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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화장실 불법촬영·야한 춤 강요…여성 의대생 40% 성희롱 노출

등록 :2019-01-23 11:54수정 :2019-01-2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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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발표
의대생 2명 중에 1명은 언어폭력 경험
여성 의대생 18.3%는 신체 성희롱 겪어
폭력·성희롱 가해자 교수>인턴>학생 순
신고율은 3.7% 불과…“불이익 두려워해”
류우종 기자 wjryu@hanii.co.kr
류우종 기자 wjryu@hanii.co.kr
#1.

“여자 동기의 화장실 몰카가 단체카톡방에 올라온 사건이 있었다. 학교는 몇시간의 사회봉사와 반성문 정도로 징계를 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 피해자인 여성 동기들은 단톡방에 자신의 영상이 올랐기에 모욕감이 심했다. 가해 학생과 같이 학교에 다녀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고통일 텐데 학교는 아무런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상담도 안 해줬다. 학교는 ‘충분한 징계를 했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고, 피해자에게는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는 태도였다. 사건이 터졌을 때 (완전한) 해결책이 100이라면 40~50 정도만 해결되는 것 같다.”

#2.

“댄스 동아리였는데, 야한 춤을 선배가 강요했다. 거의 성행위 유사 동작을 했고, 그걸 연습하는 과정도 고통스러웠다. 의상을 정할 때도 야동에 나올 법한 옷을 요구했다. 수치심을 많이 느꼈고 신고도 하고 싶었는데, 신고하게 되면 정말 피해자만 말 그대로 매장되는 사회니까 못 했다. 정말 잘못된 건데 (적발된) 가해자는 운이 없어서 걸린 게 되는 거고, 피해자는 그것도 못 견딘 이상한 애가 된다. 결국 어느 과에서도 뽑아주지 않고 낙인이 찍힌다. 부모님들도 그런 것을 아니까, 쉽게 도와주실 수 없었다.”(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심층인터뷰 발췌)

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인권의학연구소와 함께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생 17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학생 743명과 남학생 1073명이 참여한 실태조사는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가 병행됐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학생의 37.4%는 성희롱을 경험했다.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여학생은 18.3%였으며, 언어적 성희롱(37.4%)과 시각적 성희롱(17.1%)도 많았다. 성차별적 발언을 들은 여학생은 72.8%로 남학생의 45.5%보다 1.6배 높았다.

또 여학생의 58.7%(남학생 17.7%)는 전공과 업무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고 느끼거나 차별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 선발 면접에서 ‘임신할 것이냐’는 질문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의대생 10명 가운데 5명은 언어폭력도 경험했다. 이 가운데 16%는 ‘단체기합 등 신체적 폭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의대에서 겪은 성희롱은 우울 경험과 건강 악화로도 이어졌다. 신체적 성희롱을 경험한 학생들의 우울 경험은 35.7%로 신체적 성희롱 경험이 없는 응답자들(21.7%)보다 높았다.

피해를 겪고도 학교 등에 신고한 경우는 3.7%에 불과했다. 인권위는 “(학생들은) 피해 신고로 2차 가해를 당하거나 전공과목 선택 등 향후 진로에서 불이익이 발생할 것이 두려워 신고를 꺼렸다”며 “(특히) 성희롱이나 성차별의 경우, 피해를 겪은 여학생이 신고 뒤 가해자를 감싸는 남학생들로부터 심각한 2차 피해를 받은 사실도 실태조사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인권위는 “의학교육과정에서 다양한 폭력과 차별이 발생하는데도 학교 당국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에 있어서 공정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3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23일 국가인권위원회 주최로 열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승우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이날 오후 인권위에서는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대한전공의협희외, 보건복지부, 교육부 관계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과대학 학생들의 인권개선을 위한 토론회’도 열렸다.

참석자들은 토론회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부당한 경험에 대해 폭로했다. 의대협 관계자는 “내가 속한 의과대학에서 성폭력이 공론화된 적이 있다”며 “당시 나는 학내 여학생 회장이었는데 학내에서 2차 가해와 공론화 방해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명백한 권력관계가 존재한다”며 “학생은 가장 약하고, 우리 성적을 평가해 진로를 결정하는 교수와 전공의의 영향력은 크다”고 덧붙였다. 실태조사에서 양적조사를 담당한 의사출신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센터장은 “2004년에 의대에 입학한 나도 춤추고 노래했다. 문제가 일상화돼 있었지만 나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춤추고 노래했다”며 “여성 의료계 진출은 늘어나지만 총체적 젠더감수성과 인권의식은 여전히 부재하다”고 밝혔다.

질적조사를 수행한 최규진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이 실태조사는 고발이 아니라 의과대학 교육자로서 자기반성적인 관점, 자성적인 관점의 작업이었다”며 “의대에는 ‘음주·폭력=은폐’ 구조가 있는데 술자리에서 성폭력이 일어났을 때, 술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권위주의 문화로 덮으려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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