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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김용균씨 어머니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뒤 대통령 만나겠다”

등록 :2018-12-29 20:24수정 :2018-12-3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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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저녁 광화문광장서 두번째 범국민 추모제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시민들이 29일 오후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청와대 들머리까지 행진한 뒤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시민들이 29일 오후 2차 범국민 추모제를 마친 뒤 청와대 들머리까지 행진한 뒤 ‘내가 김용균이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만나지 않겠습니다.“

29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5000여명(주최쪽 추산)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24살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가 열렸다. 이날 추모제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씨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없이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인 2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어제 국회를 통과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 산재로 사망하신 고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단상에 오른 김미숙씨는 아들 김용균씨에게 쓴 편지를 흐느끼며 읽어내려 갔다. 김씨는 편지에서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정말 억울해서 미치겠다. 왜 생때같은 내 아들을 잃어야 하는지”라며 “너는 열실히 일한 죄 밖에 없단다. 비인간적인 학대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죽은 내 아들”이라고 말한 뒤 울먹였다. 이어 김씨는 “긴긴밤 홀로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 파는구나”라고 애써 낭독을 이어갔다.

김씨는 편지 낭독 후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저는 지난 몇일 동안 ‘더 이상 아들들이 죽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에서 지냈다”면서 “태안발전소에서 10년 동안 1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발전소 하청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대통령을) 만나지 않겠다.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 필요 없다”고 말한 뒤 발언을 마쳤다. 유족들은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 “태안화력 1~8호기의 작업중지와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책임 있는 조치, 발전소의 상시지속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전환 조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인력 충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만남 등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가능할 때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서로 앉으면서 위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태안화력발전소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와 세월호 유가족들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 2차 범국민 추모제에서 서로 앉으면서 위로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날 추모제에는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단상에 올라 산업안전법 개정이 ‘죽음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 4·16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고 김용군씨의 부모에게 대통령과의 만남에 대해 조언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제가 김용균씨 부모님께 고언을 드리려고 한다”면서 “무조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김용군씨가 원했던 것 당당하게 이야기 하시라”고 말했다. 이어 “부탁하고 요청하고 호소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시라. 그게 김용균씨의 권리였다”면서 “무조건 만나서 그 요구를 어떻게 실현하지 구체적으로 듣고 다음 만남 약속을 잡아 실현됐는지 점검하시라”고 말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유족들은 ‘비록 아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부모로서 우리가 이루도록 하겠다’며 산안법을 28년만에 개정되게 하셨다”며 “저는 시민대책위를 대표해 어머님과 아버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만 열악한 작업현장에 주목하는 한국 사회의 무신경을 꼬집었다. 김 부위원장은 “한국사회는 누군가 죽어야 세상이 바뀌나 보다. 더이상 누군가 죽지 않는 세상, 죽지 않고 바뀌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즉각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한 설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산안법 개정은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의 이날 발언 및 편지 전문

안녕하십니까? 저는 김용균의 엄마입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우리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슬퍼하며 함께 해 주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아들에게 편지를 적었습니다.

아들아 사랑하는 아들아! 엄마는 정말 억울해서 미치겠다. 왜 생때같은 내 아들을 잃어야하는지...

너는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단다. 비인간적인 학대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죽은 내 아들... 불쌍하고 억울하고 분통터지는 이 마음 어찌하랴! 어찌하랴!

긴긴밤 홀로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 파는구나.

용균아! 이 엄마는 어찌 살라고... 너 그렇게 인간대접 못 받고 간 것을 생각하니 원통해서 억장이 무너지는구나. 내 가슴에 깊고 깊이 패인 원한 어찌하면 좋겠니!

나한테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보다 귀한 아들인데 내 아들 죽인 놈들 인간에 탈을 쓴 짐승보다 못한 놈들... 그놈들 다음 세상이 있다면 돼지로 태어나길 바란다. 내가 그들을 찢어 죽여서 맛있게 꼭꼭 씹어 먹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는 생각하며 산단다.

여러분!

이런 인간 같지 놈들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나라 서민들 살기 좋은 나라구나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우리가 지금 현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문제 정확히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안 바뀌는 걸 알고 함께 해 주십시오. 저는 지난 몇일 동안 ‘더 이상 아들들이 죽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국회에서 지냈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태안발전소에서 10년 동안 1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발전소 하청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용균이의 친구들은 하청노동자로 일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절박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했고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 화가 납니다. 그리고 죽음의 현장을 당장 멈출 수 없다는 것도 너무 화가 납니다.

태안화력의 1~8호기의 컨베이어는 지금도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우리 아들들이 위험으로부터 즉시 벗어나야 한다고, 그리고 용균이가 억울하게 죽어간 진상을 철저히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용균이가 피켓을 들고 외쳤던 비정규직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은 문재인대통령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를 만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약속했고 용균이가 이루고자 했던 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는 만나지 않겠습니다.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 필요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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