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 서면 중앙대로 바닥에 ‘송박영신’(박근혜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음) 그림과 글이 적혀 있다. 김영동 기자
31일 부산 부산진구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 서면 중앙대로 바닥에 ‘송박영신’(박근혜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음) 그림과 글이 적혀 있다. 김영동 기자

올해 마지막 날 부산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들이 켜졌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31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의 서면 중앙대로에서 ‘박근혜 퇴진 9차 부산시국대회’를 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국대회에는 5만50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경찰은 오후 7시 기준 4000명으로 집계했다.

시국대회는 가수 김장훈씨와 지역 밴드 등의 공연으로 흥겨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쥬디스태화쇼핑몰 바로 앞 도로 바닥에는 분필로 그려진 촛불 그림과 ‘송박영신’(박근혜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음) 글자가 눈에 띄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재벌 총수들의 뇌물 수사,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을 요구하는 행사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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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국대회에 앞서 시민들과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조 교수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끝까지 기회를 꼭 붙잡고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부산이 바뀌면 역사가 바뀐다. 내년에도 촛불을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시국대회 본 행사에서 김종민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권을 촛불이 무너뜨렸다. 시민의 힘이다. 올해를 보내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 보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세우자. 자유·정의·평등이 넘치는 새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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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9차 부산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31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9차 부산시국대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저녁 7시18분께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까지 4.4㎞를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앞세워 일본영사관 앞 행진 금지통고처분했지만, 부산지법이 예외적 허용 사유에 해당한다며 경찰의 금지통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행진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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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이 밤 9시께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근처에 도착하자, 소녀상 제막식이 시작됐다. 앞서 이날 오후 6시께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운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제막식 무대 위치를 두고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3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모인 시민들. 부산경찰청 제공
31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서 모인 시민들. 부산경찰청 제공

밤 9시14분께 시민 대표 13명이 소녀상을 덮은 천을 걷어내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유영현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장은 “부산 시민과 국민이 소녀상을 세울 수 있도록 힘써줬다. 12·28 합의를 폐기하고, 한·일 역사를 바로 세울 때까지 국민이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막식이 끝난 밤 10시9분께 집회를 마쳤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