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기다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순천향대 서울병원 코로나19 집단감염 관련 누적 확진자가 첫 확진 열흘 만에 2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코로나19 확산 1년이 넘은 시점에 규모 있는 종합병원에서 왜 이렇게 많은 확진자들이 나왔을까? 내부에서는 감염확산 초기 병원 쪽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증언을 내놓는다.

서울시는 22일 오전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순천향대 서울병원에서 전날 9명이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218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12일 입원환자 2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열흘 동안 2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셈이다. 확진자 가운데는 환자(78명), 보호자·가족(76명)이 많지만, 병원 직원(37명)과 간병인(16명)도 적지 않은 수가 감염됐다.

이와 관련해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병원 안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시기가 초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전파가)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 것 같다”며 “퇴원 환자가 (자신이 살던) 지역으로 가서 엔(n)차 감염이 발생해 관련 확진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병원 쪽이 ‘확진자 조기 파악’이라는 첫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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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은 병원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한다. 21일 확진자(9명) 가운데는 직원 3명이 포함됐는데 이 가운데 1명은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 상태, 다른 1명은 확진자 접촉 이력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확진됐다. 이 병원 간호사 ㄱ씨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최근엔 나아지긴 했지만 확진자 발생에 관한 정보공유가 안되다 보니 확진자 접촉 여부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했다”며 “확진자와 접촉한 직원들의 자가격리와 능동감시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오락가락하는 등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간호사 ㄴ씨도 “최초에 병원 쪽에서 보호구 착용법, 소독법, 격리기준 등으로 명확하게 제시해줬다면 확진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발생이 1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컨트롤타워·보고체계 등이 제대로 준비됐던 건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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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간호사 ㄷ씨는 “격리병동에 남아있는 확진되지 않은 격리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가 부족해지자, 다른 병동에서 당일 출근한 간호사를 아무 공지 없이 근무시켰다”며 “격리 환자를 돌본 간호사들은 자가격리 대상이 아니라고 (병원에서) 말해 그대로 근무하고 있지만, 직원들 감염이 늘어갈수록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쪽이 간호사들에게 오염 가능성이 있는 병동 바닥과 집기들을 소독하게 해 간호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이 병원 간호사라고 밝힌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병원 쪽이 간호사들에게 바닥·침대·창문 등을 소독하게 해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청소를 해야 했으며 비번으로 쉬고 있는 간호사들까지 나와 일했다”며 “바이러스가 병원 전체에 퍼져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문방역업체가 아닌 원내 인력을 사용하면 제대로 된 방역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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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쪽은 21일 오후 병원장 주관으로 온라인 화상회의를 여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병원 쪽 관계자는 “감염 초기에 직원들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인력배치와 방역·소독 등에 관해서는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은 이날부터 “원내 확진자 추가 발생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외래·응급실 진료를 재개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