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상담센터 위기대응상담팀 김슬기 상담사가 경기 수원 자신의 집에서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임신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보건복지상담센터 위기대응상담팀 김슬기 상담사가 경기 수원 자신의 집에서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김씨는 임신으로 재택근무 중이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저희는 한마디로 총알받이예요.”

김슬기(28)씨는 ‘죽고 싶다’는 전화를 매일 받는다. 저마다 사연을 가진 이들이 1393(자살예방 상담전화)으로 전화를 걸면 김씨와 그의 동료들에게 연결된다. 김씨는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상담센터 위기대응상담팀에서 일하는 상담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인 한국에서 그는 자살 예방이라는 공무를 담당하지만, 공무원은 아니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 무기계약직으로 채용된 공무직이다. 공무원과 임금 체계나 복지 수준이 달라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한다. “급여가 적고, 경력에 따라 월급이 오르는 것도 아니라 이직률이 높아요.” 상담센터 직원들의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다. 지난 3월 김씨의 실수령액은 220만원이었다.

슬기씨가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슬기씨가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상담전화 건수가 대폭 늘었지만, 상담사 수는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된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393번으로 월평균 1만4542건의 상담전화가 왔는데, 코로나19 이전보다 60%가량 늘어난 수치다. 상담사 36명이 4조 3교대로 24시간 전화를 받고 있지만, 상담사에게 닿은 전화는 5000건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민원인들 불만도 크다.

“상담사들이 전화를 못 받아 자해했다고 탓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런 전화를 받으면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자괴감이 들어요.” 죽고 싶다는 이야기를 매일 여러번씩 들으며 감정노동을 하고 있지만, 김씨 자신의 정신건강을 돌보기는 쉽지 않다. 상담센터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상담사의 정신건강에 대한 지적을 받고서야 위기대응상담팀 소속 직원들에 한해 심리상담 2회를 지원했다.

슬기씨의 업무용 노트북에 ’돈보다 생명을’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슬기씨의 업무용 노트북에 ’돈보다 생명을’ 스티커가 붙어 있다. 박종식 기자

김슬기씨는 코로나19로 상담업무가 폭증하는 중에도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 복지부는 포괄임금계약을 맺어 기본급에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이 포함됐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상담사들은 고용노동부에 2019년 11월 임금체불 진정을 냈고 13개월이 지난 올해 1월에야 밀린 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수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