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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시니어 교육 뒤…좋아하는 일로 사회참여 ‘인생경로 전환’

등록 :2020-10-19 09:12수정 :2020-10-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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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신중년들은…
배움 열의·일자리 욕구 강해
주축 베이비붐 세대 700만명
은퇴 뒤 위한 교육시스템 절실

정부·지자체 평생교육 지원은…
서울시 ‘50플러스재단’ 실무강좌
사회적 기업 등과 일자리 연결
일부 지자체들은 관련조례 제정
중앙정부 주무부처는 찾기 어려워

선진국들 중장년 교육 다양
영국 ‘제3세대 대학’ 자율적 운영
은퇴자들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워
독일 ‘시민학교’ 미국 ‘2년제 기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신중년 사진 커뮤니티 ‘포토랑’ 회원들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포토랑’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신중년 사진 커뮤니티 ‘포토랑’ 회원들이 사회적기업 제품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커뮤니티 ‘포토랑’

신중년이라 불리는 5060세대는 활동적이면서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이다. 사회참여와 자아실현 의지도 강해 스스로 노인세대와 거리를 두는 경향도 보인다. 청년기인 1970~80년대에 경제 성장기와 민주화 시기를 거쳤고 이전 세대보다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배움에 대한 열의, 사회에 기여하려는 의지도 강하다. 이들이 각 분야에서 일군 전문성과 경험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다.

신중년의 큰 축을 이루는 베이비붐 세대는 대략 700만명에 이른다.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소득보장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신중년이 담당하던 자리의 공백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다. 한국노년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일선 경희대 교수(교육학)는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서구 선진국들은 은퇴 후 안정적인 사회보장체제 안에서 삶의 여가를 즐기며 학습하는 구도를 갖췄으나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우리나라 신중년은 일자리 욕구가 강하다. 이들의 인생 후반기를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절실하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신중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신중년 교육은 일자리와 복지, 개인의 삶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설계가 요구된다. 정부에서도 신중년 교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부처별로 정책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를 통합·총괄할 수 있는 주무부처 혹은 컨트롤타워는 아직 찾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좀 더 작은 단위에서 세밀한 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중년 교육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지자체의 역할은 강좌 구성과 개설과 같은 통상적 과정을 넘어선다. 수강생들 간 네트워크 구축, 커뮤니티 형성 등을 지원해 교육과정이 끝난 이후에도 관계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설립한 사례도 드물지 않다. 서울시 중장년층 지원재단인 ‘50플러스재단’은 이렇게 조직된 단체를 사회적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 복지단체 등과 연결하는 매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실제 지난해 재단의 ‘사진활동가’ 강좌를 듣던 수강생들이 의기투합해 ‘포토랑’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러자 재단은 이들에게 사회적기업이나 영세 소상공인의 제품 사진 촬영을 제안하고 연결했다. 사회적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제품 홍보사진을 제공받고, ‘포토랑’은 좋아하는 일을 통해 사회에 참여했다는 경험으로 양쪽 모두 무척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다.

신중년 교육은 개인의 자아성찰부터 사회참여와 창업·창직 등 노동시장 재진입으로 통하는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 중요성에 비해 이에 대한 연구와 정책 지원이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꼬집는다. 최 교수는 “성인 교육으로 넘어오면 고용과 복지, 교육 등 여러 분야가 맞물려 가게 된다. 이를 통합하는 학제 간 융합연구 혹은 통합적 정책연구를 이끌어내는 게 큰 과제다. 정부에서 보다 넓은 시각으로 중장년 교육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점점 낮아지는 은퇴 연령과 퇴직 이후 마땅히 기댈 사회안전망이 없는 사회적 배경도 신중년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의 부담은 크고 은퇴와 연금수급 사이의 ‘소득절벽’ 기간은 길다. 고선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전환지원본부장은 “우리 사회에 처음 나타난 신중년은 축적된 전문성과 업무지식으로 일하고자 하는 욕망이 높고 배움에 대한 열의가 강하다”며 “교육과 학습을 통해 생애전환의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의 시니어 교육에 견줘 신중년 교육은 실무적 강좌에 대한 요구가 높다. 현재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인기 강좌들인 ‘온라인 웹엑스(화상회의 시스템) 사용법 교육’, ‘공익단체 설립 및 사업 길라잡이’ 등은 학습이 일자리나 진로에 바로 연결되는 사례들이다. 서울시에 자극받은 다른 지자체들도 신중년 지원 조례를 잇따라 제정하고 관련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현재 11곳의 광역지자체, 39곳의 기초지자체에서 50살 이상에게 생애 재설계를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한 신중년 조례를 제정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조례를 바탕으로 신중년들에게 일자리와 교육 지원 정책을 운용 중이다.

지자체 중 맏형 격인 서울시는 권역별 3개 캠퍼스별로 특화 전략을 세웠다. 서부캠퍼스(은평구)는 ‘국제개발활동연계 비영리기구 설립’, 중부캠퍼스(마포구)는 ‘아이템 발굴 및 연구를 통한 창업, 창직’, 남부캠퍼스(구로구)에서는 환경 및 생태 인력 배출, 사회참여 및 일 연계를 중심으로 교육과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는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에서 50플러스 부산 포털을 개설해 취업준비, 직종 교육, 정보화, 생애 재설계, 제3섹터 창업 등 실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의 ‘제3세대 대학’(U3A)을 꼽을 수 있다. 이곳은 공식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아니라 은퇴자들이 스스로 강좌를 열고 자원봉사로 학교를 꾸려가는 민간 조직이다. 제3세대 대학은 외부 자원의 도움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학습하고 배움을 즐기는 것을 중요 가치로 여긴다. 은퇴자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인문, 교양, 시사, 언어 등을 배우고 또 가르친다. 2016년 기준 1천개 이상의 제3세대 대학이 설립되었고, 40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지고 있을 만큼 영국 내 고령층 학습과 네트워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제3세대 대학에서 영감을 받아 국내에서도 2010년대 초반부터 민간에서 ‘지혜로운 학교’, ‘분당 아름다운 학교’, ‘서울대U3A’ 등이 설립됐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참여자들이 스스로 강좌를 개설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학교가 운영된다.

독일은 도시마다 운영하고 있는 성인교육기관인 ‘시민학교’(Volkshochschule)가 중장년부터 고령층 교육의 메카로 주목받는다. 만 18살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학교이지만 절반 가까운 수강생이 중장년층이다. 독일 정부는 물론 유럽연합의 보조금도 받아 수강생들은 매우 낮은 비용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미국은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 고등교육기관)를 통해 성인 대상의 직업적 지식과 재교육 등을 진행한다. 교육, 건강, 사회사업이 50살 이상에게 경쟁력 있는 분야로 보고 관련된 직업 교육 훈련을 진행한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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