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날 부산에서는 박근혜 정권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들이 켜졌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는 31일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쇼핑몰 근처의 서면 중앙대로에서 ‘박근혜 퇴진 9차 부산시국대회’를 열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국대회에는 5만5000여명(주최 쪽 추산)이 모였다. 경찰은 오후 7시 기준 4000명으로 집계했다.
시국대회는 가수 김장훈씨와 지역 밴드 등의 공연으로 흥겨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쥬디스태화쇼핑몰 바로 앞 도로 바닥에는 분필로 그려진 촛불 그림과 ‘송박영신’(박근혜 대통령을 떠나보내고 새해를 맞음) 글자가 눈에 띄었다. 또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재벌 총수들의 뇌물 수사,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파기 등을 요구하는 행사도 열렸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국대회에 앞서 시민들과 토크 콘서트를 열었다. 조 교수는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끝까지 기회를 꼭 붙잡고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 부산이 바뀌면 역사가 바뀐다. 내년에도 촛불을 이어나가자”고 말했다.
시국대회 본 행사에서 김종민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권을 촛불이 무너뜨렸다. 시민의 힘이다. 올해를 보내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 보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직접 세우자. 자유·정의·평등이 넘치는 새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자”고 말했다.
저녁 7시18분께 집회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제막식이 열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까지 4.4㎞를 행진했다. 앞서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앞세워 일본영사관 앞 행진 금지통고처분했지만, 부산지법이 예외적 허용 사유에 해당한다며 경찰의 금지통고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행진이 가능하게 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밤 9시께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근처에 도착하자, 소녀상 제막식이 시작됐다. 앞서 이날 오후 6시께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세운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제막식 무대 위치를 두고 경찰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밤 9시14분께 시민 대표 13명이 소녀상을 덮은 천을 걷어내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유영현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장은 “부산 시민과 국민이 소녀상을 세울 수 있도록 힘써줬다. 12·28 합의를 폐기하고, 한·일 역사를 바로 세울 때까지 국민이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제막식이 끝난 밤 10시9분께 집회를 마쳤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