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6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입장문을 발표한 뒤 민간보조 및 민간위탁 지원현황 자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를 뒤흔든 ‘엘에이치(LH)사태’를 배경으로 10년 만에 화려하게 서울시로 컴백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5개월을 넘겼다. 시의회와의 협치를 강조하면서 첫발을 떼더니, 선거 때와 달리 전임 때 확정됐던 광화문광장 개조를 이어가기로 했고 유치원 무상급식 추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무상급식은 퍼주기”라며 시의회와 대립각을 세우고 사퇴까지 감행했던 과거 ‘독불장군’ 이미지와는 거리를 둔 행보들이었다. 또 시청 공무원들을 대하는 태도도 온건하하고 노련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오 시장은 ‘10년 전 오 시장’에서 얼마나 변한 걸까.

조전혁·박기성·김현아…색깔 있는 인사들

오 시장 복귀에 가장 불안해했던 이들은 서울시 공무원들이다. 10여년 전 시장 재직 시절 ‘3% 퇴출’ 룰 등으로 시 공무원들을 단단히 잡도리를 했기 때문이다. 대면보고 과정에서 인격적 모멸감을 느꼈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광고

하지만 오 시장 취임 직후 인사는 기존 보직 경로를 존중하는 선에서 이뤄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1급 공무원 6명을 부시장으로 승진하거나 재신임한 게 대표적이다. 서울시 한 직원은 “직원들 말을 잘 들으신다. 하위직일수록 인기가 높으시다”고 평가했다. 한 과장급 간부는 “예전과 달리 선거공약 등 일부 분야만 챙길 뿐 나머지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차별화하고 싶은 대목에서는 본인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지난 6월 서울시 혁신·공정교육위원장에 ‘강성 우익’으로 알려진 조전혁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한 게 대표적이다. 조 전 의원은 엠비(MB) 시절 전교조 등과 극한 대립을 이어갔고, 법원 판결을 무시하면서까지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를 강행해 억대 배상금을 물기도 했다. 그런 조 전 의원 임명에 전교조·교사노조 등은 물론 교육 관련 파트너인 서울시교육청도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광고
광고

본인이 ‘야인’시절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면서 들고나왔던 ‘안심소득’ 정책을 구현할 총괄로 임명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도 논란의 인물이다. 박 교수는 근로기준법을 최소한만 남기고 근로 제공·사용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자유주의 노동론’을 편 학자로, 탄핵 정국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극우 언론인’ 정규재씨가 만든 <팬앤드마이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민간 건설사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건설산업연구원 출신인 김현아 전 미래한국당 의원을 서민들의 주거복지를 책임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에 임명했던 것도 오 시장이었다.

광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서울시장-서울동행 봉사자 매칭데이' 참석 청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서울시장-서울동행 봉사자 매칭데이' 참석 청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이 서울시를 보는 잣대, ‘도시순위’


“약간이 아니라 많이 떨어졌다. 도시경쟁력은 11위에서 17위로, 금융경쟁력은 10위에서 25위로 떨어졌다. 10년 전 20위권에서 10위로 올려놨는데, 이렇게 떨어진 것은 충격적이다”(8월17일 <한국일보>인터뷰)
“앞으로 5년 동안 서울을 세계 5위 글로벌 도시로 끌어올리는 데 전념할 겁니다”(8월22일 <신동아> 인터뷰)

국제 도시순위는 전임 박원순 시장 시절(2011∼21년) 서울시정을 비판할 때마다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다. 지난 13일 전임 시장 시절 “서울시가 시민단체 에이티엠(ATM)기로 전락했다”고 원색 비난할 때도 이 이야기를 근거로 삼았다. 당시 오 시장은 “시민단체들은 행정비용이라고 표현하지만, 인건비·사무실 운영비·교통비 등으로 (예산의) 50% 이상을 쓴다. 행정비용이 40% 밑으로 들어가야 그런대로 합리적이라고 국제사회가 인정한다. 심한 경우에는 60%, 70%까지 올라간다. 그게 과연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문제는 도시순위가 올림픽의 금·은·동메달처럼 객관적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 시장이 지난 8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인용했던 ‘17위’라는 순위는 올해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법인세를 인하하라”며 미국 컨설팅사 에이티(AT)커니의 보고서를 선별해 인용한 것이다. 특히 해당 보고서의 원문을 보면 에이티커니는 해마다 평가항목이 달라지며, 올해는 ‘유니콘 기업(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가 있는 비상장 기업)의 수와 의과대학의 수 등의 항목이 추가됐다고 밝히고 있다. 몇년 전보다 ‘올랐느니, 내렸느니’를 따질 수 없는 고무줄 순위였던 셈이다.

또 본인이 시장으로 복귀한 뒤인 올 7월 서울시가 공식 발표한 도시경쟁력 순위 11위(영국 <모노클>지 발표)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 ‘처음으로 20위안에 포함됐다’고 자화자찬해 놓고 얼마 안 돼 “충격”이라며 시장이 시 공식 자료까지 부인한 것이다.

서울시 한 간부는 “과거 재직 때도 ‘해외 상을 받아와라’, ‘국제기구를 만들어라’라는 주문이 많았다. 근데 그게 서울시민의 삶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말 옛날 사람이다. 순위 지상주의, 외국 지상주의에 매몰된 사고로 국내 기준이나 판단을 하찮게 여기는 성향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IMAGE3%%]

10년 전 ‘무상급식’이 자꾸 소환되는 이유

상당수 시민들은 오세훈, 하면 무상급식을 떠올린다. 2011년 서울시장을 중도에 사퇴할 때 명분이 무상급식 반대였기 때문이다. 이때 독불장군이라는 강력한 이미지를 남겼던 오 시장은 컴백 뒤 서울시의회와의 협치를 강조하자,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별하기 위한 수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일 본회의에서의 시의회와의 충돌은 둘 사이 관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려놓았다. 당시 오시장은 발언 기회를 안준다며 항의하다가 퇴장해 1시간 50분가량 본회의가 중단됐다. 이경선 시의원이 오 시장 개인 유튜브 채널인 ‘오세훈 티브이(TV)’ 제작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시장-시의원들 간의 말다툼이 오갔는데, 이 과정에서 오시장이 사회자(부의장)에게 발언권을 얻지도 않은 상황에서 발언대에 올라 “마이크를 켜달라”고 시위한 것이다.


오 시장 : 부의장님, 마이크 좀 켜 주십시오.
김기덕 부의장 : 다음 기회에 하시죠.
오 시장 : 아닙니다.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시차가 있으면 오해가 생깁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저한테 묻지 못하십니까?
김 부의장 : 지금 질문이 종료됐고 답변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 규칙상 그렇습니다. 다음에 다른 발언을 통해서 한마디 하십시오.
오 시장 : 그렇지 않습니다. 이 자리에서 지금 기회를 주셔야 오해가 풀립니다. 이런 식의 시정 질문을 한다면 앞으로도…….
김 부의장 : 그리고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으로서 원칙을 지켜야 되기 때문에…….
오 시장 : 이것은 언페어(unfair)합니다, 부의장님.
김 부의장 : 그러면 제가 잠시 후에 회의는 마치고, 또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수가 있으니까…….
오 시장 :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반칙입니다. 무엇이 자신이 없어서 여기서 끝마치십니까?
김 부의장 : 시장님 들어가시죠.
오 시장 : 저 이렇게 하면 이후에 시정 질문에 응하지 않겠습니다. 저 퇴장하겠습니다.

서울시의회 기본 조례(제52조)는 ‘시장 및 교육감 또는 관계 공무원 등이 본회의나 위원회에서 발언하려고 할 경우에는 미리 의장 또는 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시장이 시 조례를 대놓고 어긴 셈이다.

또 오 시장과 시의회는 발언 기회를 주고 대신 시장은 퇴장에 사과하는 선에서 합의해 본회의가 속개됐지만, 오 시장은 되레 시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당시 오 시장은 시의회에 “바람직한 시정 질문 아니다. 엄중히 항의한다. 추후 이런 일 다시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뒤끝 발언을 쏟아냈다.

광고

국회에서 국무위원이나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이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일 김인호 시의회 의장은 “오 시장은 발언권을 얻지도 않고 당장 발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며, 뒤에 발언 기회를 주겠다고 재차 설명하는데도 협박에 가까운 떼쓰기로 회의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며 “조례를 위반했을뿐더러, 약속을 어기고 시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과거 시장 재직시절에도 무상급식을 놓고 시의회와 대립하던 기간(2010년7월∼2011년8월) 시의회의 출석 요구에 절반 이상 응하지 않기도 했다. 무상급식이 또 소환되는 이유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시의회를 ‘수준 떨어지는 불량배’ 정도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