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672억원에 이르는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 위해 벌인 전방위적인 압류·압수수색이 실제 추징금 집행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자녀 등이 소유한 재산이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에서 나왔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 추징으로까지 이어지는 데는 난관이 많겠지만,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내줬다는 점에 비춰 검찰이 불법자금과 현 재산의 연결고리를 규명할 단서를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전담팀을 크게 늘리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 부부 공동소유물은 어떻게 검찰은 16일 전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서울 연희동 집 안채에서 그림과 자개장롱 등을 압류했다. 안채는 부인 이순자(74)씨 소유다. 전 전 대통령에게 형벌로 부과된 추징금을 집행하려고 부인 집에 있는 집기를 압류해 경매 처분할 수 있는지가 우선 관심이다.
부부가 함께 사는 집에 있는 물건은 공동점유물이다. 함께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매를 통해 처분한 금액의 절반을 추징할 수 있다. 대형 법률회사(로펌)의 한 변호사는 “집기를 반으로 나눌 수 없기 때문에 경매 부쳐서 낙찰된 대금의 반만 가져오고, 반은 이순자씨한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자씨가 “나의 단독점유물”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명백한 입증자료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류할 때 ‘단독점유물’이라고 이의제기하지 않은 것들을 중심으로 압류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자녀 등이 소유한 미술품 등 200여점도 압수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과 연결됐다는 점을 아직 입증하진 못했지만 추징을 위한 전 단계로 일단 ‘의심 물품’들을 확보한 것이다. 검찰이 “연결고리를 밝히지 못하면 돌려줘야 한다”면서도 이들 물품을 압수한 것은, 빼돌릴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재산을 빼돌리는 정황이 있어 서둘러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자진납부 압박? 일각에서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전 전 대통령 쪽의 자진납부를 유도하는 압박의 성격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미술품 구입 자금과 불법재산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게 중요한데, 물품을 압수했다고 해서 딱히 이를 밝힐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순자씨는 차남 재용씨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던 2004년 5월17일 전 전 대통령의 추징금을 대납 형식으로 납부한 전례가 있다. 당시 이씨는 채권 102억원, 현금·수표 28억원 등 모두 130억원을 냈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금을 받아내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이순자씨가 과거 130억원을 자진 납부했고, 전 전 대통령이 2010년 추징시효 만료를 앞두고 강연료 300만원을 자진납부했다. 왜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서 압류한 물품과 전 전 대통령 가족에게 압수한 물품 구입자금이 비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되면 경매를 거쳐 그 금액을 국고로 환수하는 추징 절차를 거치게 된다. 경매는 공고를 통해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검찰은 2003년 8월 연희동 사저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압류해 경매에 부친 뒤 18억1000여만원을 추징한 적이 있다.
■ 검찰에 입증 책임 지운 한계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자녀 소유 재산이 실제 추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조심스런 태도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17일 “압수한 재산이 다 추징 대상은 아니다. 지금부터 티에프팀에서 (압수한 재산이 추징 대상임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한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법률의 한계 때문이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범인 외의 자가 그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재산 및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에 대하여 그 범인 외의 자를 상대로 집행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법 개정 과정에서 객관적인 정황으로 봤을 때 제3자가 가지고 있는 재산이 불법재산에서 유래됐을 것으로 간주되면 제3자에게 자신의 재산 형성 과정을 소명하도록 하는 절차가 포함되길 원했다. 입증 책임을 검사가 아닌 제3자에게 지우는 식이다. 하지만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우려가 있어 최종안에선 빠졌다.
이틀간 30곳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은 과거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전 전 대통령 불법자금의 흐름을 상당수 파악했고, 40여일간 계좌추적 등을 통해 자금흐름을 쫓아왔다. 오랜 준비 끝에 압수수색 영장을 대거 발부받는 데 성공했다. 전담팀 업무를 잘 아는 검찰 인사는 “법 개정으로 압수수색이 가능하게 돼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동욱 총장도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이 많은 준비를 해 법 시행 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압수수색을 할 수 있었다. 전담팀 치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원철 김선식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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