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동
권희동

팬들의 관심이 삼성-엘지의 1·2위 대결이나 4강권을 둘러싼 싸움에 쏠린 14일 저녁, 비교적 조용했던 청주구장에서 의미있는 기록이 탄생했다.

이날 엔씨(NC)의 신인 듀오 나성범(24·왼쪽 사진)과 권희동(23·오른쪽)은 한화와의 원정경기에서 나란히 10번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1군 데뷔 첫해 두자릿수 홈런을 터뜨린 30번째, 31번째 선수가 됐다. 2009년 기아의 안치홍 이래 4년 만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수준차가 커진 요즈음 1군에 데뷔한 신인이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1983~2002년 20년 동안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신인은 28명이었다. 하지만 그 뒤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10홈런의 고지를 밟은 선수는 안치홍 혼자뿐이었다. 지난해 신인 황정립(기아), 지재옥(넥센), 하주석(한화)은 데뷔한 해에 단 1개의 홈런를 쳤다. 같은 팀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친 신인 듀오가 등장한 것은 19년 만이다. 1994년 엘지의 신인 듀오 김재현과 유지현은 첫해 각각 21개와 15개의 홈런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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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267, 10홈런 49타점 9도루를 기록중인 나성범은 엔씨의 중심타자다. 아마추어 때 투수로 활약하다 지난해에야 타자로 전향했다. 손바닥 부상으로 개막 한달이 지난 5월7일 뒤늦게 1군에 데뷔했지만 4번 타자 이호준의 뒤를 이어 팀에서 두번째로 많은 홈런과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권희동은 타율 0.202로 타율 부문 하위권이지만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타율로 설명할 수 없는 강점이 있다. 권희동의 10홈런 중 9개가 2점차 이내 접전에서 나왔다. 김경문 엔씨 감독은 “희동이가 타율은 낮지만 결정적일 때 잘해준다. 타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타자”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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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에 점점 거포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때 두자릿수 홈런을 날린 신인 타자가 2명이나 등장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문가들은 나성범과 권희동이 올 시즌 15개의 홈런도 칠 수 있다고 본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