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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는 잘렸지만, 잘 먹고 잘 긁어요…장애 앵무의 슬기로운 생활

등록 :2021-09-13 14:42수정 :2021-09-13 15:30

[애니멀피플]
조약돌과 혀로 잃은 한쪽 부리 대신해 깃털 다듬어…“혁신으로 상황 대응 뛰어난 지적 능력” 평가
길게 아래로 구부러진 부리를 잃은 케아앵무가 윗 부리 대신 혀로 물체를 물고 있다. 깃털을 다듬을 때는 맞춤한 크기의 조약돌을 물어 이용한다. 아말리아 배스토스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길게 아래로 구부러진 부리를 잃은 케아앵무가 윗 부리 대신 혀로 물체를 물고 있다. 깃털을 다듬을 때는 맞춤한 크기의 조약돌을 물어 이용한다. 아말리아 배스토스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뉴질랜드 남섬의 고산지대에는 이곳 고유종 케아앵무가 산다. 몸길이 48㎝의 큰 몸집에 아래로 구부러진 길고 큰 부리가 눈에 띄는 멸종위기종이다. 한때 이 부리로 양을 죽인다는 오해를 받아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케아앵무의 부리는 먹이를 찾고 깃털을 다듬어 기생충을 제거하는 데 꼭 필요하다. 그런데 2013년 위쪽 부리를 잃은 어린 케아앵무가 발견돼 크라이스트처치의 남섬 야생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브루스란 이름의 8살 난 이 앵무한테서 다른 동물에서는 보기 힘든, 도구를 이용해 장애를 이긴 행동이 발견됐다.

야생 케아앵무의 모습. 큰 몸집과 길고 아래로 굽은 부리가 눈길을 끈다. 마크 워트머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야생 케아앵무의 모습. 큰 몸집과 길고 아래로 굽은 부리가 눈길을 끈다. 마크 워트머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아말리아 배스토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박사과정생 등 연구자들은 브루스의 행동을 조사해 “새들 가운데 매우 드물게 자가 돌봄을 위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까마귀와 앵무 등 ‘머리 좋은’ 새 가운데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지만 대부분 먹이를 확보하기 위한 용도이다.

사육사들이 브루스의 특별한 행동을 목격한 것은 2019년부터였다. 부리의 절반이 없어졌지만 나머지 부리와 혀를 이용해 특별히 배려한 부드러운 먹이는 물론 딱딱한 먹이도 단단한 바닥에 눌러 먹는 법을 배운 뒤였다.

브루스는 먼저 조류 사육장 바닥에 깔린 돌 가운데 적절한 크기의 조약돌을 구해 입에 넣은 뒤 혀로 굴려가며 자리를 잡는다. 이어 혀와 아래 부리 사이에 돌을 끼운 다음 깃털을 다듬었다. 혀는 잃어버린 위 부리의 누르는 기능을 하고 조약돌은 깃털의 기생충을 훑는 부리의 날카로운 날 구실을 했다.

도구로 쓸 작은 돌을 혀로 굴려가며 자리를 잡는 브루스. 패트릭 우드 제공.
도구로 쓸 작은 돌을 혀로 굴려가며 자리를 잡는 브루스. 패트릭 우드 제공.

배스토스는 “야생에서 케아앵무는 도구를 잘 사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의 장애를 이기기 위해 혁신적인 도구 사용법을 개발한 행동은 뛰어난 지적 융통성을 보여준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혁신적인 새로운 행동을 개발하는 데는 복잡한 인지능력이 필요하다”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케아앵무도 드물지만 야생에서 도구를 사용한다. 외래종 족제비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의 미끼인 달걀을 꺼내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하기도 하고 빈 덫에 막대기를 찌르며 장난을 치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브루스도 이 과정에서 윗부리 부리를 잃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케아앵무는 호기심이 많고 장난을 좋아한다. 자가 돌봄 행동도 뛰어난 인지능력에서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케아앵무는 호기심이 많고 장난을 좋아한다. 자가 돌봄 행동도 뛰어난 인지능력에서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새 가운데 자가 돌봄을 위해 도구를 사용하는 첫 사례는 이미 지난해 보고됐다. 웨일스와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코뿔바다오리가 막대기를 이용해 등과 가슴을 긁는 행동이 관찰돼 화제를 모았다(▶바다오리도 가려우면 ‘효자손’ 찾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바다오리의 사례가 일회적인 관찰이어서 일관되고 반복적인 도구 사용 행동인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의문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앵무의 도구 사용 행동을 엄밀하게 관찰했다”고 밝혔다.

관찰 결과 브루스는 조약돌을 집어 들었을 때는 거의 예외 없이 깃털을 다듬었다. 또 돌을 떨어뜨렸을 때는 대부분 그것을 집거나 다른 것을 찾아 다듬기를 계속했다.

몸단장에 쓰는 조약돌은 아무거나 집어 드는 게 아니라 깃털을 다듬는 데 적당한 크기였다. 사육장에는 비장애 케아앵무 12마리가 함께 살았는데 조약돌로 깃털을 다듬는 사례는 볼 수 없었고 물체를 집더라도 훨씬 큰 것들이었다. 배스토스는 “이런 점들에서 브루스가 위쪽 부리 없이 깃털을 다듬기 위해 찾아낸 행동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97086-w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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