시한다. 미국은 9·11테러를 빌미로 삼아, 일찌감치 계획되어 있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감행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다. 이 전쟁의 일차적인 수혜자가 석유업계라면, 위대한 승리자는 군산복합체다. 부시의 참모들은 거의 모두 군수산업에 깊이 연루되어 있었고 그들은 테러의 위협을 극대화하면서, 무기 개발 제한 법안을 폐지하고 24%의 국방예산 증액이란 잇속을 챙겼다. 그 외에도 부시는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앞세워 초법적인 ‘애국자법’(PATRIOT Act)을 통과시켰다. 어느 미국 언론인의 한탄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파시스트 국가와 미국적 신정(神政)이 태어났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 정부의 발표가 “단지 짜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이 책의 지은이는 “오직 당신의 비판적인 정신만을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폄훼할 수도 있지만, 음모론이란 항상 음모행위에 덧붙여지는 추측,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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