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앞발을 들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고양이가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앞발을 들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안녕하세요. 한겨레신문 애니멀피플팀 최우리 기자입니다. 여름이 시작되고 집에서 바퀴벌레를 보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집사들은 이 바퀴벌레 때문에 조금은 고민입니다. 우리 집 냥이가 바퀴벌레를 먹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리송하다는 거죠.

‘집사의 탄생-아직도 고양이 안 키우냥’의 저자 한겨레 박현철 기자도 지난 2일 놀랐습니다. 2살인 반려묘 ’보들이’가 바퀴벌레를 먹을 뻔한 사건이 일어났거든요. 참고로, 박 기자는 2마리의 반려묘를 제 몸처럼 아끼는 집사입니다. 그런데 그의 집은 바퀴벌레뿐 아니라 거미도 사는 친환경적 환경이라고 하니…. 박 기자는 고양이들과 바퀴벌레나 파리같은 곤충이나 거미와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내 고양이 일이라 그럴 수 있지만 이성을 붙잡고 생각해보면 답은 어렵지 않습니다. 사실 곤충은 널리 알려진 대로 고단백 식품입니다. 한 생명이 골격을 갖추거나 이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영양소 덩어리인 거죠. 국제식량농업기구(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에서는 미래 단백질 공급 식품으로 곤충을 지목하기도 했고요. 국내에서는 사료관리법의 적용을 받아 밀웜, 귀뚜라미, 메뚜기, 번데기, 구더기, 장구벌레, 벼메뚜기 등은 사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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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상태의 고양이가 곤충을 얼마나 잘 잡아먹는지는 연구 논문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황미경씨의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림과학부 산림환경학 전공 석사 논문(2013)인 ‘도시와 시골에 서식하는 한국 배회고양이의 먹이 자원과 서식밀도 비교’를 보았습니다. 연구자는 10개월 동안 도시와 시골에 사는 길고양이의 614개의 배설물을 분석했습니다. 결과를 보니, 농가에서 발견된 213개 배설물 중 87개 배설물(40.9%)에서 곤충의 흔적이 나왔습니다. 아파트에서 수거한 187개의 배설물 중에는 20개(10.7%), 주택에서는 214개 중 3개(1.4%)로 그 수가 적었지만 곤충이 고양이의 장에서 나오긴 나왔습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많은 도시 고양이들과 달리 자연에서는 곤충을 먹이로 활용하는 고양이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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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구멍 미인’ 보들이가 벌레에 홀려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콧구멍 미인’ 보들이가 벌레에 홀려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읽어본 적 없어도 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적 있을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도, 고양이가 곤충을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나’님은 쥐를 잡아본 적 없는 겁많은 고양이입니다. 대신에 곤충을 사냥합니다. 한여름 매미와 사마귀를 잡아 희롱하다 한입에 먹어치웁니다.

‘나’님이 사마귀를 잡는 장면을 잠깐 볼까요. ‘나’는 치켜든 사마귀의 머리를 앞발로 툭 칩니다. 이어 사마귀의 날개를 가볍게 할큅니다. 도망가는 사마귀 뒤를 쫓아가 날개를 앞발로 누르고 잠시 망중한을 즐깁니다. 잠깐 놔주었다가 다시 찍어 누르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순간 우적우적 사마귀를 먹어치웁니다. 곤충 잡기는 고양이에게 일종의 놀이이자 운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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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잡기 놀이의 즐거움에 흠뻑 빠진 집고양이들의 무용담은 차고 넘칩니다. 세계 최초 고양이 기자인 애니멀피플의 ’만세’(신소윤 기자의 반려묘)는 곤충을 먹지는 않고 잡기만 한다고 합니다. 기자 경력 30년인 애니멀피플 조홍섭 기자의 8살 난 고양이 ‘봄비’도 사냥을 못 하게 하면 불안한 듯 금단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나방을 제일 (잡고 먹기) 좋아하는 봄비는 한창때는 하루에 나방 4~5마리씩 잡아먹은 포식자입니다. 씹을 게 있는 오동통한 파리도 잘 잡는데 모기는 먹을 게 없는지 잘 안 잡는다고 하는 미식가이기도 하죠.

혹자는 “장난치려고 사냥하는 건 곤충 학대”라고 비난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뻐라 하는 반려동물은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 다른 포유류(닭, 돼지 등)의 고기를 먹고 사는 게 반려문화의 한 단면입니다. 고양이의 곤충 사냥을 인간의 시선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요? 수의사인 오래오래 동물 영양학 클리닉 양바롬 원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바퀴벌레도 단백질 식품이다. 자연의 고양이들은 메뚜기나 나비도 잡아먹는다. 집고양이들은 바퀴벌레, 파리, 거미 등의 집안의 곤충들을 먹는 것”이라고요.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도 살충제를 먹은 바퀴벌레나 곤충은 고양이에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레이철) 카슨이 들려주는 생물농축 이야기’의 저자 심규철 공주대학교 생물교육과 교수님께도 물었습니다. 심 교수님은 “집 안에 돌아다니는 바퀴벌레를 고양이가 먹는다고요? 생물농축은 먹이사슬을 따라가면서 축적이 되는 거잖아요. (약 먹은 바퀴벌레를) 사료처럼 먹이는 게 아니라면 고양이가 집 안에서 바퀴벌레를 그렇게 많이 먹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이 있는 집에서 살충제 사용을 조심하듯, 반려인들도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적으로 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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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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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잡는 것은 고양이의 놀이 중 하나다.
곤충을 잡는 것은 고양이의 놀이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