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소아과
염혜원 글·그림 l 창비 l 1만 3000원

아기가 태어나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데는 몇 개의 동굴을 통과해야 할까. 아이들은 별별 괴물이 사는 동굴을 하나씩 통과하면서 한 뼘씩 자란다. ‘치과 동굴’에서는 이빨을 깨 먹는 충치 괴물을 물리치려 고막 찢는 울음으로 필사적 결투를 벌인다. ‘미용실 동굴’ 입구에서는 머리카락을 잘라 먹는 가위 괴물이 너무 무서워 도망치고만 싶다. 때론 뒷걸음치다 망태 할아버지한테 잡혀갈까 봐, 그 자리에 얼어붙어 엉엉 울고 만다.

말랑말랑한 내면을 단단하게 성장시키는 ‘두려움’이라는 감정. 아이의 근원적 두려움 앞에서 초보 양육자들도 어쩔 줄 몰라 하기 일쑤다. 사탕발림식 달래기 말고 묘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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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혜원 작가는 아이 마음속 두려움을 가만 들여다보고 다독이는 비법을 아는 듯하다. 이번에 펴낸 그림책 <으르렁 소아과>가 힌트를 준다. <으르렁 이발소>에 이은 ‘으르렁 시리즈’ 2편이다. ‘주사 맞기가 무서운 나의 친구들에게’란 추신이 붙었다 .

걱정 많은 아빠 사자, 겁이 많지만 조금은 자라 우쭐해진 첫째,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난만한 둘째의 병원 나들이를 앞두고, 집안의 공기는 잎사귀가 뾰족한 테이블야자 화분처럼 쭈뼛해진다. 아빠는 “넌 이제 다 컸어, 그렇지?” 아이 마음의 문을 똑똑 두드린다. 지난번 곰 선생님의 손가락을 물어버린 첫째가 이번에는 병원 검진을 무사히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그럴 일 없다”며 첫째는 배짱을 부린다. 소아과 건강 검진이 처음인 동생한테 “걱정 마”라며 안심시킬 줄도 안다. <으르렁 이발소>에서 아빠 말을 듣지 않으려 했던 첫째가 어느새 컸다. 키재기, 시력검사를 어떻게 하는지 동생한테 알려주는 오빠를 믿어도 될까. 병원 검진의 마지막 관문, 예방 주사만 남았는데 …. 첫째는 동생 앞에서 시범을 잘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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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라가치 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등을 받은 작가가 그려내는 세밀한 표정이 아이의 다층적 내면을 읽게 한다. 아빠는 아빠대로, 오빠는 오빠대로, 동생은 동생대로의 막연한 불안과 갈등 상황을 ‘함께라면 괜찮아’ 느낌의 따뜻함으로 녹여냈다. 함께 보면 크는 책이다. 4살 이상 .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그림 창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