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쿵~쿵~쿵~”
건장한 근육질 청년들이 온 힘을 다해 밀자 쇠바퀴 4개가 달린 무게 210㎏의 훈련용 봅슬레이가 둔탁하게 레일 위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속도가 붙은 썰매가 내리막 구간에 접어들 무렵 선수들은 날렵하게 썰매 안에 몸을 싣는다.
“우와~!” 전광판에 5초557이란 숫자가 나타나자 경기를 지켜보던 주니어와 일반 선수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같은 썰매를 탔는데도 주니어 기록보다 무려 1초나 빠른 기록이 나왔기 때문이다. “주니어에 비해 일반 선수들의 훨씬 강한 근력과 더 많은 체중 탓에 가속도가 더 붙을 수밖에요.” 국가대표팀 조인호 코치의 설명이다.
26일 새벽부터 빗방울이 흩날린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봅슬레이 출발연습장. 태극마크를 꿈꾸는 40여명의 ‘수험생’들이 24일 공식 개장한 봅슬레이 출발훈련장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렀다. 20여m를 힘껏 민 뒤 올라탄 봅슬레이의 60m 구간 통과시간으로 순발력과 근력 등 기량을 가리는 이번 선발전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봅슬레이를 타고 경기를 치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강광배 국가대표팀 감독은 “이렇게나마 경기를 할 수 있게 되니, 썰매 하는 사람으로서 감개무량할 뿐”이라며 웃었다. 이경훈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회장은 “일본 나가노썰매장을 찾아가 애걸복걸해 겨우 선발전을 치렀던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며 “우리 시설에서 태극마크를 단 여러분들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길 열심히 지원하고,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선발전 결과 이변이 나왔다. 성결대 체육교육과 선후배 사이인 원윤종(25)과 서영우(19)가 생애 첫 국가대표의 영광을 안았다. 반면 국가대표 파일럿이었던 송진호는 기록이 좋지 않아 탈락했다.
1m82, 87㎏의 훤칠한 체격을 지닌 원윤종은 “몸으로 하는 일에 자신이 있어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가 주위의 권유로 이번 선발전에 나왔는데 운좋게 뽑혔다”며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는데 하면 할수록 새로운 기술과 체력의 한계가 느껴져 더 도전의식이 생긴다”고 말했다. 역시 봅슬레이 주니어 국가대표에 뽑힌 박경민(17·휘문고)은 “휘문고에서 작년에 처음 선수를 뽑을 때 딱 3명이었는데, 이렇게 40여명씩 참가하니 이번엔 정말 국가대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미국 전지훈련도 가봤지만, 국내에서 마음 편히 훈련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했다.
대회를 참관한 국제봅슬레이연맹 로버트 스토리(캐나다) 회장은 “한국이 아직 정식 봅슬레이 경기장은 없지만 이런 연습장을 통해 선수들을 배출하기 시작하면 썰매종목의 저변도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에 뽑힌 선수들을 장래 올림픽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평창/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