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에 탈리도마이드라는 약이 임신한 여성의 입덧을 예방하고 숙면을 유도해주는, 효과 빠르고 뒤끝 없는 안전한 약으로 선전되며 독일에서 출시됐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임신 초기 34일에서 50일 사이에 이 약을 복용한 여성들이 팔다리가 기형인 아이를 출산하는 일이 1만2000건 이상 발생하게 되면서 1963년에 시판이 금지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각국의 신약 시판 허가 과정이 지금처럼 매우 엄격해졌다. 그뿐만 아니라, 임신 여성에게 약을 쓰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된 계기도 된 듯하다.
입덧을 하게 되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이 증상이 태아와 모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전이라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은 태아의 모든 장기와 외형이 제 모습을 갖추는 시기로 기형유발물질에 가장 취약한데 입덧은 이 시기에 심하다가 점차 잦아든다는 점, 입덧을 하는 여성들이 싫어하는 음식이 술과 카페인이 든 음료, 부패하여 세균에 오염되었거나 기생충이 있어 태아나 모체에 해로울 수 있는 육류, 어류, 조류, 달걀이라는 점, 또 입덧을, 그것도 심하게 한 여성들일수록 유산이나 사산을 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오히려 더 낮다는 점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입덧은 병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옛 의서에도 임신을 해서 음식을 싫어하면 먹고 싶어하는 음식만 먹게 해주어도 반드시 낫는다거나 치료하지 말고 기다리라는 설명도 있다. 또한 임신했을 때 먹지 말라고 기록된 음식들도 주로 입덧하는 여성들이 싫어하는 음식들인 것을 보면 입덧이 생리적인 방어기전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하지만 아무 음식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입덧이 매우 심하여 영양실조와 탈수가 걱정된다면 의료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정맥으로 영양수액제를 투여하여 수분과 영양분만을 공급해줄 수도 있고, 구역감을 감소시키기 위해 침 치료를 받는 것은 가장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차로는 생강차를 연하고 달게 해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십년 동안 별문제 없이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안전한 약물들이나 수백년 동안 별문제 없이 사용되어 온 한약 처방들도 있다. 하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이 있듯이 탈리도마이드 쇼크 때문에 이 약들도 임신 첫 3개월 동안은 쓰기가 어려울 듯하다.
한재복/실로암한의원·토마스의원 원장
[인체동서기행] 입덧은 위험한 음식 회피본능?
- 수정 2010-03-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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