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다. 배는 아직 그 자리에 가라앉아 있고 희생자 304명 가운데 9명의 행방을 모른다. 게다가, 돈 욕심에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했고 평형수를 채우지 않아 균형 잡기가 힘들었던 데다 급하게 방향을 바꾸다가 넘어져 사고가 났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세월호가 어떻게 가라앉았는지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혹 제기는 계속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꾸려진 ’4·16 참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는, 예산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정부의 ‘은근한 방해’에 부닥쳐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달라며 시민들이 모아준 돈으로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제작하고 있는 김지영 감독의 추모 방식은 특이하다. 사고 전후 사진, 그리고 구조활동 과정의 영상물에서 진실의 조각들을 모아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집요하게 쫓고 있다. <한겨레 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이경주 피디·박연신 작가) 71회에서, 김 감독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세월호 앵커(닻)의 미스터리를 제기한다.

김 감독이 찾아낸 사진과 동영상 캡처 화면을 보면, 세월호 뱃머리 쪽 양쪽에 있는 2개의 닻 중에서 왼쪽 닻이 이상하다. 사진 하나는 사고 시각(8시50분께) 40분 이후인 9시32분에 세월호 주변에 있던 둘라에이스호에서 찍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9시36분께 현장에 도착한 헬리콥터에서 찍은 영상을 캡처한 것이다. 전자에는, 왼쪽 닻이 보이지 않고 4분 뒤 사진에는 뭔가가 묻은 듯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세월호가 완전히 뒤집힌 이후의 사진에는 양쪽 닻이 온전히 보인다.
왜 세월호의 왼쪽 닻은 일정 시간 동안 보이지 않을까. 사진으로 확인된 4분, 혹은 그 이상 제자리에 있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는 그 닻은 세월호 사고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별것 아닌 것 같은 닻의 실종은, 김 감독이 발견한 다른 사실들, 예를 들면 이날 세월호가 평소 항로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맹골도, 병풍도 등 섬 쪽으로 붙어서 운항한 점,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 항적자료에 변침을 하다가 한차례 튄 듯이 배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점 등과 만나면, 위험하고 도발적인 가설과 만나게 된다. 정박할 때 배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닻이, 둘라에이스호의 선장이
’파파이스’ 71회에 출연한 김 감독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가설 수준”이라고 전제하면서도 “9시36분 동영상 캡처 화면에 다시 등장한 왼쪽 앵커에 진흙 같은 게 묻어있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 닻이 해저에서 세월호를 잡아채는 역할을 했다고 가정하면 그동안 가졌던 다른 의문들이 다 풀린다“며 “선원들이 고의로 침몰시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해진해운의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참사를 당하기 전부터 여러 차례 대형사고 징후를 보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배”였다(<한겨레21> 1081호 ’4월16일 이전 침몰하고 있었다’(http://goo.gl/swT8ve) 참조). 오죽했으면, 김한식 사장 등 간부들이 사직서를 품고 유병언 회장을 찾아가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하지만 더 낡았다는 이유로 오하마나호를 매물시장에 내놨다. 세월호는 그 상태로 운항을 계속하다 지금은 진도 앞바다에 가라앉아 있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김어준의 파파이스#71] 세월호 앵커의 미스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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