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농약으로 키웠거나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이 몸에 적절치 않다는 것을. 침팬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유기농 농산물과 비유기농 농산물 가운데 유기농산물을 선택한다.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다국적기업이 달래고 을러 인간들만이 그 해악에 눈감고 있을 따름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농약으로 키웠거나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이 몸에 적절치 않다는 것을. 침팬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유기농 농산물과 비유기농 농산물 가운데 유기농산물을 선택한다. 제국주의를 등에 업은 다국적기업이 달래고 을러 인간들만이 그 해악에 눈감고 있을 따름이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침팬지 엄마’ 제인 구달이 팔을 걷었다. 약탈적인 인간에 의해 숲이 파괴되면서 위기에 놓인 침팬지를 관찰하는 것으로는 결코 성에 차지 않음을 깨달은 그는 숲을 떠나 행동해야 할 때임을 선언했다. 노구를 이끌고 전 세계를 주유하면서 설파해온 위기의 실체를 <희망의 밥상>(사이언스북스 펴냄)이란 보고서에 담았다. 침팬지가 아닌 인류의 멸절로 이어질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인간을 향해 던지는 뼈저린 외침이다.

한입 음식을 먹을 때, 당신은 먹거리의 정체를 생각해 보았는가. 대부분 밝은 조명과 가공·포장으로 소비자의 눈을 가린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장막을 걷으면 냉동트럭이 보일 터. 북미의 가정에서 신선식품으로 간주하는 식품은 10년 전보다 25% 더 길어진 1500~2000마일을 이동해온 것이다. 이는 식품 자체의 에너지보다 밥상까지 운반하는데 드는 에너지가 더 크다는 뜻이다. 심지어 10배가 넘는 것들도 있다. 지구 온난화와 직결되는 문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사선 쬐기, 착색제 살포는 어떤가. 한걸음 더 나아가 익혀서 수확하는 유기농산물을 외면하고 때깔좋고 오래가는 유전자조작농산물을 선택하는 현실은 어떤가? 그 배후에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다국적 식품기업이 도사리고 있다!

신선도 명분 방사선 쬐고 착색

1994년 멕시코, 산마을과 골마을을 비교해 보았다. 산마을은 무농약, 골마을은 나비를 비롯한 곤충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살충제를 썼다. 아이들한테 사람을 그리라고 했다. 산마을 아이들은 간단하게 그려냈지만 골마을 아이들은 사람을 전혀 닮지 않은 도형을 그렸다. 그 아이들은 기억력과 창의력이 떨어지고, 쉽게 분노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차대전 신경가스에서 유래한 살충제는 40년 전보다 3배가 더 뿌려진다. 해충에 직접 닿은 양은 0.1%. 나머지는 다른 생물을 죽인다. 다른 생물에는 인간도 포함돼 파킨슨병을 부르고 태아는 자궁에서 죽기도 하고 선천성 기형이 되기도 한다. 살충제의 남용은 전통농법의 몰락에 따른 것. 몇해에 한번씩 논밭을 놀리는 휴경제, 해를 걸러 다른 작물로 바꾸거나 한땅에 섞어심는 농법은 증산과 편리라는 명목으로 포기된 지 오래다. 지력의 고갈과 단일경작은 병충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살충제 사용은 늘어날 수밖에. 화학비료, 제초제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꾀는 살충제를 농작물의 DNA에 집어넣어 소위 유전자조작농산물을 만들기에 이른다. 미국산 콩 81%, 옥수수 40%, 면화 73%가 그렇다. 살충제 사용이 줄어 환경에 좋다지만 그 효과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동물들은 알고 있다. 젖소는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보통 옥수수 가운데 후자를 먹는다. 야생 너구리와 사슴 역시 유기농 밭만을 골라 습격한다. 유전자변형 감자를 먹은 쥐는 면역체계와 흉선과 비장이 손상되고 간, 고환, 뇌 크기가 작다. 웃기는 것은 이 사실을 공표한 과학자는 실직되었고 과학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배후에 도사린 다국적 기업은 급기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을 특허 내 독점하려고 한다. 몬산토, 뒤퐁, 다우 등이 그들이다.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은 저개발국한테 다국적기업에 협조하라고 압력을 넣는다.

축산업도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공장식 사육장. 동물들을 사물 또는 기계로 취급한다. 닭, 오리, 칠면조, 돼지, 소 이것들 모두는 더럽기 짝이 없는 좁은 공간에서 일체의 불필요한 운동과 신진대사가 배제된 채 오로지 달걀과 고기와 우유를 생산해낸다. 닭은 부리와 발톱을 자르고 밤낮 주기를 바꾼다. 수평아리는 산 채로 빻아져 닭모이로 된다. 젖소는 젖을 더 짜내려 호르몬을 주사하고 인공수정으로 해마다 송아지를 빼낸다. 슈퍼사이즈 식용수소(벨지앤 블루)는 뼈가 약해 겨우 설 뿐더러 스스로 짝짓기도 못한다. 슈퍼돼지는 관절염, 슈퍼닭은 심장질환에 시달린다. 모두가 인간의 탐욕에서 빚어진 기괴한 현실이다. 바다라고 다를까. 가두리 양식장이 물고기의 자연 서식지를 잠식하여 어장은 황폐하고 어부들은 빈 손이다. 전세계 맹그로브 숲 40%를 양식장을 만든다며 훼손시킨 결과 지진해일 때 수천명이 죽었다. 양식새우에서는 암을 일으키는 클로람페니콜, 니트로퓨란 항생제가 나온다. 신경기능 장애는 물론 불임에 이르게 하는 수은이 해산물을 통해 유입돼 가임기 여성 21% 머리카락에서 수은이 검출됐다는 보고다.

‘침팬지 엄마’가 치를 떨 만하지 않은가. 밥상을 바꿔야 한다! 그의 외침은 절박하다.

채식주의자가 되라. 유럽의 식용가축 모두에게 먹일 풀과 곡물을 재배하려면 유럽연합 전체의 7배의 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가난한 나라의 부족한 토지가 사료를 위한 외국기업한테 빼앗겨 유럽인들은 너무 먹어서 죽고 아프리카인들은 못 먹어 죽는다. 1헥타 땅에 감자를 심으면 22명이 1년을 먹은다. 소·양을 기르면 1~2명분밖에 되지 않는다.

병아리 수컷 산 채 빻아 닭모이로

신토불이 제철 유기농 식품을 먹자. 이는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표다. 소비자와 지역공동체의 관계를 회복하는 길이다. 장거리 운송에 드는 에너지도 필요없다. 교토의정서가 목표로 한 온실가스 7% 감축은 모든 농지를 유기농으로 바꾸면 된다. 유기농이 비효율적이고 수익도 떨어진다는 말은 대기업의 선전일 뿐이다. 환경친화 농사를 짓는 미국의 농부가 기업형 농장보다 많은 소출을 낸다. 특히 가뭄과 홍수때 33~41% 소출이 많다.

패스트푸드를 먹지 말자. 우리 아이들의 학교급식에서 맥도널드를 추방하자. 이유없는 폭력의 증가, 패스트푸드 소비의 증가, 정제설탕의 섭취량 증가 등 세 통계는 밀접히 관련돼 있다. 웃기는 통계 하나. 승객들 과체중으로 2000년 항공사들은 80년에 비해 3억5000만 갤런의 연료를 더 썼단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슈퍼마켓에서, 음식점에서 물고 늘어지라. 소비자가 변하면 기업이 바뀌고 우리의 밥상이 바뀌고 우리의 미래가 바뀐다. “한사람 한사람이 차이를 만든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