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4월 동물자유연대가 촬영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손님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서 ‘생물’(살아 있는 개를 의미하는 업계 은어) 달라고 하면 (서로) 다 알지.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안에 가면 (도축장) 다 있어.”

중복이던 7월22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모란시장에서 만난 한 개고기 가게 주인이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입구 쪽 가게 안에서 개들이 낑낑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한 가게 안을 살펴보니 커다란 케이지 안에 4~5마리의 개가 불안한 듯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개들로부터 3m 떨어진 선반 위에는 이미 죽은 흰 개가 엉덩이를 보이고 옆으로 누워 있었다. 산 개와 죽은 개 사이에는 동그란 구멍이 숭숭 난 흰색 원통만 놓여 있었다.

죽은 흰 개의 몸 절반은 불에 그슬려 검게 변해 있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직원은 이곳을 쳐다보지 말고 어서 지나가라며 거칠게 손짓을 했다. 상인들 말을 종합해보면, 전기로 감전시켜 개를 죽인 뒤 60도 이상의 뜨거운 물에 넣는다. 이후 원통 모양의 탈모기에 돌려 털을 없애고, 잔털은 토치로 그을려 ‘작업’을 마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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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1일 찾아간 모란시장의 22개 가게 중 2곳은 여전히 도축 전의 개들을 진열하고 있었다. 두 곳은 가게 앞에 붉은 케이지를 두고 누렁이들을 넣어두었다. 벽 옆에 있는 케이지에는 누렁이 5~6마리가 바닥에 서로의 몸을 포갠 채 엎드려 있었다. 개농장주들이 주민 민원을 피하기 위해 외곽에서 개를 사육하고 있다면, 일부 개고기 상점은 순수한 손님이 아닌 사람들이 호기심에라도 그 공간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가게 앞에 ‘사진 촬영 금지’라는 빨간 표지판을 달아두었다. 그 구역은 그들의 땅이고, 허락받지 못한 이들의 자유로운 행동은 금지돼 있다.

시장의 하루는 이른 새벽에 시작된다. 13년 동안 성남시에서 개고기 도매업을 해온 ㄱ(57)씨는 새벽 3시에 나와 오후 3시면 일을 끝낸다고 했다. 90% 이상이 도매인 ㄱ씨네 가게는 “개고기 음식점에서 그날 저녁 장사하고 밤 9시나 10시쯤 개가 필요한지 아닌지 카카오톡 메시지나 전화로 주문한다. 오전 9시쯤 식당으로 배달해야 식당에서 삶고 점심장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개들은 그 전날 밤에 가게로 옮겨놓고 아침이 오기 전 ‘작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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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의 계절은 두 가지이다. ‘개장사’는 봄이 오는 4월부터 시작해 8월 더위가 물러가기 전까지가 여름이다. 여름 성수기를 빼면 나머지 시기는 비수기인데, 가장 비수기는 개고기를 먹으면 부정하다고 금기시해온 정월이다. 그리고 설이 지난 2월부터 다시 슬슬 성수기로 향해간다. ㄱ씨는 비수기에도 장사가 조금씩 되는 이유로 인구가 늘고 있는 중국 동포 때문이라고 꼽았다.

“개 소비의 30~40%는 중국 교포에서 나와요. 추석 때도 개 잡아먹고 그러는 나라라 성남시나 구로동이나 뚝섬 쪽 (중국 동포가 찾는) 식당으로 많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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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가 밝힌 한 달 순수입은 1200만원이고 이 중 ㄱ씨 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200만원 정도라고 했다. ㄱ씨가 밝힌, 식당에 납품하는 고기 값은 한 근에 3800~4000원 선으로 보통 개 한 마리를 팔면 20만원 이상을 받는다. 과거에는 평일 하루 70마리, 중복엔 200마리 정도 팔았는데 요즘은 평일 20~30마리, 중복엔 60마리쯤 판다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마진율이 8%라고 밝힌 ㄱ씨의 8월 기준 하루 매출 500만~600만원 중 수입은 하루 40만~50만원 정도, 한 달 1200만원 정도다.

이 중 동업하는 동생(400만원)과 도축을 하는 중국 동포 직원(300만원), 군대 다녀와 아버지 장사를 배우고 있는 ㄱ씨의 아들(용돈)에게 주는 인건비, 25평 가겟세 220만원을 빼고 ㄱ씨가 손에 쥐는 건 200만원 정도다. 장성한 세 명의 자녀를 둔 ㄱ씨는 성남 아닌 다른 지역의 전원주택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ㄱ씨는 “농가도 벌이가 좋지 않으니까 농가에서 직접 도축해 식당과 직거래를 하려고 한다”며 “노후 대비가 안 되니 그냥 하던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ㄱ씨는 개고기 가게를 하기 전에 17년 동안 농가에서 직접 개를 키웠다. 그 전에 하던 타일 대리점이 부도나고 요양차 성남에서 떨어진 외지로 떠났는데, 키우다 보니 늘어난 개를 파는 벌이가 괜찮았다고 ㄱ씨는 기억했다. ㄱ씨는 “한창때는 한 근에 1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농가에서 파는 돈이 2500~3000원 선이다. (농가는) 손익분기점이 3500원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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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개고기 판매점.  동물자유연대 제공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개고기 판매점. 동물자유연대 제공

성남 개고기 가게 매출은 이뿐이 아니다. 일부 가게는 흑염소 중탕 같은 건강원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말 성남시 중원구청으로부터 개가 아닌 다른 가축(흑염소 등)의 중탕 관련한 자가품질검사 미실시로 영업정지 10일을 받은 2개 업소는 각각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80만원과 50만원을 냈다. 식품위생법을 보면 연 매출 2000만원 초과 3000만원 미만이 80만원, 2000만원 미만은 50만원을 내야 한다. 2개 업소가 모란시장 가게 전부를 대표할 수 없지만 대략적인 중탕 매출 규모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상인, 종업원들이 주요 회원으로 있는 한국육견단체협의회는 현 상황을 생존권 보장 요구 중이라고 말한다. 일부 상인 중에는 “각 가게 종업원들 딸린 식구라도 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저금리 대출을 요구한다. 전국 개고기 시장의 상징이기도 한 모란시장에서의 개 전시와 도축이 불가하다는 시의 방침에 반대하는 상인 중 한 명은 “(더는 개고기를 먹지 않는) 시대의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이 장사도 길어야 5년”이라며 “성남시가 그린벨트를 해제해 (그곳에) 반려견 테마파크를 지을 수 있도록 해준다면 당장에라도 (가게를) 그만둘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