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Book]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
불안형 내셔널리즘의 시대, 한중일 젊은이들의 갈등 읽기
다카하라 모토아키 지음, 정호석 옮김 l 삼인(2007)

한국의 2030세대가 특히 중국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가까운 나라끼리 친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여러 분석이 가능하지만, 일차적으로는 2012년 시진핑 주석이 최고권력자가 된 이후 추진한 일련의 정책들, ‘중국몽’과 ‘전랑외교’가 중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 탓이다. 패권국가가 되기 위해선 군사력·경제력 같은 하드파워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회규범이 될 수 있는 비전과 매력을 제시해야 하지만,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일국적인 의제 외에 새로운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도리어 홍콩 민주화운동, 신장위구르와 티베트를 비롯해 미얀마 사태 등에 대한 강압적 대응과 선택적 침묵은 중국의 한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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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2030세대는 이전에 비해 훨씬 다양한 경로로 만나고 있다. 지방대학을 먹여 살리는 것이 중국유학생이란 말도 있지만, 이 같은 대면접촉뿐 아니라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글로벌 게임을 통해서도 매일 만난다. 한중일 2030세대는 조국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본은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올림픽을 개최했고, 여전히 아시아를 선도하는 경제대국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미국과 함께 세계 패권을 다투는 국가로 떠올랐다. 한국 역시 권위주의 독재를 타도하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했으며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게임>, BTS로 상징되는 문화 한류의 강국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한국의 애국주의 누리꾼이 ‘국뽕’이라면 중국에는 ‘샤오펀훙’(小粉紅)이 있고, 일본에는 ‘넷우익’이 있다. 한중일 청년세대가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정도의 즐거운 애국심을 누린 것이 ‘프티 내셔널리즘’이었다면, 동북공정 문제부터 시작해 한복, 김치, 강릉 단오제, 최근의 <조선구마사> 해프닝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중국의 ‘만물중국기원설’에 분개한 누리꾼들 사이에서 다양한 내셔널리즘 키보드 배틀을 통해 쌓인 감정이 사드 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과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폭발한 것이 현재의 반중정서다. 문제는 프티 내셔널리즘으로 시작된 소소한 자국 우월주의가 타인의 주목을 받아 수익을 올리는 주목경제 시대의 가장 잘 팔리는 ‘국뽕과 혐오’의 아이템으로 반복되며 확증편향으로 자리 잡아 점차 과잉이데올로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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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자국 우월주의를 퍼 나르는 동안 실제 한중일 청년세대가 처한 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한국의 MZ, 중국의 바링허우(80後)와 주링허우(90後), 일본의 로스제네(잃어버린 세대)와 빙하기 세대는 공통적으로 전례 없는 풍요와 고도의 소비사회에서 성장했지만, 정작 이들이 맞닥뜨린 현실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낙관이 어려운 유동적 불안 위에 놓여 있다. 자국 우월주의가 일종의 조증 상태라면, 정치적 무력감과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울증을 초래한다. 1914년 여름의 유럽은 평화와 풍요를 누렸고, 공통의 문화와 국제교류, 경제협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파국은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국가(국민) 간의 배타적 우월의식과 복잡한 동맹 체제는 전 유럽을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였다. 풍요로운 사회를 경험했지만, 그 풍요와 안정으로부터 나만 소외되고 있다는 상실감과 배타적 내셔널리즘이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지 한중일의 정치와 언론, 시민사회가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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