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 속 버선코를 나붓나붓 앉힌 듯한

처마 끝 물고 도는 바람의 입술 물고

달빛도 발을 펼쳐 드는 조선의 산조 한 채

남(南)으로 종종 적신 정조 눈썹을 어르듯

꽃 버들 서로 끄는 난간도 아스라하니

가없는 마음 줄 고르는 조선의 금선 한 채

 

-정수자 시집 ‘인칭이 점점 두려워질 무렵’(가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