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과 관련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민간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 성남/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는 어떻게 대장동 개발사업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그가 2015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건 판결문에 그 과정이 상세하게 언급돼 있다. 대장동 특혜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남 변호사는 당시 법정에서 민간개발을 위한 로비 혐의를 부인하며 ‘자신은 돈세탁을 해줬을 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공공개발 저지’ 로비 명목 8억3천만원 받은 혐의

2015년 6월 수원지검 특수부(부장 이용일)는 ‘엘에이치(LH·당시 한국토지공사) 주도 개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로비자금 명목으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씨세븐’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8억3천만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로 남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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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남 변호사가 국토해양위 소속 정희수 의원실 권아무개 보좌관과 국토해양위원장이던 이병석 의원, 에스디(SD·이상득 의원)를 잘 알고 있다. 이들을 움직이고 국토해양위와 엘에이치에 민원을 넣으면 엘에이치가 (공공개발) 사업에서 손을 떼게 할 수 있다’며 이씨로부터 15억원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남 변호사는 15억원을 법률자문용역비 명목으로 받기로 했고, 실제 2009년 12월~2010년 5월 네차례에 걸쳐 이 대표에게서 8억3천만원을 송금받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아울러 이씨로부터 같은 내용의 청탁과 함께 2억원과 13억8천여만원을 받아챙긴 신영수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동생과 2009년 당시 엘에이치 이사였던 윤병천 고양도시관리공사 사장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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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사를 총괄한 수원지검장은 최근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진 강찬우 변호사였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천대유·천화동인'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화천대유·천화동인'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법 위반은 부인, 돈세탁 협조는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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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법정에서 검찰이 기소한 대로 ‘2009년 10~11월께 남 변호사를 소개받았고, 같은 해 11월부터 정치권 로비자금으로 8억3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남 변호사 쪽은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이 가운데 3억원은 민간 도시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구성된 자문단에 참여해 받은 변호사 비용이며, 나머지 5억3천만원은 이씨 부탁으로 현금화해줬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씨가 건넨 자금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으로 용도에 제한이 있어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변호사 비용은 세금계산서만으로도 대출금 집행 승인을 받을 수 있어 자금조성에 협조했을 뿐이라는 설명이었다. 변호사법 위반을 부인하면서, 이씨 횡령 범죄의 공범임을 자백한 셈이었다.

남 변호사는 계좌로 받은 자금을 동업관계였던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직원,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 등을 동원해 현금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씨한테서 이체받은 돈을 이들 계좌로 다시 이체하고, 인출한 현금을 건네받아 여기서 세금과 수수료를 제외하고 원금의 절반(2010년 1월 1억5천만원, 4월 1억원)을 이씨에게 되돌려줬다는 설명이었다.

변호인단에는 최근까지 딸이 화천대유 직원으로 일하고 본인은 고문으로 재직했던 박영수 국정농단의혹사건 특별검사(전 대검 중수부장)와 2천여만원을 내고 282억원을 배당받았다는 천화동인 6호 소유주 조아무개 변호사(이상 법무법인 강남), 대검 공안기획관 출신 이영만 변호사(법무법인 평안), 서울고법 판사 출신인 정헌명(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 변호사 15명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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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대장 도시개발구역에서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 관계자들이 대장동 게이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에 뛰어든 과정 담은 ‘남욱의 무죄 판결문’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나상용)는 2015년 11월 증거 불충분으로 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치권에 로비할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자체가 큰 의문”이라며 “대장동 현장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계약서를 검토하거나 주민들에 대한 법률상담, 소송을 수행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국회의원 보좌관을 통해 국감 자료 등을 입수한 행위만으로 공무원 사무에 청탁 또는 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와 남 변호사 관계를 설명해줄 두 사람 사이 소개자인 정아무개씨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이씨가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대출과정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 등의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검찰 기소내용과 달리 현장에 상주할 법조인으로 당시 변호사 2년차였던 남 변호사를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과정도 언급돼 있다. 

씨세븐 대표 이씨는 2009년 10월과 11월 두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대장동 민간 도시개발구역 지정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엘에이치의 공영개발 제안을 수용해 절차 진행 중이어서 중복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반려돼 ‘탈출구’가 절실한 상태였다. 이때 이씨는 정영학 회계사, 민아무개 감정평가사, 정아무개 법무사 등으로 자문단을 구성했고, 이들은 거의 매일 대장동으로 출근해 이씨의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조언했다고 한다. 11월 이씨와 만나 변호사 자문계약을 체결한 남 변호사도 대장동으로 출근하며, 자연스레 이 자문단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자문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함께 대장동 개발 밑그림을 그렸으며 천화동인 5호에 5581만원을 투자해 644억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또 최근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통화한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자산관리사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을 차량에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연결해준 ‘은인’인 전임 대표 고소 

하지만 그해 연말 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대출 만기가 도래했지만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고, 이씨는 씨세븐 지분을 내놓고 대표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된다. 김아무개씨가 사업권을 이어 받았지만 대출 만기연장 연대보증을 거부하면서 사업권은 또다시 남 변호사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법률자문이라는 지원업무로 시작해 얼마 안돼 대장동 사업의 몸통이 된 셈이다. 이때에도 정영학 회계사와는 계속 관계를 이어갔고, 천화동인 4호와 5호로 나란히 참여해 훗날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씨세븐 이 대표는 결과적으로 남 변호사에게 대장동 개발사업을 안내해준 은인이었지만, 두 사람은 곧 법정 다툼을 벌인다. 2011년 6월 대장동 사업권을 자신이 인수한 뒤에도 씨세븐(훗날 다한울) 명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던 이씨를 남 변호사가 주거침입 내지 퇴거불응으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돈과 이익 앞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비즈니스 상황이었지만, 이런 ‘독한 처신’은 훗날 남 변호사에게 도움이 된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던 재판부가 “고소한 그 무렵부터 피고인(남 변호사)과 이씨는 적대적인 관계로 지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가 남 변호사를 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죄 판결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에게 로비자금을 줬다고 진술한 이씨는 유죄가 인정돼 2016년 1월 징역 3년 선고받았다. 하지만,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남 변호사는 2016년 3월 항소심에서도 승소하고, 검찰의 상고포기로 최종 무죄가 확정된다. 당시 남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은 현재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가운데 한 명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다.

김기성 이정하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