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 입양이 예정된 개들은 항공편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자, 해외 입양이 예정된 개들은 항공편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동물들이 불행해지고 있다. 언뜻 의아하게 들리지만, 바이러스가 일으킨 연쇄효과는 꽤 먼 곳까지 미친다. 사람에서 비행기로 동물로 그리고 또 다른 동물로.

연쇄의 사슬의 끝에 진돗개가 있다. 진돗개 중 가장 많은 것은 ‘진도믹스견’(진돗개의 혼혈). 한국에서 가장 많은 개이자, 가장 천대받는 개이다. 진도믹스견은 구조되어 지자체 보호소로 가도, 입양되지 않고 끝내 안락사 되는 종이다. 좋은 마음을 품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에게조차 덩치 크고 혈통이 섞인 진도믹스견은 뒷순위로 쳐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정수(53)씨는 2018년 진도믹스견을 해외로 입양 보내기 위해 ‘웰컴독코리아’를 세웠다.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중·대형견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니, 그쪽으로 보내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해외 입양 뒤 보호자들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면 한결같이 웃음이 나온다. 행복한 가정에서 진도믹스견들은 드넓은 공원을 힘차게 뛰면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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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하늘길, 하늘만 쳐다보는 개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진도믹스견의 삶에 암운을 드리웠다. 항공편이 중단·축소되면서, 해외 입양길이 막혀버리고 만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한 달에 수백 마리씩 보내는 입양길이 막히자, 웰컴독코리아 같은 입양 단체들에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입양 날짜를 받아놓고, 가지 못한 개들로 보호소는 ‘만원’이 되었다. 이것은 곧 신규 구조를 하지 못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21일 경기 파주의 반려견 훈련시설 ‘웰컴포즈'를 찾아갔다. 웰컴독코리아가 개들의 해외 입양을 위해 사회화 훈련을 시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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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믹스견 ‘주주’은 식용견으로 팔릴 운명이었다. 지난해 구조되어 사회화 훈련을 마치자, 즐겁고 명랑한 진도가 되었다.
진도믹스견 ‘주주’은 식용견으로 팔릴 운명이었다. 지난해 구조되어 사회화 훈련을 마치자, 즐겁고 명랑한 진도가 되었다.

황구라고도 불리는 노란색 진도믹스견 ‘주주'가 나타났다. 처음 보는 기자에게 달려들어 안길 정도로 즐겁고 명랑한 진도였다. 주주 또한 지난 3월부터 비행 날짜를 두 차례나 받아놓고 연기해야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한 부부가 주주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정수 대표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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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제주에서 구조한 아이입니다. 한 할머니가 식용견으로 길렀는데, 방송인 이효리씨가 설득해 데려왔어요.”

당시 주주는 뜬장에 혼자 갇혀 있었다. 뜬장은 개농장에서 쓰이는 바닥이 뚫린 좁은 철체 사육상자다. 뜬장의 개들은 한 번도 밖에 나가 본 적이 없어, 처음엔 제대로 걷지조차 못한다. 사람 손을 탄 적이 없어 공격적이다. 그런 개들을 일반 가정에 보내려면 사회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사람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고, 사람과 함께 사는 법을 익히는 것이다.

‘하리’는 아직 사람이 무섭다. 학대를 받은 경험 때문이다.
‘하리’는 아직 사람이 무섭다. 학대를 받은 경험 때문이다.

조영모 웰컴포즈 대표는 “그나마 주주는 사람 손을 타서 다른 개들보다 상태가 나았다”며 건물 한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하리'를 가리켰다. 하리는 어릴 적 채운 목줄을 방치해 목 주변 피부가 괴사한 채로 구조됐다. 하리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자꾸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쳤다. 하리는 몇 달 더 훈련을 받아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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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데려온 칠복이 또한 입양 날짜가 연기된지도 모르는 듯 신나서 뛰어다녔다. 지난 3월 밴쿠버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출발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웰컴독코리아는 캐나다의 6개 단체와 연계해 입양을 보낸다. 이정수 대표가 말했다.

“5월부터는 에어캐나다가 운항한다는데, 그나마 감편이 되어서 자리가 없어요. 대한항공은 6~7월에나 풀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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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믹스견은 여전히 죽음으로…

언젠가는 하늘길이 열릴 것이다. ‘그럼 조금 기다렸다가 보내면 되지, 뭘 그래?'라고 되묻는 건 이들에게 한가한 소리다.

해외입양을 전문으로 하는 동물단체는 동물 학대로 신고된 현장이나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에 처한 개를 구조한다. 그리고 자신이 운영하는 보호소나 위탁 보호소로 개들을 데려온다. 진도믹스견을 주로 구조하는 웰컴독코리아의 경우, 충주의 ‘띵크독’에 한 달 30만원을 주고 보호를 맡긴다. 위탁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들은 웰컴포즈에 차례대로 와서 짧게는 1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의 사회화 훈련을 받고 비행기를 탄다. 여기서도 한 달 수십만원의 훈련, 보호비용이 발생한다.

웰컴독코리아는 한 달 평균 30마리를 입양 보냈다. 그러다가 3월 12마리, 4월 1마리로 줄었다. 동시에 위탁 보호소와 훈련소는 ‘만원'이 되었다. 현재 웰컴포즈에 46마리가 있는데, 이 가운데 20마리가 하늘만 쳐다보며 대기 중이다.

올 봄 밴쿠버에 가기로 되어 있던 ‘칠복이’가 경기 파주 웰컴포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정수 웰컴독코리아 대표(오른쪽)와 조영모 웰컴포즈 대표는 “해외 입양 뒤 개들이 파양되는 일이 없도록 사회화 훈련을 완벽하게 시킨 뒤 보낸다”고 말했다.
올 봄 밴쿠버에 가기로 되어 있던 ‘칠복이’가 경기 파주 웰컴포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정수 웰컴독코리아 대표(오른쪽)와 조영모 웰컴포즈 대표는 “해외 입양 뒤 개들이 파양되는 일이 없도록 사회화 훈련을 완벽하게 시킨 뒤 보낸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에서 유기견 보호소를 운영하는 ‘생명공감'도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강경미 대표는 “해외에 가기로 한 아이들만 40~50마리인데,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평소 80마리를 수용하는 보호소는 꽉 차서 90마리에 이른다. 강경미 대표가 말했다.

“한 달에 20마리 정도는 (해외로) 나가줘야 하는데, 이미 수용 가능 한계를 넘어버렸어요. 보호소가 다 차니, 구조를 못 하고 있어요. 그나마 입양이 잘 되는 사모예드 같은 품종견 중심으로 구조하는 분들이 있는데, 해외에 못 나가니까 손을 놓고 있게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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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되는 행복의 시간

물론 이것은 한국만의 특별한 현상이다. 개고기 산업의 자장 아래에서 시골 농가에서 진도믹스견이 소규모로 계속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진도믹스견은 유기되어 번식하고, 학대를 받아 지자체의 동물보호소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정수 대표나 강경미 대표는 해외 입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며 국내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안락사 직전의 개들이 안쓰럽고, 생명 하나하나가 중한 건 사실이다. 진도믹스견들이 행복을 찾는 시간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파주/글·사진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