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좀비의 시간>
이경석 글·그림, 팝툰 펴냄
지난해
인생 사는 맛을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뒤에야 알게 된다는 이야기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좀비의 시간>이 흥미롭다면, 그런 각성과 감동의 전철을 평범하게 밟아 가지 않기 때문이다. 준수가 좀비가 된 뒤 준수의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부터 준수를 괴롭히던 동창, 처음 만나는 여자와 그녀의 딸 등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과 척을 지더라도 준수를 돕거나 준수와 함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게 다 각자의 이기심의 발로다. 어려서부터 준수의 머리를 자주 때렸던 친구는 자기 때문에 준수의 머리가 이상해졌다고 죄책감을 느끼고, 결혼을 했으나 딸과 함께 버림받은 여자는 다시 버림받고 싶지 않아서 준수 곁을 지킨다. 꼭 인생 막장까지 가야 살고 싶고 열심히 하고 싶어지는 걸까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딱하기 그지없지만 이게 꼭 준수와 준수를 둘러싼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판에 박힌 일상이 언제까지라도 계속될 것 같다는 암울함에 짓눌릴 때는 매사에 시들하지만 갑자기 직장이 없어질 것 같다거나 소중한 사람이 떠난다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없던 정도 생겨나기 마련. 물고 빨고 어르고 달래기엔 늦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다. 안 그러면 내가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오늘의 교훈. 인생 망가지기 전에 열심히 살고, 소중한 사람한테는 있을 때 잘하자. 어른들 말씀 틀린 거 없다는 건 이런 때 쓰는 말이다.
이다혜 좌충우돌 독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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