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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처음 온 게 지난달 20일이니 겨우 한달 갓 넘었지만, 이젠 어엿한 팀의 맏언니처럼 다정스럽다. 자기보다 열두살이나 아래인 막내 신인 황민경(18) 등 프로무대가 낯설기만 한 후배들에겐 늘 기회 있을 때마다 경험담을 들려주며 자신감을 북돋워준다. 지난 시즌 득점왕 한송이를 흥국생명에 ‘빼앗긴’ 뒤 주장 임효숙(26)이 혼자 짊어질 무게가 한결 가벼워진 듯한 분위기다.

“이탈리아를 예로 들면, 새내기라도 확실하게 프로라는 자신감으로 경기에 나서죠.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진정한 프로라고 생각합니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주부선수 밀라그로스 카브랄 데라크루스(도로공사·30·1m81·사진)가 한송이의 빈자리를 기대 이상 채워주며 펄펄 날고 있다. 지난 26일 현대건설 경기에서 0-2로 뒤진 3세트부터 신들린듯한 득점포를 가동하며 혼자 34점을 뽑아내는 등 3-2,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경기 중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아 호흡이 어긋날 때도 많지만, 이탈리아·일본·스페인·러시아·푸에르토리코 등 세계 무대를 두루 경험한 노련미가 더 빛을 발한다. 특히 운동심리학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밀라그로스는 눈빛 하나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글쎄요. 평소엔 모르는데, 경기를 뛰는 내 모습을 나중에 텔레비전이나 사진 등으로 접해볼 때 나도 깜짝 놀란답니다.” 이미 15년의 배구생활 속에 젖어든 프로근성이 몸에 배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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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무대에 대한 꿈은 소박했다. “푸에르토리코, 스페인, 다시 푸에르토리코 등 최근 3시즌 뛴 팀이 모두 우승했는데, 이번에도 가능할까요. 어쨌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개인타이틀 목표는 따라오는 것이겠지요.” 2경기만 뛰고도, 현재 최고의 ‘용병’으로 꼽히는 데라크루즈(61점·21·GS칼텍스)에 이어 득점랭킹 2위(56점)에 올라있다. ‘용병급’ 국내 간판 김연경(55점·20·흥국생명)을 1점 차로 제친 것만 봐도 대단하다. 가족이 보고싶지 않냐는 말에 “회사가 전화비를 대줘 늘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그의 남편은 10살 연상의 변호사다. 은퇴 뒤 운동심리학을 전공해 심리치료사가 되고도 싶지만, 남편을 너무 멀리 떠난 게 미안한 듯 “지난 시즌을 집에서 가까운 푸에르토리코에서 뛰었다”고 했다. 언제 돌아갈 것이냐고 묻자 “이번 시즌을 뛰어봐야죠. 미래란 알 수 없으니까…”

성남/글·사진 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