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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육아친화적 도시가 지속가능한 사회의 첫 걸음이다

등록 :2019-11-18 10:27수정 :2019-1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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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 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④
3040세대 이동의 주된 요인은 육아·교육 문제
‘좋은 보육 받을’ 권리도 지역 환경 따라 차별 적용
지방 소멸 막으려면 보육·교육 인프라 중심 둬야
살기 좋은 공동체 만들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사회기관은 어린이집이다. 많은 부모가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감행하기도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큰 게 현실이다. 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사회기관은 어린이집이다. 많은 부모가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감행하기도 하지만, 국공립 어린이집의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큰 게 현실이다. 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3040세대 인구 유입과 유출의 주된 요인은 무엇일까? 많이들 예상하지만, 우리나라 3040세대는 육아와 자녀교육이 보다 수월한 곳으로 지역 이동을 한다. 육아·교육 인프라를 중심으로 지역 간 인구 유입과 유출이 진행되는 것이다.

실례로, 충청북도에 사는 30대의 53.8%가 이사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그 중 34.2%가 육아와 자녀교육 때문이라고 한다.(‘충청북도 사회조사’, 2018년 기준) 강원도 정선군에 사는 30대의 21.4%도 이사 의향이 있고 그 중 58.5%가 자녀교육 때문이며, 이사 의향이 있는 가구의 92.3%가 정선군 밖으로 이사하고 싶어 한다.(‘정선군 사회조사’, 2017년 기준) 이런 조사들은 비혼 가구를 포함한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만약 유자녀 가구만을 따로 분석한다면 그 비율이 훨씬 더 높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우수한 보육·교육자원이 많은 서울은 어떠할까? 과거 조사에 따르면 자녀교육 때문에 이사하겠다는 비율이 10%도 되지 않았다.(2011년 기준)

많은 사람이 육아와 자녀교육을 위해 농어촌에서 도시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이주해 왔다. 아이들이 줄어드는 농어촌은 사회적 투자를 줄이게 되고, 이로 인해 다시 3040세대가 떠나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역으로 대도시에서 비싼 교육비와 주거비를 부담하던 세대들이 5060세대가 되면 경제적 이유로 다시 이주한다. 내가 사는 지역에 좋은 육아 및 교육인프라가 없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오래 정주하기 어렵게 하는 주요 요인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 그러나 지역 환경은 차별적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입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정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의 서두에서 던진 화두이다. 이처럼 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차별받지 않고 좋은 보육,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권리는 내가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듯하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사회기관은 어린이집이다. 부모들은 좋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기 위해 몇 년간 대기하거나 아예 국공립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쉬운 곳으로 이사하기도 한다. 서울시 성북구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이 80개나 있지만 경기도 여주시에는 1개밖에 없다. 어떤 동네의 아이들은 꽤 멋지고 큰 어린이집에 다니지만 어떤 아이들은 상가나 아파트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에 다닌다. 비록 규모가 품질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물리적 인프라가 주는 영향은 크다. 비단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초중등 교육기관이나 도서관, 보건의료시설, 문화체육시설, 놀이시설, 관련 정책 등에서 농어촌과 중소도시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인생의 출발선이 대도시의 아이들과 다른 것이다. 출발선 평등의 원칙, 모든 아이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사회정책의 방향이 이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기초자치단체의 3분의 1 이상이 소멸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진행 중이지만, 그 중심엔 아이들이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세심하고 통합적인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한다. 삶의 터전에서 육아와 자녀교육 걱정이 없도록 사회 인프라와 제도를 만들어 갈 때 대한민국 전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을까.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5월 ‘모든 영유아를 위한 양질의 교육·보육’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4.2) 비전 선포식 및 연합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국무총리 산하 국책연구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5월 ‘모든 영유아를 위한 양질의 교육·보육’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유엔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4.2) 비전 선포식 및 연합학술대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공동체 없는 ‘고립 육아’의 현실

그렇다면 아이들을 위한 사회 인프라와 정책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의 삶은 어떠한가? 대도시라고 해서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부모들의 육아 부담이 덜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이들과 부모들에겐 마을, 지역사회 공동체도 필요하다.

서울시에는 다양하고 우수한 육아·교육 인프라와 관련 정책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들의 사회 정서적 문제, 부모들의 고립 육아, 상대적 박탈감 등은 여전한 것 같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에는 고층아파트, 빌딩 숲에서 느끼는 사회적 관계의 빈곤도 있지 않을까. 이런 가운데서도 육아의 어려움을 지역에서의 사회적 관계와 활동으로 해결해 가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잘 알려진 성미산 마을은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새롭게 다가오는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과후교실과 학교까지 운영하게 됐다. 마을주민들은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중고등학교 환경을 찾아 이사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마을이 함께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선 것이다. 육아·교육 친화적 환경을 지역 스스로 만들어감으로써 아이들과 부모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 온 성미산의 주민들은 자연스레 더 오래 마을주민으로 정착하게 됐다.

한 아이가 성장하려면 온 마을의 지원, 즉 지역주민의 함께 돌봄, 적정한 지역환경과 지역자원이 필요하다. 아이가 더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비단 부모뿐 아니라, 더 많은 주민이 활기찬 지역사회와 지역경제를 누릴 수 있게 하는 바탕이 되어줄 것이다. 공동체가 함께 하는 육아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다’라는 명제의 실천인 동시에, 포용적 도시와 커뮤니티로 나아가는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 행복’ ·‘육아 행복’ 도시 만들기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의 열한 번째 목표에서 말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는 지역주민이 오랫동안 살고 싶고, 살 수 있는 지역사회를 의미할 것이다. 육아친화적 도시는 육아와 교육 문제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며, 장기적으로는 모든 세대를 위한 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

먼저, 도시의 모든 정책과 인프라를 아동과 육아친화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 특히 만족할 만한 육아·교육 인프라는 30대가 정착하게 하는 동시에, ‘모든 영유아를 위한 양질의 보육·교육’(SDGs 4.2) 환경을 만들어 아이들이 어느 지역에 살든 인생의 평등한 출발을 지원해 줄 수 있다. 또한, 지역의 육아와 교육 문제를 주민 참여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해결하는 공동체적 노력을 강조하고 싶다. 공동체가 함께 하는 육아가 있을 때 부모책임 육아와 정부의 육아정책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동체도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성미산 마을의 경험에서, 육아친화적 지역을 만들려는 노력이 퍼지면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도 풍부하게 하고 새로운 지역경제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이가 행복하고 육아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요조건이지 않을까. 육아친화적 도시와 커뮤니티 조성을 초저출산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육아정책의 방향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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