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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하나님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벌한 것이죠”

등록 :2020-09-16 18:36수정 :2020-09-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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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담임 목사

청파감리교회 담임 김기석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청파감리교회 담임 김기석 목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기석 목사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특히 학교 외엔 주기적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이는 교회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대면 예배가 줄고 온라인 예배가 늘었다. 신자 출석이 줄면서 대부분 교회가 어려움을 겪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진흙을 뚫고 나온 진주와 같은 교회와 목사도 없지 않다. 서울 용산 청파감리교회의 김기석 목사(63)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설교를 들은 뒤 청파감리교회 신자가 되겠다고 등록한 국외동포들도 한 둘이 아니다. 교회 예산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었다. 15일 청파감리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교회의 수수한 외관은 그대로다. 교인이 100~200명이던 20여년 전이나 1천명에 육박하는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교회 담임을 한 지 벌써 23년이지만, 집 한 칸 없는 김 목사의 모습과 닮았다. 그의 방에서는 물욕을 비운 그의 모습과는 좀 다른 ‘책 욕심’이 느껴진다. “예수 믿고 복 받읍시다”와는 차원이 다른 그의 설교를 도운 명저들이 책꽂이에 가득하다. 책장 사이 편액에 쓰인 ‘위학일익(爲學日益·배움이란 보태는 것이고), 위도일손(爲道日損·도란 덜어내는 것이다)’이라는 <도덕경> 구절이 그를 말해주는 듯하다.

김기석 목사 방에 놓인 ‘위학일익(爲學日益·배움이란 보태는 것이고), 위도일손(爲道日損·도란 덜어내는 것이다)’ <도덕경>구절 편액.
김기석 목사 방에 놓인 ‘위학일익(爲學日益·배움이란 보태는 것이고), 위도일손(爲道日損·도란 덜어내는 것이다)’ <도덕경>구절 편액.
그의 설교는 배우고 비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기독교 방송>(CBS) 티브이 <잘잘법: 잘 믿고 잘 사는 법> 시리즈로 매주 나오는 그의 유튜브 설교는 조회수가 매번 수 십만을 기록하고, ‘코로나 시대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란 설교는 조회수가 백만회에 육박한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불온한 것이 청소년다운 것’이라거나 ‘큰 목소리에 길들지 마라’는 설교는 ‘양으로 순치하기 위해 애쓰는’ 다른 목사들의 설교와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누군가의 종이 되기 위함이 아니다.” 그는 “하나님이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던 동포를 이끌고 탈출한 모세를 시내산으로 불러 ‘너희가 동의하면 언약을 맺어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다’고 한 것은 백성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정해, 종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로 세운 것”이라며 “종교는 사람을 종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운명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물들 사이에 있는 서울 용산 청파감리교회.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다른 건물들 사이에 있는 서울 용산 청파감리교회.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코로나 위기 맞아 유튜브 설교
매번 조회수 수십만 큰 호응
설교 듣고 국외에서도 신자 등록

“기후 위기 임계점 넘었는데도
영웅만 기대는 신화적 사고
신앙은 ‘누구의 종’ 되기 위함 아냐”

한국 크리스천들에게 역동적이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장점이 있는 반면, 성찰적 지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는 가장 아쉬워한다. “우리나라엔 대형 교회와 ‘대형이 되고 싶은 작은 교회’만 있다고 한다. 교회를 키우고 싶은 욕망 때문에 신앙의 본질은 제치고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라는 비본래적 목적에만 집착하다 보면 사람을 동원할 대상으로만 여기게 된다. 사유하는 주체가 아닌, 대형교회의 생산을 늘리기 위한 대상으로만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내가 명령하면 너희는 복종만 하면 된다’고 여기는 목사들 입장에선 교인들이 ‘주체적 신앙’을 가지는 것이 불편하겠지만, 주체적 신앙을 갖지 못한 이들은 전광훈 목사 같은 이의 선동에 따라 움직이고, 편견을 강화하는 말에만 혹해 부화뇌동하는 경향이 짙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김 목사는 코로나19 사태를 두고는 “하나님이 벌한 게 아니라 우리가 우리를 벌한 것이니,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이 정도 재앙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치료제나 백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욕망과 과소비의 삶을 코페르니쿠스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기후 위기로 재앙이 거듭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감의 시대>를 쓴 제러미 리프킨에 따르면 지구에서 인간이 차지한 땅은 1900년대엔 14%였는데, 2000년에는 77%였다. 동·식물의 땅까지 차지하니, 버틸 곳 없는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온 것이다. 기후 위기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경고가 계속되는데도, 영웅이 나타나 지구를 구할 것이란 할리우드식 신화적 사고에 머물러 있다. 그런 신화적 낙관론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코로나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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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 “사랑·구원·은혜 같은 종교적 언어를 쓰지만, 일상과 유리된 자기만의 논리로 담을 쌓은 교회가 얼마나 위험하고 반사회적이고 몰상식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며 “다른 이들과 구별하는 것을 신앙인 양 말하며 게토화한 크리스천이 적지 않은데, 나 이외의 타자와도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다운 삶의 자세를 성경의 <레위기> 19장을 들어 설명했다.

“‘하나님께서 내가 거룩한 것 같이 너희도 거룩하라’면서 ‘거룩함 앞에 선 사람은 밭에서 추수할 때 한 모퉁이를 남겨두라’고 했다. ‘너희 가운데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말이다. 병들고 장애가 있고, 가난하고, 소수자인 약자를 보며 창자가 애끓는 긍휼을 느꼈던 하나님의 마음에 공감하고 접촉하지 않고 가진 자의 눈치만 본다면 그리스도인이라 볼 수 없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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