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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일 잘하는 사람은 누구? 인재는 직선으로 크지 않아요

등록 :2020-07-25 19:14수정 :2020-07-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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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이병남의 보내지 못한 이메일
⑦ 성장하는 직장인의 공통점

빙빙 돌며 올라가는 나선형
위에서 보면 제자리 같지만
옆에서 보면 성장하는 중

야심이나 직급과 상관없이
자연스러운 주인의식 밴 이들
성장곡선 더 길게 그리더라
성과는 개인과 회사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사나 상사는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 코칭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개인에게 성장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자극할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성과는 개인과 회사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사나 상사는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 코칭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개인에게 성장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자극할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Q. “10년차 회사원입니다. 입사하고 몇년 동안은 일 잘한다는 칭찬도 들었는데, 돌아보면 탁월한 성과는 내지 못했습니다. 그사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동기들은 회사나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요.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회의도 듭니다. 반복적 일상에 지친 나는 어떤 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나 조직에서 인정받고, 승진하고 싶지요. 문제는 모든 사람이 일 잘한다는 평가를 똑같이 받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고경영자(CEO)나 조직 책임자의 관점에서 보면 개인별로 능력과 성과에서 상중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시점에 따라 상에서 중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중에서 상으로 올라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사와 개인은 평가결과를 보며 함께 대화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그렇게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그것은 그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니까요. 성과는 개인과 회사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현직에 있을 때 회사의 인재상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회사 누리집을 보면 여러 인재상이 나열돼 있지만, 저는 도식적이고 관념화된 인재상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회사가 추구하는 공유가치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그 가치에 공감하고 동참하고 싶은지가 규정된 인재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하는 의욕이 인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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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낼 때 능력보다 중요한 게 있다

10년 가까이 일했는데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회의가 듭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어쩌면 심리적, 물리적 경로변경의 기회가 다가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애초에 내가 무엇을 원해서 이 회사에 들어왔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등을 고민하는 시기 말이죠. 이때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가, 그것을 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는가’입니다. 그다음은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과감하게 도전했는가가 되겠지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 말이지요.

제 경험에 비춰보면 어떤 방식이든 채용 절차를 밟고 입사한 사람들의 능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은 되지요. 더구나 학력이나 학교 성적은 입사 뒤의 성과와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게 여러 연구 결과 나온 결론입니다. 그래서 성과를 낼 때는 능력보다는 동기가 중요합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며 무엇인가를 이루겠다는 자발적 동기부여와 더불어 회사가 주는 외부적 동기부여가 결정적 차이를 만듭니다. 이 외부적 동기부여는 기회를 통해 구현됩니다. 따라서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하나만 꼽으라면 ‘기회’라고 말하겠습니다.

잘하고 싶은데 자칫 큰일을 맡았다가 그르칠까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팀장 같은 역할을 맡는 것도 그래서 망설여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딪히고 넘어지고 하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력 10년차 이하일 때는 그렇습니다. ​태도와 자세가 좋다면 조직은 개인의 실수를 실패로 보지 말고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그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됩니다. 조직에서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 관심이 애정으로 발전하고 열정으로 발돋움합니다. 회사의 역할 중에서 인재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키우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일을 통해서 키워야 합니다. 무엇보다 인재는 직선으로 크지 않습니다. 나선형으로 큽니다. 위에서 보면 제자리걸음 같지만 옆에서 보면 성장 중이랍니다. 그 성장을 본인이 모를 수 있으니 회사나 상사는 정기적인 평가와 피드백 세션, 코칭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일깨워주고 자극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평가할 때 회사는 좁은 의미에서의 성과의 평가에만 치중해서는 안 됩니다. 조직에 필요한 여러 능력과 기여도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날카로운 분석력으로 자신이 맡은 일을 깔끔하게 해내는 사람이라도, 팀워크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석력·기획력에서 아쉬워도 통합력·조정력에서 뛰어날 수도 있지요. 크게, 길게 보면 이런 능력이 최종적인 회사 성과를 내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능력과 성과를 종합적으로 살펴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고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조직 안에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기 직급에 딱 맞게만 일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과장이지만 사장 같은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지요. 그러할 때 일의 결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훨씬 폭넓게 또 길게 보고 일하기 때문이지요. 꼭 무슨 야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주인의식입니다. 조직에서 크게 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주인정신입니다. 이 일이 내 일이고 이 조직은 내 조직이며 이 회사는 내 회사라는 마음가짐입니다. 소위 오너만이 오너가 아닙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오너입니다. 최고경영자의 임무는 가능한 한 많은 조직구성원들이 이러한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일과 조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자연스럽게 이 주인정신이 발휘되는 것입니다. 결국 성과의 탁월함도 여기에서 나옵니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동기들과 비교하면서 실망감, 심지어는 열등감에 괴로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가 해낼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회사 안에서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나의 잣대로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다름’이라는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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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출된 직원이 고위직 임원 되기까지

제가 2년간 함께 일했던 과장이 있습니다. 그는 헤드쿼터보다는 계열사에서 일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전출시켰는데, 성실한 태도와 확실한 일 처리로 계열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몇년 뒤 다른 계열사에서 노사관계 문제로 인사담당을 교체해야 할 때 그를 추천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가 인사 업무만 했고 노사관계 업무 경험이 없다고 우려했지만, 저는 회사의 인사 철학과 원칙을 잘 알고 있는 그가 노사관계 업무도 잘해낼 것이라며 밀어붙였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는 노사분규를 잘 해결하고 이듬해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큰 계열사의 고위직 임원으로 인사·노사·교육을 총괄하는 최고인사책임자(CHO)를 맡고 있습니다.

주니어 때 어떤 영역에서 조금 아쉬운 성과를 냈다고 해서 그것을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보는 것은 성급하고 위험하기도 합니다. 회사와 조직의 특성에 따라서 개인은 얼마든지 능력 발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직장에서 10년 정도 일했다고 해서 평생 그 회사에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경우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곳에서 더 보람있게 일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도 여전히 해야 할 질문은 동일합니다. ‘내가 무엇에 관심을 갖는가, 그것을 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는가.’ 그러고 나서 새로운 직장은 지금 직장과는 무엇이 달라서 더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를 짚어봐야겠지요.

시작부터 운이 좋아서 잘나가는 사람이 있고 그러다가 번아웃이 돼 다음 행로를 찾지 못하기도 합니다. 반면 초기에는 평범하다가 꾸준히 노력한 덕에 뒤늦게 개화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요즘은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된다는 두려움이 크고 따라서 위험 회피 강박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기에 더욱이, 자신의 가슴이 가리키는 쪽을 향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길을 꾸준히 가는 ‘위험 감수자’를 누가 당할 수 있을까요?

이병남.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다 1995년 엘지(LG)그룹 임원으로 입사해 인사, 교육, 노사관계 및 지배구조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사장 승진하면서 인화원장으로 부임해 8년간 원장직을 수행하고 2016년 퇴임. 인간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를 풀어낼 해법 역시 인간에게서 비롯된다는 그의 경영 철학은 저서 <경영은 사람이다>(2014)에 담겼다. 인간존중이라는 경영의 본질을 잊지 않고 21년간 숨 가쁘게 현장을 누벼온 그가 일터에서 겪는 우리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 4주에 한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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