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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K스포츠 이사장은 본인이 이사장 된 줄 몰랐다

등록 :2016-09-20 21:10수정 :2016-09-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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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개입한 재단 ‘요지경’

초대 이사장 정동구씨, 이사장직 제안받기 전 정관에 이미 ‘직인’
창립총회 열릴때 해외출장 중인데도 회의록에는 등장 ‘문서 위조’
19일 설립과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 출입구에 재단 간판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9일 설립과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케이스포츠 출입구에 재단 간판이 걸려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올 1월5일 낮 12시 서울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 임시 사회자로 나선 이아무개 롯데 상무는 ‘임시의장 선출안’을 상정했다. 곧바로 김아무개 삼성 전무는 임시의장으로 정동구(74)씨를 제안했다. 사회자가 동의하냐고 묻자 전원이 만장일치의 뜻으로 박수를 쳤다. 사회자는 의사봉을 세번 두드린 뒤 정동구씨에게 의사진행을 맡기고 물러났다. 이어 설립취지가 채택되고 정관이 가결된다. 삼성생명,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대표들은 이날 정동구씨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이들을 포함한 18개 그룹 대표들의 서명 날인으로 회의는 막을 내렸다. 정동구 이사장도 설립자 대표로 회의록에 도장을 찍었다. 최순실씨의 개입 의혹이 제기된 ‘케이스포츠재단’의 창립총회 회의록에 나와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나와 있는 정동구씨는 바로 그 시각 회의장이 아닌 동남아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었다. 정씨는 봉사단을 이끌고 이날부터 15일까지 인도네시아·네팔·타이 등지로 해외출장을 떠났다. 대기업 대표들도 마찬가지다. 회의는 아예 열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재단은 이 회의록과 정관, 사업계획서, 예산서를 1주일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문체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 재단법인 설립 허가증을 내줬다. 재단법인 설립 허가증이 나오기까지는 평균 21.6일 걸리는 것으로 문체부 통계는 나와 있다.

문체부는 이와 관련해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했다 하더라도 허가 취소나 과태료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창립총회 회의록의 거짓 작성에서 멈추지 않는다. 나라의 최상위 법이 헌법이라면 재단의 헌법은 정관이다. 그 정관조차 거짓으로 작성된 것이다.

케이스포츠가 설립 허가를 위해 문체부에 제출한 정관은 12월20일 작성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문서에도 정동구 이사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한겨레>와 만나 “내가 이사장직을 제안받은 건 1월이다. 당시 해외출장 중에 김필승 이사한테서 전화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필승 이사는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다. 정 이사장이 제안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사장직을 맡은 것으로 정관에 못이 박힌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관에 선임된 것으로 나오는 그를 포함한 다섯명의 이사가 처음으로 대면한 것은 그가 해외로 출장을 떠나기 바로 전날인 1월4일이었다. 김필승 이사는 “그날 올림픽파크텔(서울 잠실에 위치)에서 정동구씨에게 이사장직을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이 아닌 김 이사의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보름쯤 앞서 만들어졌다는 정관에 정씨가 이사장으로 등재된 것은 사실과 다른 셈이다. 정동구 이사장은 “회의록 등에 내 서명이 있지만 이는 나중(최소 1월15일 이후)에 재단 사무처에서 서명을 요구해와 한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고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지겠다”고 말했다. 정관과 회의록 등을 사후에 짜맞춘 것이다. 이런 서류조작은 케이스포츠재단만 한 게 아니다. 케이스포츠재단과 일란성 쌍둥이처럼 닮은 미르재단 또한 가짜 총회 회의록이 케이스포츠와 똑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승래 의원은 “불법 행위와 허위로 허가증을 교부받은 재단의 설립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재벌의 대대적인 모금과 일사천리로 문체부에서 허가증을 받아내는 등 모든 과정이 권력의 힘이 작용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류이근 방준호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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