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주의자’ 펴낸 서울 양천구 온수진 공원녹지과장
“공원은 도시의 빈틈 같은 곳이에요. 회색빛 도시에 이런 빈틈이 있어야 도시인들이 숨을 쉬고 살 수 있어요.”
온수진(51) 서울시 양천구 공원녹지과장은 공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을 하고 있다. 25년간 공원 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월드컵공원, 선유도공원, 남산공원, 관악산, 노들섬 등 녹색 현장을 다녔다. 그가 공원의 계절별 풍경, 탄생과 진화 과정 등에 관한 칼럼집 ‘공원주의자’(한숲)를 펴냈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저자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공원의 관점에서 세상 모든 문제를 보는 ‘공원주의자’라고 부른다. “25년간 공원만 보고 살다 보니까 모든 게 다 공원으로 보여요. 공원이라는 안경으로 세상을 본다고 할까요. 예를 들면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원에서는 뭘 해야할까 생각해요. 무엇보다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공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요. 그런 생각들을 모아 책 ‘공원주의자’에 담았어요.”
‘공원주의자’에는 그가 지난 1년 반, 공원에서 바라본 계절의 변화에 따른 공원 풍경이 담겨 있다. 코로나19와 포스트 팬데믹, 지진, 대형 산불 등에 대응하는 공원의 과제에 대한 고민도 녹아 있다.
기후위기 시대 녹색 공간인 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저자는 공원이 품은 치유력에 주목한다. “인간이 자연의 일원임을 잊지 않으면서 자연 속에 머물고 식물을 키우며 관계를 맺는 것이 녹색 치유죠. 우리는 사람, 자연, 공간과 서로 연결될 때 살아갈 수 있어요. 연결만이 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공원을 단순한 시설이나 공간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의 ‘반려공원’이라고 부른다.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분노가 일 때 공원에 가요. 아무 이유 없이 찾아가는 곳도 공원이고요. 공원은 도시에 속하면서도 고요하며 여유롭고 느슨하며 평화로워요. 그곳을 천천히 걸으면 생각이 다 정리되는 것 같아요. 참 묘하죠.”
그가 생각하는 좋은 공원은 어떤 곳일까. “그늘 깊은 숲이 있는 곳이 좋은 공원이라 생각해요. 좋은 숲에는 걷기 편하고 안전한 좋은 길이 있고, 좋은 길에는 적절한 위치마다 좋은 방향으로 앉아 쉴 수 있는 좋은 의자가 있어요. 숲과 길과 의자는 좋은 공원의 기본입니다.”
그는 공원에 걷기 좋은 산책길을 만들고, 쉴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한다. 공원에 의자를 하나 설치하는 것도 단순하지 않다. 1인용, 다인용 등 다양한 의자를 배치하고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부족한 수량을 추가하고 적절한 형태로 바꾸고 적정한 위치로 옮긴다. “서울 도심에는 벤치가 많지 않아요. 카페를 제외하고는 길거리에 앉을 수 있는 곳은 버스 정류장밖에 없어요. 공원에도 벤치가 많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벤치 수요가 많죠. 풍경이 좋은 곳에 벤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거나 조금 더 세련된 디자인의 벤치를 만들어달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들어와요. 이런 목소리들이 모여 공원을 만들고 변화시켜요. ”
공원은 세상이 바뀌는 만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자원봉사단을 꾸려 공원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공원의 친구들’을 만들었다.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도시에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게 연결과 커뮤니티라고 생각해요. 시대 필요에 따라 공원도 진화하고 있어요.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요.”
그는 집 주변에 어떤 공원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권한다. 지난해 1월 기준 서울에는 공원 2979곳이 있고 서울 전체 면적(605.21㎢)의 28%(173.02㎢)가 공원이다. “집 가까이에 어떤 공원이 있는지, 어떤 산이 있는지를 잘 둘러보세요. 동네에 자주 다니는 길 말고 다른 길을 가보며 주변 공원을 찾아보는 겁니다. 그 공원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것도 중요해요. 풍경이 좋은 곳, 혼자 앉아 쉬는 공간, 활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곳 등 자신의 취향 따라 공원에서 나만의 포인트를 찾아보세요.”
그는 올해 또 다른 공원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단다. “공원을 다룬 책이 의외로 별로 없어요. 조경 등 단편적으로 나온 것들은 있지만요. 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원에 대해 종합적으로 설명해주는 책을 쓰고 싶어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