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호 태풍 ‘마이삭’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지 나흘 만인 7일, 들이닥친 제10호 태풍 ‘하이선’ 때문에 강원과 영남 등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경주 월성 핵발전소 2기가 가동 중단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11시23분께 강원 삼척시 신기면 대평리에서 석회석 업체 소속 40대 남성이 빗물에 휩쓸려 실종됐다. 소방당국은 “사람이 불어난 물에 배수로로 휩쓸려 들어갔다”는 신고 내용을 토대로 실종자를 찾고 있다. 실종된 40대는 동료 10여명과 석회석 채굴작업을 한 뒤 철수하던 중 작업지점에서 50m 떨어진 곳에 발생한 도로 유실 탓에 배수로에 빠져 물에 휩쓸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낮 12시 기준 매우 강한 비가 내리고 있는 강원도에는 도로 곳곳이 침수되는 등 시설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고성 진부령 46번 국도에 토사가 쏟아져 양방향 교통이 통제되고 있고, 고성과 인제 간 미시령 옛길 8㎞ 구간도 낙석과 토사 유출로 통행이 금지됐다. 삼척에서는 도계읍 늑구리 38번 국도와 미로면 동산리 마을 입구 도로가 침수됐고, 강릉지역은 안목사거리 등 곳곳에 빗물이 차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부산에서는 이날 아침 7시50분께 부산 남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광안대교에서 달리던 1t짜리 트럭이 강풍에 넘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차는 쓰러진 트럭 옆에 서서 바람을 막았고, 경찰차는 트럭 쪽으로 다가가 안에 있던 운전가 ㄱ씨를 구조했다. ㄱ씨는 왼손에 다쳐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아침 8시30분께 부산진구 개금동 주택가 뒤쪽 언덕에서 토사가 유출돼 집 안에 갇혔던 ㄴ(68)씨가 119구급대원한테 구조됐다. 오전 9시15분께 남구에서는 60대가 화장실 칸막이로 세워둔 간판에 이마를 맞고 넘어져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9시께 태풍이 상륙한 울산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오전 8시10분께 남구 달동 도로에 떨어진 철제 간판을 처리하던 경찰관 1명이 다치고, 케이시시 울산공장에서 컨테이너가 넘어지면서 건물 유리창이 깨져 1명이 다치는 등 경찰 추산 5명이 다쳤다. 정전사고도 23건이 발생해 현대자동차 울산5공장과 현대모비스, 자동차·조선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북구 매곡산업단지 일부 업체 등도 생산 차질을 빚었다. 태화강에는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가 낮 12시10분께 해제됐다.
태풍의 영향으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핵발전소 2호기와 3호기의 터빈 발전기가 멈췄다. 아침 8시38분께 월성핵발전소 2호기, 오전 9시18분께 월성핵발전소 3호기의 터빈 발전기가 잇따라 정지했다. 터빈 발전기는 원자로에서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장치다. 월성원자력본부는 “태풍 영향으로 전력 설비에 이상이 발생함에 따라 발전소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설계적 특성으로 터빈발전기가 자동정지됐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에선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핵발전소 4기가 가동 중단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자료를 보면, 오전 10시30분 기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었던 부산·울산·대구를 중심으로 1만7620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이 가운데 1만1523가구의 응급복구가 완료됐고, 나머진 6097가구는 복구작업이 진행 중이다. 침수, 산사태, 노후 건물 등 재해 우려가 있는 전국 각 지역의 1087가구 1640명이 사전 대피했다.
김영동 박수혁 김일우 신동명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