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팀 감독들은 승부사로, 때론 지도자로 불린다. 사실 그들은 둘 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은 생각과 행동에 따라 다시 어느 한쪽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요즘 겨울스포츠인 프로배구가 ‘명가’ 삼성화재와 ‘만년 2위’ 현대캐피탈의 양강구도로 인기가 높다. 두 팀이 만나는 날이면 배구장은 만원 관중으로 붐빈다. 여기엔 두 팀 감독의 유명세가 한몫하고 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과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현역시절 친구이자 팀 동료였다. 신 감독이 선수로서 크게 두드러지진 못했지만, 삼성화재를 맡은 1997년부터 실업 무대인 슈퍼리그와 프로 원년까지 9연패를 이루면서 통산 201승을 쌓아 한국 배구감독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 삼성화재는 그의 공로를 높이 사 77연승 달성 때 77돈쭝의 금에 상대 팀의 이름과 경기 날짜를 적은 기념패를 만들어줬고, 최근 200승을 달성하자 행운의 ‘금’ 열쇠를 선물했다.
국내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날렸던 김호철 감독은 1981년부터 세계 최고의 배구무대인 이탈리아로 나가 선수로 성공한 뒤 프로감독까지 맡으며 우승을 일궈냈고, 마침내 그 능력을 인정받아 이탈리아 국가대표 감독까지 지냈다. 그런 그가 친정팀 현대캐피탈의 구원요청을 받고 귀국해 2년 만에 팀을 국내 최강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그는 또 최근 국가대표팀 감독에 취임했다. 신 감독이 김 감독에 앞서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으니 둘은 배구계의 영원한 맞수라 할 만하다.
두 감독은 각기 다른 팀과 나란히 경기해 승리를 거둔 지난 5일 공교롭게도 서로 다른 자리에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룸에서 “대표팀 올해 목표는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이라며 “하지만 병역 혜택을 위해 우리 팀 위주로 선수를 뽑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반면, 삼성화재의 200승 자축 만찬이 열린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치용 감독은 “내가 삼성화재 감독인 이상 난 구단을 위해 일할 뿐”이라며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리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 우승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우승으로 삼성화재 선수 6명이 병역 혜택을 받았고, 이것은 그 뒤 삼성화재의 연속 우승과 무관하지 않은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국 프로배구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두 감독이 승부사와 지도자라는 모습으로 다르게 비치는 이유가 엿보인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