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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 다시 시작해야 할 때

등록 :2021-07-30 04:59수정 :2021-07-30 17:28

[한겨레B] 백원근의 출판풍향계

출판 도매업체인 인터파크송인서적의 파산, 오프라인서점 3위인 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의 부도를 바라보는 시각 중에는 종이책 독서율과 구매 하락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독자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구입한다. 오히려 온·오프라인 판매 경로의 불균형이 문제다. 온라인서점은 지난해 30.8%나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도 두 자릿수 성장률이다. 반면 오프라인서점은 대부분 위기다. 온라인 경로로의 판매 편중이 코로나19 상황에서 더욱 빨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서점은 실물 도서를 볼 수 있는 지역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크지만, 온라인서점과 경쟁하기 위한 판매 가격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최대 15%까지 직간접 할인을 허용한다. 규모가 큰 인터넷서점은 그 조건을 모두 사용하지만, 지역서점 가운데 그렇게 하는 곳은 없다. 결국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지역서점이 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도서정가제’라지만 실제 판매 가격 차이가 커서 지역서점이 최소한의 경쟁력조차 갖기 어렵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활동 제한으로 지역서점 고객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개정하여 지역서점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자체들도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나 도서관 납품을 위한 지역서점 우선 구매 제도, 동네서점 바로 대출, 도서구입비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국 독자의 구매 행동 변화를 촉발시키려면 판매 가격이 동일한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올해 7월로 프랑스의 도서정가제법(랑법) 제정 40주년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7월호는 랑법 제정 40년 역사에 대해 <프랑스 서점의 역사>(2021, 한국어판 미발행)의 저자인 파리 낭테르대학 파트리시아 소렐 교수의 글을 실었다. 글에 따르면, 1981년 5월 프랑수아 미테랑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며 ‘프랑스를 위한 110개의 제안’ 공약의 하나로 도서정가제 도입을 내걸었다. 그리고 그해 7월31일 문화부 장관이던 자크 랑이 주도한 도서정가제 법안이 의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가결된다. 책은 상업 제품이 아니며, 자본주의 가격 경쟁에도 ‘문화적 예외’가 필요하다는 것을 상징하는 랑법은 이후 유럽 각국의 도서정가제 확산에 기폭제가 되었다. 오늘날 프랑스 출판시장에서 규모가 작은 독립서점(체인서점과 온라인서점을 제외한 서점)의 비중이 40%(한국은 약 20%)를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랑법 덕분이다. 소량 부수만 발행하는 대부분의 책이 생산, 유통, 판매되는 데 있어서 도서정가제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다.

지역서점의 씨가 더 마르지 않도록, 독자들이 직접 책을 보고 구입할 권리를 위해, 15% 직간접 할인이라는 원천적인 거품가격을 제거하기 위해, 문화 다양성의 보루인 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정가제 개정 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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