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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셰프 2인, 두집 살림 시작한 까닭은?

등록 :2015-01-14 20:27수정 :2015-01-1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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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브 뒤 꼬숑’의 샤르퀴트리.
’꺄브 뒤 꼬숑’의 샤르퀴트리.
[매거진 esc] 요리
프랑스 요리전문가로 성공한 진경수·임기학 셰프의 새로운 식당, 새로운 도전
수년간 자신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탄탄한 명성을 쌓은 요리사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수익을 내려는 걸까? 프랜차이즈 업체처럼 매장을 늘리려는 것일까? 도전의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명성에 흠집이 갈 수도 있다. 프랑스요리 전문가로 유명한, 레스토랑 ‘라 싸브어’의 진경수 셰프와 ‘레스쁘아 뒤 이부’의 임기학 셰프가 지난해 말 새로운 형태의 맛 공간을 열었다. 파인다이닝(정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의 도전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진경수의 ‘르 쁘엥’
합리적 가격의 편한 프렌치 추구
임기학의 ‘꺄브 뒤 꼬숑’
샤르퀴트리 본격 소개
프랑스 전통 가공 육류 음식

진경수
진경수
서울 반포동 서래마을 후미진 골목. 건물 2~3층에 ‘르 쁘엥’(Le Point)이 있다. 진경수(사진) 셰프의 첫번째 레스토랑 라 싸브어에서 2~3분 거리다. 저녁 6시, 종업원이 문을 열고 바와 홀을 정리·정돈 한다. 잠시 뒤 진경수 셰프가 들어선다. 르 쁘엥은 그가 지난해 9월에 시작한 도전이다. 정찬 위주의 ‘라 싸브어’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묵직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없다. 격식을 갖춰 음식을 먹는 분위기가 아니다. “개스트로 와인 펍(pub)이다. 식사를 겸하는 와인바 같은 거다. 파리에 가면 슬리퍼 신고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즐기는 곳이 많다.” 그는 프랑스 요리학교 ‘르 코르동 블뢰’ 유학 1세대로 파리에 추억이 많다. 그 기억을 르 쁘엥에 녹이고 싶었다. 라 싸브어 창업 초기부터 품었던 생각이다. 유학 1세대답게 첫번째 승부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으로 하고 싶었기에 잠시 그 꿈을 접었었다. 와인이 주인공이라고 하나 음식의 맛과 질을 놓칠 수는 없다. 차림표의 80%가 라 싸브어의 주방에서 만든 음식이다. 가격은 라 싸브어의 3분의 1 정도라고 한다. 두 곳의 종업원들은 양쪽을 오가면서 형태가 다른 식당의 운영 기술을 배운다. 손님의 성향도 달라 다양한 손님을 응대하는 법도 체득한다. 오너 셰프로서 조직을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남은 음식물이나 식재료는 환경에도 좋지 않다. 슬로푸드 등에 관심이 많은데 두 곳을 운영하다 보니 남아서 버리는 식재료는 거의 없다.”

’르 쁘엥’의 오징어튀김.
’르 쁘엥’의 오징어튀김.
그의 도전에는 시장 상황도 한몫했다. “파인다이닝은 더 확장하거나 키우기에 한계가 있다. 규모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전 메뉴를 혼자 컨트롤해야 하는데 어느 시점이 되면 나이도 있고 다 소화하기가 힘들어진다.” 밤 10시 넘어 동네를 어슬렁거리다가 찾아오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르 쁘엥은 다른 도전의 교두보다. “세컨드 브랜드(르 쁘엥)를 어느 정도 안정시키고 나면 그것을 기반으로 더 좋은 식문화, 음식을 만들고 싶다.” 올해 세번째 브랜드를 출시할 생각이다. 한식과 프랑스음식을 결합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리안 프렌치’다. 한국의 식재료를 공격적으로 써보자 마음먹었다. 전국을 발품 팔아 식재료 체험을 하러 다닐 거다.” 고향이 제주도인 그는 뼛속까지 제주도 식재료의 촉감이 박혀 있다. 50여가지 와인이 5만~8만원대이고 라 싸브어에서는 보기 힘든 해물라면도 있다. 새까만 오징어먹물튀김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진경수가 오징어튀김을 만드는데 그냥 오징어튀김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앞으로 음식은 프렌치, 이탈리안 등의 구분을 하는 게 의미 없다. 그저 ‘진경수의 음식은 진경수 식’이다”라고 말한다. 결국 요리사가 만드는 궁극의 맛은 그만의 색깔이 듬뿍 담긴 것이 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스타 요리사가 느는 요즘 경쟁도 심하다. “경쟁은 좋다. 그 순간은 외롭지만 (경쟁이) 없으면 나태해진다.” 그는 70살이 넘어도 연기와 김, 지글거리는 소리가 넘쳐나는 주방을 지킬 생각이다. “요리사는 현장(주방)에서 칼 잡고 있을 때 가장 빛난다.” 그 긴 여정을 끝까지 수행하기 위해 그에게는 쉼 없는 도전이 필요하다.

임기학
임기학
40대인 진경수 셰프와 달리 30대인 임기학(사진) 셰프의 도전에는 어떤 얘기가 숨어 있을까? “‘레스쁘아’의 세컨드 브랜드라고 하는데 그런 건 아니다.” 그는 앉자마자 원대한 목적을 가지고 ‘꺄브 뒤 꼬숑’(La Cave du Cochon)을 개업한 게 아니라 샤르퀴트리(샤큐테리)를 소개하려다 보니 그저 열게 됐다고 말한다. 꺄브 뒤 꼬숑은 르 쁘엥처럼 저녁에 문을 열어 새벽 2시까지 영업한다. 한국에서 드물게 ‘샤르퀴트리’(Charcuterie)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와인바다. 샤르퀴트리는 육류를 냉동하는 기술이 등장하기 전에 고기를 저장하고 보존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만든 햄, 소시지 등의 가공육과 테린, 콩피, 파테, 발로틴 등의 프랑스 전통 육류 음식을 말한다. 임 셰프는 그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를 운영하면서 샤르퀴트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전통음식을 만드는데 프랑스 북부 소시지가 필요했다. 쉽게 구할 수 있었다면 직접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탈리아 새해맞이 소시지 음식, ’코테키노 콘 렌티키에’.
이탈리아 새해맞이 소시지 음식, ’코테키노 콘 렌티키에’.
샤르퀴트리를 만들다 보니 매력을 느꼈다. 2013년 뉴욕에서 3주간 샤르퀴트리 제조법을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 “‘다니엘’(미국의 유명 셰프 다니엘 불뤼가 만든 레스토랑)이 규모가 커지면서 샤큐테리 부분을 떼서 따로 퀴진을 운영했다. 운 좋게 그곳에서 연수하게 됐다.” 배운 만큼 열망도 커졌다. 레스쁘아 뒤 이부는 샤르퀴트리를 전문적으로 만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 염장, 훈제, 건조 등 각종 시설 등을 주방에 설치한 꺄브 뒤 꼬숑을 열었다. 샤르퀴트리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서양에서는 우리 김치처럼 친근한 음식이라고 말한다. 고급 샤르퀴트리는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펼치는 음식이라고들 한다. 그의 차림표에는 ‘파테 무슈’, ‘파테 드 캉파뉴’ 등이 있다. 돼지고기 항정살, 등심, 트뤼프(송로버섯), 푸아 그라(거위 간), 돼지머리 등이 재료다. 푸아 그라 퓌레가 섞이고 돼지의 간도 사용된다. 훈제한 우설, 푸아 그라와 트뤼프를 겹겹이 붙여 마치 퇴적층 같아 보이는 요리도 있다. 식도락가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하다.

’르 쁘엥’ 실내
’르 쁘엥’ 실내
해물라면은 ’르 쁘엥’의 인기 메뉴 중 하나.
해물라면은 ’르 쁘엥’의 인기 메뉴 중 하나.
부드러운 고기 안에 톡톡 씹히는 견과류도 즐거움을 준다. “샤큐테리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소개할 방법을 찾다가 와인바를 생각해내게 됐다. 안주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되겠다 싶었다.” 프랑스 술인 코냑과 아르마냐크, 벨기에의 수도원 맥주 등도 있다. 앞으로 샤르퀴트리 케이터링 사업도 할 계획이다. 파티의 단골 메뉴인 카나페 같은 핑거푸드가 지겨운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앞으로 샤큐테리를 접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이곳의 맛이 기준이 된다면 큰 보람이다.” 덤으로 얻은 소득도 있다. 에스엔에스(SNS)에서 자신이 만든 샤르퀴트리를 올리자 프랑스의 샤르퀴트리 명장이 연락을 해와 교류를 하게 됐다. 그는 뿌듯한 표정으로 새해 이탈리아의 유명한 새해맞이 소시지를 식탁에 낸다. 돼지고기 껍질이 들어간 소시지 ‘코테키노 콘 렌티키에’(Cotechino con lenticchie)다. 레스토랑 개업이야말로 새로운 맛을 만들고 싶은 셰프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전이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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