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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전남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목록에 농민군을 학살했던 장흥부사 이용태 흥학애사비(왼쪽)와 동학농민군 처형 장소가 나란히 실려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누리집 갈무리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전남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목록에 농민군을 학살했던 장흥부사 이용태 흥학애사비(왼쪽)와 동학농민군 처형 장소가 나란히 실려 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누리집 갈무리

동학농민혁명 유적에 동학 농민군 관련 유적과 농민군을 토벌했던 관군이나 민보군의 유적들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농민군 훈련 터나 집결지, 일본군과 농민군이 펼친 전남 전투 상황 등을 조사해 유적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7일 전남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도는 올해 1억원을 들여 ‘동학농민혁명 유적지―현황조사 및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할 방침이다. 유적 주변이 변형됐거나 개보수가 필요한 곳을 파악하고 기념시설 성지화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도 문화자원과 쪽은 “동학농민혁명 관련 인물과 전투지, 집결지, 묘소 등 유적지의 현황을 조사해 보존 관리 기반을 조성하고, 정신 계승 등의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전남도 용역 ‘과업지시서’를 보면 농민군 전투지 등뿐 아니라 관군과 토벌군 관련 유적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과업지시서엔 ‘무안, 장성 유적지 및 장흥 동학군 묘역 등(장흥 영회당 정비 방안 포함)’이라고 적혀 있다. 장흥 영회당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군을 토벌했던 관군 병졸들의 넋을 기리는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관군이나 농민군을 토벌하기 위해 결성한 민보군, 수성군의 역사적 흔적은 농민군 유적과 분리해서 관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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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호 전남도의원이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누리집에서 파악한 전남 지역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81곳 가운데 8곳이 관군 또는 토벌군 쪽 유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8곳은 장성 초토군 이학승 순의비와 장흥의 장흥부사 이용태 흥학애사비 등이다. 특히 장흥부사 이용태는 조병갑의 만석보 수세 부과로 발생한 고부봉기 사태 수습을 위해 ‘안핵사’로 파견돼 농민군을 학살했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전남 유적지 현황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호 전남도의원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누리집에 오른 유적지 외에도 그간 새로 발굴한 유적도 새로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순천 낙안읍성 전투(1894년 9월15~18일)와 여수 소라면 덕양 비봉산 전투, 고흥 도양·봉림 동학농민군 훈련소, 무안 해제 석용리 석산마을(농민군 훈련소), 영광 가축시장 터(동학농민군 화장터), 구례 연파리(동학농민군 집결지), 구례 화엄사(동학 농민군 군수미 저장소) 등이 아직 유적지로 포함되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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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남 지역 동학농민혁명 전투 상황 등을 밝힐 수 있는 사료 조사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박맹수 원광대 명예교수는 “후비보병 제10연대 4중대가 광양부터 순천~보성~장흥까지 농민군과 치렀던 전투 상황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며 “기념관, 기념비, 기념공원 등 하드웨어에 치우친 선양 사업보다 청소년 등 미래 세대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재 개발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전남도 쪽은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공간 중 누락된 곳이 있는지 등을 용역 과제로 포함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