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 4·10 총선 사전투표소인 덕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4·10 총선 사전투표소인 덕계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견된 불법 카메라. 연합뉴스

4·10총선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40대 유튜버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경찰이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사전 투표소에 카메라 설치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명확한 규정이 선거법에 없어 실제 혐의 적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천 논현경찰서는 2일 유튜버 ㄱ씨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과 관련해 “쉽지는 않겠지만 단정하지 않고 있다”며 “검토 단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논현서는 ㄱ씨에게 건조물침입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뒤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쪽에서는 경찰이 적용할 수 있는 혐의로 공직선거법에 적시된 ‘선거의 자유방해죄’를 꼽았다. 공직선거법 237조(선거의 자유방해죄)는 “집회·연설 또는 교통을 방해하거나 위계·사술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의 자유를 방해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 때문에 국민이 사전투표소에 가는 것에 대해 겁을 내고 위축된다면 선거의 자유방해죄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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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여러 차례 다뤄본 법조인들은 해당 죄목 적용에 대해 회의적이다. 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우현 변호사는 “불법 카메라 설치가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직접적인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쉽지 않다. 혐의가 적용된다면 법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촬영 사실이 알려지게 해 사전 투표 행위에 지장을 초래할 의도가 처음부터 있었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홍완식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심리적으로 투표를 못 하게 만드는 것을 선거의 자유 방해로 처벌한다면 유사 사례가 너무 많아져서 오히려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의 이승기 변호사는 “불법 카메라 설치는 명백히 불법적인 행위이지만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유형의 선거 관련 범죄가 나타나는 것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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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카메라 설치 사건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 선거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인천경찰청 수사2계가 지휘를 맡고 있다. ㄱ씨는 이달 초부터 최근까지 전국 각지 사전투표소 등 40여곳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