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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단독] “박덕흠이 담합 지시” 판결문 명시…검찰은 기소도 안했다

등록 :2020-09-28 04:59수정 :2020-09-2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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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짬짜미 적발에도 처벌 모면
박덕흠, 직원 시켜 입찰금액 등 전달
17개업체 가담 514억공사 담합 주도
검찰, ‘업체 대표’ 아니라고 기소 제외
공정위선 대표 아니라며 조사도 안해
당시 판사 “혜영건설 실경영주 지시”
가담업체 “인맥 총동원 수사 피해…”
검찰·공정위, 박덕흠 비리의혹 한 몫
법조계 “수사 안 한 검찰의 봐주기”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박덕흠 무소속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대주주인 건설회사가 과거 입찰 담합 행위로 적발된 사건에서 당시 박 의원이 다른 건설사들 쪽에 직접 입찰 담합을 지시한 정황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됐다. 그러나 박 의원은 명목상 업체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조차 받지 않았고, 다른 업체들과 이들한테 뇌물을 받은 공무원들만 처벌됐다. 업계에서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신분으로 담합을 지시한 그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박덕흠은 의원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의 그를 만든 데에 검찰과 공정위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08년 3월 서울시가 추진한 ‘구의 및 자양취수장 이전 건설공사’(공사 금액 514억원)에서 발생한 입찰 담합은 혜영건설 대주주인 박 의원의 주도 아래 진행됐다. 이 사건은 취수장 이전 공사와 관련해 혜영건설과 대지종건·재현산업 등 17개 업체가 입찰 담합을 모의하고, 서울시 공무원들이 이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 등으로 경찰에 구속되면서 불거졌다.

먼저 수주전에 뛰어든 혜영건설은 상하수도 건설업체인 대지종건, 재현산업과 함께 입찰 짬짜미를 하기로 모의했다. 이들이 입찰 담합을 위해 처음 모인 곳이 바로 혜영건설 사무실이었다. 이어 이들 업체들은 담합을 돕기 위한 ‘들러리’ 업체 15곳을 모았다. 혜영건설은 이후 회사 사무실로 대지종건 직원을 불러 사전에 조작된 투찰내역서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넸고, 이 자료는 사흘간에 걸쳐 각 들러리 업체에 차례로 전달됐다. 일부는 입찰 당일 퀵배달 서비스를 통해 전달됐고 들러리 업체 쪽은 이 내역서대로 입찰가를 입력했다.

이 사건을 재판한 재판부는 박 의원이 직원들을 시켜 담합에 참여하기로 한 회사들에게 입찰금액과 산출내역서를 전달하고 그대로 투찰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2009년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홍승면)가 선고한 이 사건 판결문을 보면 “박덕흠은 그 무렵 ○○○(당시 혜영건설 부장) 등에게, 혜영건설, 태원건설, 대경기업, 재현산업 등 10개 업체의 입찰에 관련하여 위와 같은 방식으로 투찰을 지시하고, 위 10개 업체는 각 회사별 입찰 금액 및 산출내역서를 등록·전송하여 투찰하였다”고 적혀 있다. 재판부는 당시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이었던 박 의원에 대해 “혜영건설의 실경영주”라고 표현했다. 혜영건설 직원 등에게 전달받은 입찰 금액대로 들러리 업체들의 투찰이 이뤄진 과정은 2012년에 나온 공정위 의결서에서도 확인된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구체적인 담합 지시를 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12개의 회사들을 들러리로 세운 최아무개 대지종건 대표와, 업체들로부터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들이 구속돼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지만, 박 의원은 혜영건설의 명목상 대표가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에서 참고인 조사만 받았다. 박 의원의 지시대로 10개 건설사에 담합 수법을 전달한 혜영건설의 손 본부장도 검찰에서 벌금형에 해당하는 구약식처분을 받는 것에 그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박 의원이 담합을 주도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는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대형로펌 소속 변호사는 “판사가 증거들을 바탕으로 담합을 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인데 검사가 여죄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건, 최소한 직무태만이거나 봐주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재판에 참여한 ㅇ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판부 소속으로 재판에만 참여했다. 사건 수사를 맡지 않아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2017년 박 의원의 입찰 담합 등 비리 의혹에 대한 진정이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지만, 당시에도 검찰은 진정인 조사만 하고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당시 입찰 담합에 참여했던 한 업체 대표 ㄱ씨는 “박 의원이 입찰에 관여했다는 사실은 입찰 업체들은 다 알고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입찰 업체 대표 ㄴ씨는 “당시 담합을 주도했던 최씨도 ‘박덕흠 회장이 해결해 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당시 수사를 피하는 데 박 의원의 화려한 인맥이 총동원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다.

오히려 박 의원이 대주주인 혜영건설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자진신고를 하고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이유로 담합 주도 업체 중 유일하게 과징금의 30%를 추가 감면받았다. 이로 인해 혜영건설은 다른 담합 주도 업체보다 4억원가량 과징금을 적게 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담합을 입증하는 데 기여를 해 감면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검찰과 공정위가 철저하게 수사해서 처벌했다면 사상 최악의 이해관계 충돌은 없었을 것이다. 박 의원이 입찰 담합 삼진아웃법을 무산시킨 건 결국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임이 드러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회 윤리위 제소를 적극 추진하는 한편, 담합 제재 강화 법안을 재발의하겠다”고 했다.

오승훈 강재구 채윤태 조윤영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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