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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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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 뒤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이주민 혐오가 노골화하는 가운데 직장·군·길거리 등에서 이주민 괴롭힘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29일 군인권센터가 피해자 쪽 동의를 받아 밝힌 내용을 보면, 경기도 고양시 육군 부대 소속 ㄱ일병은 지난 4월23일 밤 부대 생활관 2층에서 뛰어내려 허리에 중상을 입었다. 해당 병사는 중국인 아버지와 탈북민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어머니를 따라 한국 국적을 얻은 이주배경 청년으로, 지난해 12월 육군에 입대한 뒤 동료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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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내용을 보면, 포병부대에 배치된 ㄱ일병은 다른 병사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듯 혼나는 일이 빈번했고, ‘짱×’(중국인 비하 용어), ‘짭코리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ㄱ씨는 부대 내 따돌림과 괴롭힘에 대해 수차례 해결을 요구했으나 포대장 등 부대 간부들은 “이 정도론 처벌이 어렵다”, “가해자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더 힘들다고 하더라”며 처벌을 무마하려 했다는 게 군인권센터 쪽 설명이다.

최근 전남 나주 벽돌 공장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를 지게차에 묶고 괴롭힌 사례에서도 보듯 이주민 괴롭힘은 직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거리에서는 이주민 혐오 시위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보수 성향 유튜버 ‘리버튜브’를 비롯한 극우 단체 관계자 등 약 30명은 중국 출신 이주민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중국인 추방”, “조선족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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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극우 단체로 분류되는 ‘자유대학’이 지난 4월1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인근에서 혐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대학 유튜브 갈무리
대학생 극우 단체로 분류되는 ‘자유대학’이 지난 4월17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양꼬치 거리’ 인근에서 혐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유대학 유튜브 갈무리

관련 단체들은 우리 사회에 쌓인 혐오가 직접적인 폭력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관련자 처벌과 함께 근본적으로 혐오 표현부터 막을 수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 24일 성명에서 “나주 벽돌 공장에서 벌어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폭력, 인권 탄압의 사례가 종합적으로 폭발된 사건”이라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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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ㄱ일병)가 속한 중국 혹은 북한 출신은 물론,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에 대한 혐오와 차별 또한 만연해 있다”며 “이에 대한 경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최근 군인권센터 상담을 통해 베트남이나 미국 출신 장병에 대해서도 차별이 접수되고 있으며, 혐오 표현의 수준도 다문화가정 출신자의 부모를 모욕하거나 성적으로 희롱을 하는 수위까지 다다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처벌을 동반한 근본적인 혐오 표현 규제 규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