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메리 앤 메이슨·니컬러스 울핑거·마크 굴든 지음, 안희경 옮김, 신하영 감수 l 시공사 l 2만2000원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전체 대학원 입학생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같은 해 정년트랙 교수직의 23%, 임용된 신규 교원의 28%만이 여성이었다. 이런 불균형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01년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연구가 시작됐고,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박사학위 소지자 조사(SDR) 등을 활용한 10년 동안의 조사 결과 명확한 결론이 도출됐다. “여성 박사학위자들이 정년트랙 교수가 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은 결혼과 출산으로 대표되는 ‘가족 구성’”(한국어판 서문)이었다.

고학력, 전문직 영역일수록 여성은 남성과 달리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대학 내 학자’라는 뚜렷한 대상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이 책은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형성된 가족 구성(또는 형태)이 여성과 남성 학자들에게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다양한 팩트로 드러내어 보여준다. “여성이 학계 커리어 초반에 고생하는 이유는 이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년트랙 조교수직을 얻을 가능성은 여성이 남성보다 단지 7% 낮지만, 6살 미만 자녀를 둔 여성은 자녀가 없는 여성보다 그 확률이 21%, 비슷한 상황의 남성(아빠)보다 16% 낮다. 이런 규정력이 경력의 큰 줄기를 가르기도 한다. 6살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은 자녀가 없는 여성에 견줘 정년트랙이 아닌 비정규 교원직을 택할 확률이 26% 더 높다. 남성(아빠)과 비교하면 그 확률은 무려 132%나 더 높다. 경력 유지와 가족 돌봄 사이에서 많은 여성들이 낮은 임금과 적은 보상으로도 일하는 길을 택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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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분석에 입각한 다양한 정책 대안들도 제시한다. 대학원생부터 교수직까지 모든 연구자에게 일-가정 생애주기를 고려한 ‘가족친화정책’을 만들고 최소한의 정책 목록 등 이를 정확히 안내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긴급보육 지원 등 기존 제도의 확장뿐 아니라, 캘리포니아대학처럼 전일제로의 복귀를 보장해주는 ‘시간제 정년트랙 교수직’ 신설 등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수도 있다. 육아휴직 등 가족돌봄을 이유로 연구 생산성 감소가 발생할 경우, 이를 연방정부나 대학의 기금에서 보상해주는 것도 중요한 원칙으로 꼽았다.

2020년에야 국공립대 여성 전임교원 정원제를 도입했으나 25%라는 목표치 달성은 아직 요원한 우리나라에서, 2013년 출간된 이 책의 현재적 의미가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과학기술학 연구자 임소연(동아대 교수)은 추천사에서 “한국판 ‘아이는 얼마나 중요한가’ 연구를 당장 시작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그림 시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