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태백시가 시내 곳곳을 뒤덮고 있는 펼침막 철거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태백시는 “시내에 걸려 있는 ‘귀금속산업단지 유치 찬성’ 펼침막 철거 여부를 8일까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지금 태백 시내에는 ‘환영, 영풍 귀금속산업단지 투자양해각서 체결’, ‘영풍 유치로 지역경제 발전 앞당긴다’ 등의 내용이 담긴 펼침막 300여개가 걸려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상 모두 불법이다.
이 펼침막은 지역현안대책위원회(현대위)가 지난달 23일 일제히 걸었다. 그동안 태백시에선 현대위가 내건 펼침막은 자진 철거 때까지 단속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현대위는 태백을 대표하는 범주민단체 연합기구로, 폐광지역 경제 회생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공익적 성격의 활동을 편다고 봤기 때문이다. 현대위는 정부나 강원랜드 등을 상대로 대체산업 육성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을 펼칠 때마다 200~300여개의 펼침막 물결을 선보였다. 현대위의 펼침막에 시민들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현대위가 귀금속산업단지 유치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섰지만, 산업단지 조성 예정 지역 주민들은 “환경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단체를 꾸리고 태백시에 “불법 펼침막을 철거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창식 영풍석포제련소 유치반대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겉으론 귀금속산업단지라고 하지만 실상은 환경오염 우려가 큰 제련소다. 인근 주민들로선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등 외부와의 투쟁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현대위가 지역 안의 문제까지 개입해 일방적인 주장을 한다면 주민 갈등을 조장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대근 현대위 사무처장은 “지역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유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보고 펼침막을 내걸었다. 내부 논의를 거쳐 펼침막 철거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중간에 낀 태백시는 두 쪽 눈치를 보고 있다. 태백시청 도시건축과 관계자는 “불법 펼침막인 것은 맞지만 철거하기도, 안 하기도 난감하다. 일단 민원이 제기된 만큼 현대위 쪽과 협의해 자진 철거하는 쪽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