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사진작가 라규채씨. 담양군청 제공
대나무 사진작가 라규채씨. 담양군청 제공

죽향인 전남 담양에서 30여년 동안 대나무를 찍어온 사진가 라규채(58)씨가 미국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라씨는 1~1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아트헬릭스 갤러리(Arthelix Gallery)에서 ‘소환된 기억의 재현’(Reappearing Memories)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단체전에 참가하고 있다.

라씨는 사진가 12명이 동참한 이번 전시에 가로 306㎝, 세로 115㎝ 규모인 ‘대나무 18’과 ‘대나무 27’, ‘대나무 38’ 등 연작 3점을 출품했다. 출품작들은 라씨가 일관되게 작업해온 공(空) 시리즈(Emptiness Project)의 일부로 텅 비어 있는 대나무로 동양의 선(禪)을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라씨는 여섯 번째 뉴욕 전시에 참여했다. 라씨는 지난 2013년부터 뉴욕에서 활동 중인 설치미술가 마종일씨의 추천으로 전시에 참여해왔다.

광고

라씨는 “모든 물질의 근본인 ‘공’을 보여주려 시도했다. 형상과 중량이 존재하지 않는 바람을 매개로 댓잎이 사라짐과 드러남을 반복하는 것을 통해 우주의 본질인 ‘공’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평론가 진동선씨는 “라씨의 사진은 대나무의 형(상)과 색(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진리의 형색에 다가선다. 대나무를 하나의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의 흐름 속에 놓인 ‘공’으로 인식했다. 흔들림을 통해서 사물의 실체 없는 어떤 것, 즉 본질과 근원의 우주적 리듬인 ‘미세하게 흐르는 파동과 진동’을 찾는다”고 평가했다.

광고
광고

라씨는 “30년 동안 대나무를 찍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전통적 문인화처럼 화면에 여백을 주거나, 카메라로 묵죽을 표현하는 방법을 완성하는 데 정성을 들이겠다”고 다짐했다.

라씨는 91년부터 담양군청에 근무하며 전문적으로 대나무 사진을 천착했다. 지난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펼친 ‘바람, 대숲에 들다’전을 비롯해 지금까지 개인전을 13차례 열고 국내외 단체전에 150여 차례 참여했다. 또 2010년 ‘사진,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고, <한국의 얼이 담긴 담양 대나무밭> <대나무(Bamboo) 공(空)에 미친(美親)다> <대나무골 누정> 등 사진집 6권을 펴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미국 뉴욕 한국문화관, 조계사, 무각사 등지에도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