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휴심정벗님글방

부르더호프의 한국배서포터즈

등록 :2020-11-10 18:26수정 :2020-11-11 10:41

크게 작게

색동옷처럼 밝고 눈부시게 빛을 발하던 단풍도 이제는 한폭의 동양화처럼 톤을 낮추어가 을의 마지막 길목에서 인사를 합니다. 단풍이 화려할때도 보는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황금색과 황토색 중간쯤의 누런잎으로 덮인 너도밤나무숲을 걷는 맛도 경박하지않은 은은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누런 나뭇잎이 하나둘씩 떨어져 숲길을 덮으면 바스락바스락거리는 나뭇잎 밟는 소리가 마음을 즐겁게하면서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라는 싯구가 저절로 입에서 맴돕니다.

숲 끝에쯤 다다르자 젊은아빠 커크가 꼬마아이들과 함께 리어카 한가득 나뭇잎을 긁어모아 담습니다. 아이들은 리어카에 올라가 낙엽을 흩뿌리고 뛰고, 밟으면서 가을의 마지막 선물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마을로 들어서자 우리 이웃이었던 루우벤도 아이들과 함께 낙엽을 긁어 높이 쌓습니다.

아이들은 나무 위로 올라가 나뭇잎 쌓인곳으로 점프하고 신나게 놀고있습니다. 르우벤가족을 지나 집가까이 오니 그곳에서도 또 다른아이들이 낙엽을 열심히 긁어모아 시간가는줄 모르고 뛰어놉니다. 프랑스의 시인인 레미드 구르몽은 “해질 무렵 낙엽의 모습은 쓸쓸하다…,발이 밟을 때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고 했는데 아마도 메이플릿지의 낙엽들은 쓸쓸하기는커녕 발이 밟을 때 간지럽다고 때굴때굴 구르면서 깔깔거리며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웃을것만 같아내입에 미소가 저절로 피어납니다.

낙엽놀이를 한참 즐기고있는 아이들 사이로 유빈이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즐기는 것이 보입니다. 유빈이는 얼마전 아는형이 스케이트보드가 망가져버리려하자 그것을 가져와 바퀴를 빼고 목공소에서 새나무보드를 만들어 바퀴를 달고 미끄럼방지테이프도 붙여 멋진 스케이트 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더니 틈만 나면 옆집 동생 그렉과 함께 비탈진 길로 나가 서는 나이드신 할머니나 아이들이 오는지, 사람들이 다치지않도록 서로 망을 봐가면서 열심히 스케이트보드를 타고있습니다. ‘쓰레기 버리기 등’ 심부름을 시켜도 군소리 하지않고한손에 쓰레기봉투를 들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신이 나서 다녀옵니다.

한창 가을의 끝자락을 만끽하고있는데 며칠 전부터 형제들이 저를 쿡쿡 찌릅니다.

“도대체 언제 할거예요?”

“이번엔 나도 꼭 초대해주세요.”

8년전 우리가 고향의 맛을 그리워할까봐 아는 지인께서 한국배나무와 감나무를 보내주셨습니다. 이곳이 너무 추워 그런지 감나무는 겨울을 나자 죽어버리고 새로 싹이 나오는데 그것도 또 겨울을 나자 또 죽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배나무는 무럭무럭 잘 컸습니다. 이곳 형제에게 부탁해 배나무 2그루를 더 구입해 정성을 다해 키워 몇 년 후 몇 개의 배가 열려 가을에 즙이 줄줄 흐르는 맛있는 배를 맛보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런던 중 그해 여름갑자기 저희 부부가 뉴저지로 4개월간 미션을 가게 되었습니다.

미션가 있는동안 많은 형제, 자매들이 저희를 위해 격려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그중 프리다할머니가 무더운 여름날 우리를 생각하면서 편지와 함께 선물을 보내왔는데 맙소사! 제가 몇 년간 기다리던 배 몇 개를 따서 보내왔습니다. 아직 다 크지도않고 익지도않은 초록의 배를 보면서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어쨌든 우리를 생각하시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에 감사하며 다음해를 기약했습니다. 다음해 드디어 배를 수확하면서 몇몇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더니 모두들 한국배맛에 마음을 빼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아내가 베티할머니에게 우리가 키운 한국배 몇개를드렸습니다. 이 할머니는 한국배맛에 너무 반해버려서 어느날 저녁 초대받은 자리에 밥 대신배를 먹겠다며 배 한 개를 챙겼습니다. 옆에 있던 딸이 자기도 조금 먹고싶어서 “엄마 제가 깎아드릴게요” 했더니 “필요없다. 과도 가져간다.” 하며 국물도 못마시게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웃음이 절로 나면서 내심 뿌듯합니다. 한국배는 달고, 아삭하고, 물이 많은 것이 조랑박처럼 생겨 물렁물렁하고 단맛이 덜한 서양배하고는 비교를 할 수 없어 이곳 메이플릿지에서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립니다.

사람들이 무슨 배냐고 물으면 제 아내는 힘주어 “Korean Pear”라고 말합니다. 그동안 미국에 살면서 아내가 한번씩 투덜댈때가 있습니다. 이곳에 오니 배추는 Chinese Cabbage로 한국의 단풍나무는 Japanese Maple로 부추는 Chinese Chives로, 꽈리는 Japanese Lantern등등 우리가 아는 많은 식물들에 중국, 아니면 일본이 앞에 들어갑니다. 우리는 미국배추, 영국상추라고하지않고 양배추, 양상추라고 부르는데 왜 다 중국배추, 일본단풍이야? 하고 툴툴거릴 때가 많았는데 이번 만큼은 이곳 사람들에게 “Asian Pear”가 아닌 “Korean Pear”라고 꼭 상기시켜줍니다. 뉴저지에도 한국배 상자 이름에 Korean Pear라고 크게 쓰여져있어 자랑스럽 기만합니다.

아미쉬마을에서도 한국배를 키워 모종을 판매하는데 이름을 88올림픽을 기리며 ‘Olympic Pear’라고 명명했습니다. 이곳 형제들이 한국배를 좋아하자 잘 아는 지인께서 이곳 아미쉬마을에서 올림픽배 모종 50개를 구매해 기부하셨습니다. 4년째 되자 한국배와 똑같은 열매가 몇 개 맺어 잔뜩 기대하고 먹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아삭하고 즙이 많은건 맞는데 단맛이 없어 밋밋하기만합니다. 무늬만 한국배였네요. 얼마나 실망스럽던지…

다음해 봄에 눈물을 흘리며 나무를 모두 잘라버렸습니다. 그리고는 가지고있던 진짜 한국배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접붙였습니다. 올림픽배를 판매하는 아미쉬사람에게도 무늬만 한국배지 진짜 한국배가 아니라고하자 우리가 키우는 배를 먹어보고 싶다면서 내년 봄에 우리 배가지를 접붙여보겠다고합니다. 열매를 맺기까지 또 3년을 기다려야해서 마음이 쓰라리지만다행히 접붙인 나무들이 잘자라고있어 한국배들이 주렁주렁 달릴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년 한국배 맛을 맛본 형제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한국배 서포터즈가 생겼습니다. 서포터즈라해서 별달리 도와주는 것은 없고 ‘한국배 최고’ 라고 엄지척 해주는것만으로도 회원가입(?)이 됩니다. 작년엔 저녁에 한국배서포터즈부부들을 집으로 초대해 한국배파티를했습니다. 수확한 것중에 가장 큰 것 두 개를 보여주며 제가 장난기로 “여기있는사람 중에 누가 이배를 수확하는데 도와주었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거름다 만들었는데…” 공동체 거름 만드는티모시가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티모시가 제일 먼저 시식을 해야겠네요.”

“나는사슴 들어오지말라고 울타리 칠 때 도왔는데...” 앤드류가 말합니다.

“그것도 중요하네.”

그러자 나와 함께 일하는공장장 마틴이 말합니다.

“나는 매번 배나무를 지나가면서 잘 자라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어요.”

그러자 모두들 깔깔깔 웃으며 졌다면서 먼저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름만 한국배서포터즈인줄알았는데 모두들 진짜서포터즈들이었네요.

배파티를 마무리하면서 아내가 사다리가 그려진 화이트보드를 가지고와서는 모인사람들에게번호를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사다리타기를 처음 보던 형제들이 의아해하자 자세히 설명합니다. 사다리 끝에는 어떤 것은 배가 3개, 어떤 것은 배가 2개, 1개, 그리고 빼놀수없는‘See you next year!’가 붙은 꽝! 모두들 게임을 이해하자 배 3개를 가지리라는 부푼 마음으로 큰소리로 번호를 부릅니다. 영광의 주인공은 에릭네부부, 배 3개를 얻어가며 싱글벙글 입이귀에까지 걸립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 데릭은 꽝이 되고말았네요. 파티가 끝나고 모두들즐거운 마음으로 돌아가는데 데릭이 내게말합니다.

“내가 꽝되서 정말 다행이야. 다른사람이 됐으면 그사람들 너무 슬퍼했을거야.” 진심으로 말하는 데릭의 마음이 느껴지자 아내가 남겨두었던 배 2개를 꺼내 몰래넣어줍니다.

다음날 공장에 일하러가자 어떻게 알고들었는지 여기저기서 많은형제들이 찾아와 자기는 왜뺐냐며 정말 재미있었겠다며 부러워합니다. 올해도 배가 채 익기도전에 형제들이 배파티 언제 할거냐며 푹푹 찔러대고 갑니다.

형제들의 등쌀에 못이겨 올해는 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Koran Pear Evening”을 하기로했습니다.

저녁에 하는 행사라 고등학생 이상으로 모여도 280명정도가 모이는데 한국배와 함께 이곳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밥과 만두를 함께 제공하기로하고 한쪽 구석엔 내가 좋아하는 초밥 코너도 만들기로했습니다. 우리가 먹을배도 좀 남기기위해 배와 함께 내가 좋아하는 포도와파인애플도 약간 곁들여 과일접시를 만듭니다. 280명정도 먹을 배를 깍는데만도10여명의자매들이 붙어서 몇시간을 깍습니다. 만두는 사람들 입맛에 맛게 군만두로 튀기기로하고, 김밥은 참치김밥, 맛살과 아보카도를 넣은 캘리포니아김밥, 유빈이가 좋아하는 스팸김밥 그리고 특별히 얼마 전 플로리다공동체에 다녀온 형제가 가지고온 새우를 바삭하게 튀겨넣은새우김밥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김밥을 좋아하는사람들도 많지만 어떤사람들은 김이 낯설어 손도 안되는 사람이있어 김을 안보이게 안으로 넣어 누드김밥으로 만들면 모든사람들이 즐길수있습니다. 김밥 만드는 것이 손이 많이가는 일이라 공장에서 같이 일하던 몇몇형제들도 불러와 야채를 썰고, 새우도 다듬는등 형제들이 오니 북적북적 정말 잔칫집같이 흥이나네요.

배파티가 시작되자 사람들의 손이 음식을 맛보느라 바빠집니다. 한국 배맛도 장난이 아니지만 한국만두맛에, 김밥맛에 모두들 행복해합니다. 배파티끝에는 외국사람들의 한국배 먹는 반응을 담은 재미있는 동영상과 우리가 아이들과 함께 수확한 배를 따는 것을 편집해 만든 비디오도 보여주고, 한국 태백에있는 공동체에 전화로 연결해 소식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노래를 부르면서마쳤는데 배파티가끝나자 그날 저녁뿐아니라 일주일 넘게 보는사람마다 너무나 좋은시간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일년동안 정성스레 키운 배를 추수하고, 이웃과 나눔으로 우리모두에게 기쁨과 풍요한 마음을 주심을 감사하면서 초기 미국개척자들의 노래 “We lift our heart in thanks today”를 불러봅니다.

삶의 모든 선물을 생각할때 오늘 우리의 마음을 높여 감사드리네

올바른 삶을 위해 건강하고 힘차게, 함께 일하게하심을,

모든 대지의 아름다음과 모든 새들의 노래 소리를,

봄날 새로운 생명의 기적을,

가을의 풍성함을 가져옴을

박성훈/미국 부르더호공동체, 메이폴릿치 거주

광고

광고

광고

휴심정 많이 보는 기사

매일 훈련하지않으면 싸구려 인생이 되고맙니다 1.

매일 훈련하지않으면 싸구려 인생이 되고맙니다

“아무리 가져도, 진짜 친구 한 명이 없어 불안한 거다” 2.

“아무리 가져도, 진짜 친구 한 명이 없어 불안한 거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않는게 아니다 3.

무소유란 아무것도 소유하지않는게 아니다

탐욕은 약속도 우정도 무력화시킨다 4.

탐욕은 약속도 우정도 무력화시킨다

혜민스님, 대외활동 중단…현각스님·누리꾼 비판에 “참회” 5.

혜민스님, 대외활동 중단…현각스님·누리꾼 비판에 “참회”

NativeLab : PORTFOLIO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Weconomy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오피니언
만화 | ESC | 토요판 | 한겨레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래픽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더나은사회 | 탐사보도 | 서울&
스페셜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사업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