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l 뜨인돌(2022)

방탄소년단(BTS)의 노래에 모티브를 준 작품의 작가, 지난 3년간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고전의 작가, 청춘의 고뇌와 성장통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가, 소설가이자 시인이면서 화가, 그리고 194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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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라는 이름 앞에는 항상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책을 사랑한다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의 ‘인생 책’으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꼽는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헤세의 문장을 읽으며 고통과 상처를 치유했다는 독자들도 제법 많다. 1962년 세상을 떠난 헤르만 헤세는 6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선사하고 있다.

헤르만 헤세 사후 60주년을 맞이해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는 헤세 읽기가 한창이다. 헤세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싯다르타> 등 주옥같은 소설 작품들은 물론이고, 최근 번역 출간된 여러 에세이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뜨인돌),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북하우스),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창비) 등 헤세의 다양한 관심사와 지적 유희를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헤세 읽기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도 대여섯권 정도의 작품들이 출간을 앞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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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에세이 가운데 독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는 책은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다. ‘책에 대한 에세이’로 책과 독서를 향한 헤세의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작가, 글쓰기, 시, 비평, 언어, 도서관 등 책이라는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헤르만 헤세라는 세계를 만들어온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 “인간이 자연에게서 거저 얻지 않고 스스로의 정신으로 만들어낸 수많은 세계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다” “바닥에 아무리 멋진 카펫이 깔려 있고 호화로운 벽지와 명화가 온 벽을 뒤덮고 있다 한들, 책이 없다면 가난한 집이다” “최우수 도서나 최우수 작가 100선 같은 건 세상에 없다. 절대적으로 정확한 비평이란 것도 없다” 등 ‘책의 위기’라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 시대에 읽으면 더욱 빛나는 문장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는 2006년에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뜨인돌)의 개정판이다. 출판사가 지난 5월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제목은 물론이고 표지 디자인까지 감각적으로 싹 바꿨다. 절판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읽으면 읽을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헤세의 문장들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책 10권을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10번 읽는 것이 진정한 독서라는 헤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책장을 넘기면서 분명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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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세계>와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절판된 책들을 다시 복간하거나 개정판으로 재출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런 책들이 자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 과거의 것을 새롭다고 느끼면서 즐기는 ‘뉴트로’ 트렌드 덕분일까? 요즘 독자들은 이전에 한번 출간되었던 책이라는 사실에 크게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런 책에 더 많은 호기심을 보인다. 사후 60주년에 찾아온 헤세 읽기 열풍은 오래된 것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