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기러 나가는 엄마를 따라 나섰다 침수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의 빈소가 경북 포항 북구 용흥동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7일 오후 김군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기러 나가는 엄마를 따라 나섰다 침수 사고로 숨진 김아무개군의 빈소가 경북 포항 북구 용흥동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7일 오후 김군의 친구들이 조문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겨우겨우 살아 돌아온 사람한테 그 얘기를 우째 해얄지….”

경북 포항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참사 현장에서 7일 새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아무개(14·중2)군의 큰아버지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김군은 전날 밤 9시41분쯤 극적으로 구조된 김아무개(52·여)씨의 아들이다.

김군의 큰아버지는 “아이 엄마랑 둘이 차 옮기려고 내려갔다고 들었다. 엄마는 주차장에서 나왔는데, 아이는…”이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얼굴을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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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군은 전날 아침 6시30분쯤 관리사무소의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하라”는 방송을 듣고, 김씨와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갔다가 불어난 물에 고립돼 변을 당했다. 14시간 만에 생환한 김씨는 구조 당시 “아들도 여기에 왔다. 구조됐느냐”고 묻는 등 아들의 생사를 가장 먼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군의 친구들도 조문했다. 구조작업 현장을 밤새워 지켰다는 최승규군은 5일 밤 12시까지 김군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최군은 “○○이(김군)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 어머니 구조 소식을 듣고, ○○이도 당연히 걸어 나올 줄로만…”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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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가득한 주차장에서 김군과 그의 어머니의 애끊는 사투 한 대목도 전해졌다. 김군의 아버지는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아들이 차 문을 열고 아내를 빼낸 뒤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현재)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포항의료원에는 김군을 포함해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희생된 7명의 주민 빈소가 마련됐다. 희생자 중에는 노부부도 있다. 남아무개(71)씨 부부의 며느리는 “5일 밤 걱정돼 전화드렸더니 아버님이 걱정 말라고 안심시켜주셨다. 뉴스를 보고 설마설마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셨다”며 오열했다. 부모 손에 이끌려 빈소를 찾아온 노부부의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라며 서글프게 울자, 문상객들 모두 눈가를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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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해병대를 제대한 서아무개(22)씨의 빈소에서도 계속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밤새 아들의 구조를 바란 서씨의 아버지는 영정 앞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떨궜다. ㅇ아파트 주민이라는 한 조문객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겠느냐. 사고 원인을 밝혀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7일 경북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남구 인덕동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희생자 서아무개(22)씨의 빈소에서 서씨의 아버지가 영정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7일 경북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남구 인덕동 ㅇ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사고 희생자 서아무개(22)씨의 빈소에서 서씨의 아버지가 영정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오전 유가족 대표단은 포항시와 장례 절차, 합동분향소 운영 등을 논의했지만, 이견이 있어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경찰은 충격에 빠진 유족의 심리 안정과 사망신고 절차 안내 등 행정적 지원을 위해 피해자 전담 경찰관 6명을 장례식장에 배치했다.

앞서 ㅇ아파트는 지난 6일 아침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폭우에 인근 하천이 범람하면서 지하주차장 전체가 침수됐다. 이 아파트에서만 9명이 고립됐다가 2명만 구조됐다.

이정하 김규현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