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위해 죽다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
제니 챈·마크 셀던·푼 응아이 지음, 정규식·윤종석·하남석·홍명교 옮김 l 나름북스 l 1만8000원

2010년 3월17일 오전 8시께, 17살의 톈위는 중국 선전 폭스콘 공장 기숙사 4층에서 뛰어내렸다. 톈위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척추와 고관절 골절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가난한 농촌 출신인 톈위는 불과 한달 전 폭스콘에 취직했다. 입사 당시 받은 핸드북에는 “여러분의 새로운 꿈을 향해 서두르세요. 멋진 삶을 추구하세요. 폭스콘에서 지식을 넓히고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톈위는 애플 생산라인에서 글라스 스크린에 흠집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했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40분에서 오후 7시40분까지였고, 매일 근무면담에도 참석해야 했다. 야간 근무로 전환된 뒤에는 눈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휴일은 한달에 하루 이틀 정도였다. 월급은 기본급에 시간 외 수당까지 더해 약 1400위안(26만원)에 그쳤지만, 그마저 회사 쪽의 행정 착오로 받을 수 없었다. “너무 절망한 나머지 정신이 멍해졌어요.”(톈위) 2010년 한 해 동안 중국 폭스콘 공장에서는 노동자 18명이 자살을 시도해 이 중 14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고 살아남았다. 이들은 모두 나이가 17~25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농민공들이었다. 이 사건은 폭스콘의 노동착취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아이폰을 위해 죽다>는 2010년 연쇄자살 사태를 중심으로 애플의 하청 제조업체인 폭스콘의 노동 실태를 추적하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체제의 구조적 문제를 분석한 연구서다. 제니 챈 홍콩이공대 사회학과 교수, 마크 셀던 미국 코넬대 및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 푼 응아이 홍콩대 사회학과 교수가 함께 쓴 이 책은 2015년 홍콩에서 <애플 배후의 생과 사: 생산라인 위의 폭스콘 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으며, 내용을 수정·보완해 2020년 미국에서 <아이폰을 위해 죽다: 애플, 폭스콘, 그리고 중국 노동자의 삶>으로 재출간됐다. 지은이들은 연구를 위해 폭스콘 노동자와 관리자, 학생 인턴, 지도 교사, 지방 관료, 노동운동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폭스콘 공장이 있는 중국 12개 도시를 현지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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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폭스콘 노동자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홍콩의 한 애플 판매점 앞에서 해골이 그려진 아이패드 모형을 들고 폭스콘의 노동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2011년 5월 폭스콘 노동자 옷을 입은 대학생들이 홍콩의 한 애플 판매점 앞에서 해골이 그려진 아이패드 모형을 들고 폭스콘의 노동 환경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대만 기업가 궈타이밍이 1974년 설립한 홍하이정밀공업의 자회사인 폭스콘은 글로벌 브랜드 전자회사들에서 주문을 받아 완제품이나 부품을 생산해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분야 제조업체다. 중국 안에서만 100만 명에 가까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고용주이기도 하다. 폭스콘은 구글, 아마존, 아이비엠(IBM), 인텔, 엘지(LG),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소니, 화웨이, 샤오미 등의 제품도 만들지만 가장 큰 고객은 애플이다. 알려져 있듯이 애플은 미국이 아닌 세계 전역의 공장들에서 제품을 생산해 비용을 절감한다. 연쇄자살 사태가 벌어졌던 2010년 애플은 아이폰의 판매가격에서 무려 58.5%를 수익으로 가져가는 성과를 거둔 반면 부품을 조립하는 중국 노동자의 인건비는 1.8%에 불과했다. 폭스콘은 애플 쪽의 낮은 생산단가, 높은 품질, 신속한 납품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을’의 위치에 있다. 애플의 압력은 폭스콘 노동자들의 저임금, 초과근무, 빠른 작업속도, 엄격한 규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톈위를 비롯한 노동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드러난 노동환경은 혹독하다. 아이폰 한 대에는 100개가 넘는 부품이 있다. 모든 노동자는 한 가지 작업에 특화돼 있으며, 매일 10시간 이상 반복 동작을 수행한다. 한 노동자는 “나는 정전기 조립라인의 일부인 육안 검사대의 톱니바퀴예요. (…) 일단 뭔가 발견하면 크게 소리쳐요. 그러면 저와 같은 또 다른 인간 부품이 와서 어떤 오류가 있는지 물어보고 고쳐요. 저는 같은 일을 하루에 수천 번 반복해요. 머리에 녹이 스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노동자도 “라인에서 마더보드를 가져와 로고를 스캔하고, 정전기 방지 백에 넣어 라벨을 붙인 뒤 다시 라인에 놓아요. 이 작업은 2초가 걸리죠. 저는 10초마다 5번 이 일을 해요”라고 전했다. 근무시간 중에는 “대화 금지, 웃음 금지, 취식 금지, 수면 금지”가 원칙이다. 한 관리자는 “10분 이상 화장실에 가면 구두 경고를 받고, 근무시간에 잡담하면 서면 경고를 받는다”고 말했다. 2014년 9월30일 폭스콘 공장에서 투신해 생을 마감한 노동자 쉬리즈는 ‘그냥 그렇게 서서 잠들어’라는 시에서 “(…) 무단결근 불가, 병가 불가, 사적 휴가 불가/ 지각 불가, 조퇴 불가/ 생산라인 옆에 쇠처럼 붙어 서서, 두 손은 날듯이/ 얼마나 많은 낮과 밤을 그렇게 선 채로 잠들었던가”라며 자신과 동료들의 노동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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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콘 노동자들의 삶은 폭스콘 경영진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제품 생산을 주문하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에 의해서도 규정된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체제에서는 산업 사슬 최상층에 있는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수록 산업 사슬 하위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저하되기 때문이다. 거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의 우월적 위치를 하청업체에 더 낮은 가격과 더 나은 품질을 요구하는 데 이용하는 것처럼, 하청업체들이 노동관행을 개선하도록 압박하는 데도 이용해야 하지만 사실상 방관하거나 형식적인 규제를 만드는 데 그친다. 지은이들은 “애플을 비롯한 국제적 기업들이 폭스콘 및 기타 공급업체에서 발생한 노동자의 권리 침해 문제에 관해 막대한 책임이 있음을 재차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내세우며 세계 최고 기업의 위치를 누리는 애플의 성공이 누구의 희생 위에 이루어졌는지, 신제품 출시 때마다 소비자들의 찬사를 받는 아이폰의 세련됨을 위해 어떤 고통이 요구됐는지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